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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골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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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화 Nov 03. 2021

베란다가 마당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시골집을 알아보다 갑자기 제 현실을 다시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멀쩡한 집을 놔두고 왜 다른 집을 바라고 있을까?


 마당 넓은 전원주택 좋지요. 4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골도 좋죠. 하지만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도시의 아파트입니다. 


 시골로 귀촌해서 정착하신 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시골집을 알아본 지 두 달 만에 시골에 정착하신 분도 계시고, 7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 돌아다녀도 적당한 곳을 정하지 못하신 분도 계셨어요. 제가 두 달만에 시골에 정착할 수도 있고, 7년이 넘어도 마땅한 시골집을 못 찾을 수도 있을 텐데. 두 달이 되었든, 7년이 되었든, 남의 떡만 크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저희 집을 바라보지 않고 다른 집만 갈망한다면 삶이 참 고달퍼지겠더라고요.


 귀촌을 위해 준비는 하되,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도 제가 거주하고 있는 동안은 바라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요 몇 달 동안 우리 집보다 다른 집을 더 좋아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장점이 많은 좋은 우리 집인데 말이죠.


 귀촌을 할 때 하더라도 지금의 삶을 더 즐기기로 했습니다. 남의 집이 더 좋아 보이면, 그 좋은 점을 우리 집으로 최대한 갖고 와 보기로 했습니다. 시골로 가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아파트에서 조금씩 맛보기 하면서 지내보려고요.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시골집의 일상 중 아파트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 하면서요. 제일 먼저 정원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제일 하고 싶었던 일 중에 하나가 마당에 예쁜 꽃을 잔뜩 심은 정원을 만드는 거였습니다. 마당의 넓은 정원은 불가능하지만, 화분의 작은 꽃은 집 안에서도 기를 수 있으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정원을 갖고 싶어 하는 저는 집 안에 식물 한 그루 키우지 않고 있었습니다. 식물 한 그루 안 키우면서 정원을 꿈꾸는 사람이라니. 제 손에 오는 식물들이 금세 시드는 이유도 있었지만, 신경 쓸 만한 일들을 안 만드는 제 성격도 한몫했습니다. 이제는 신경 좀 써보려고 합니다. '아파트', '마당', '정원'.  이 세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베란다 정원 사진이 많이 검색되었습니다. 베란다에 정원을 만들어도 근사하겠더라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희 집은 베란다가 없습니다. 확장한 집이라 베란다가 없지만 어쩔 수 없지요. 베란다 없는 저희 집에 걸맞은 저만의 작은 정원을 만들면 되니까요.


 알아보니 근방에 넓은 화훼단지도 있었습니다. 바로 화훼농원으로 달려가 키우기 제일 쉬운 꽃나무 몇 그루 가져왔습니다. 거실 한편 햇빛이 제일 잘 드는 공간에 작게 자리 잡았습니다. 가을이니 국화꽃도 가져왔습니다. 매일마다 꽃이 피고 진다는 일일초도 가져왔어요. 하얀꽃, 분홍꽃, 빨간꽃. 두 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나름 만족스러웠습니다. 


 커피 한 잔 할 때도 꽃 앞에 앉아서 마시고, 잠깐 쉴 때도 꽃 앞에 앉아서 쉽니다. 마당의 넓은 정원을 갖고 계신 분들이 보면 피식 웃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꽃을 보니 나름 괜찮더라고요. 


 임자를 만나야 내 땅과 내 집이 된다고 하잖아요.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귀촌 준비를 하려고 하거든요. 오늘도 열심히 시골집을 찾았지만, 제가 있는 공간은 아파트니까요. 넓은 마당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거실 한 켠의 꽃화분으로 소소한 즐거움을 대신 느끼려고 합니다. 시골집으로 이사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며 꽃보는 즐거움을 미루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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