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에 자석이 달렸나

삶,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슬프다

by 김양희

나는 2000년 9월부터 운전을 했다. 운전면허 종류는 ‘2종 수동 보통’. 2종도 수동이 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아무 생각 없이 1종보다 어렵다는 2종 수동(승합차보다 시동이 잘 꺼진다) 시험에 지원했으니까.


첫 시험에서는 출발 몇 초 뒤 언덕에서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떨어졌다. 아무것도 못해보고 운전석에서 내렸다. 두 번째 도전에서는 99점으로 합격했다. 1점? 가속 구간에서 과속을 해서 깎였다.


무사고 10년이 되자 1종 보통 면허로 바꿔준다고 했으나 거부했다. 적성검사 보기가 귀찮았다. 그러다가 작년에는 아주 간단하게 시력검사 등을 하고 면허증을 바꿨다. 인생사 모를 일이니 언제이고 대형차를 몰 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내 운전면허에는 지금 1종 보통, 2종 보통이 나란히 표기돼 있다.


간혹 남편에게 “엔진 브레이크도 모른다”라고 타박을 받지만 그래도 차는 잘 굴러간다. 스마트키를 꺼낼 필요 없이 운전석, 보조석의 차문 손잡이에 있는 까만 부분을 누르면 차가 그냥 열린다는 사실도 얼마 전에 알았다. 누구도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 어찌 알겠는가.

운전경력 18년 가까이 그리 큰 사고도 없었다. 몇 차례의 접촉사고를 빼면.


2011년 5월이던가. 한 달 동안 접촉사고가 두 차례나 났다. 모두 다른 차가 내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첫 번째 사고의 ‘가해차량’은 택시였다. 그런데 이 택시기사 아저씨, 상대가 아줌마라는 이유로 그냥 대충 넘어가려고 했다. 내 차 뒷범퍼에 택시 번호판 자국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는데도 말이다. 조금 황당했으나 그래도 범퍼 수리비만 받았다. 택시는 사고 경력이 있을 경우 나중에 개인택시 등을 운전하게 될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해서다.


그로부터 몇 주 뒤, 이번엔 어떤 회사 소유의 승합차와 접촉사고가 났다. 내 차는 횡단보도 앞에 ‘얌전히’ 멈춰서 있었다. 이번에는 아저씨가 “회사 차량이라 보험 처리하면 인사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라고 읍소 했다. 또다시 보험처리 없이 차 수리비만 받았다. 그나마 내 소형차 범퍼는 겉보기에 멀쩡했으니까.


“내 차에 자석이 달렸나.”


연속 된 사고에 의구심을 품으며 구시렁대자 남편이 대뜸 한마디 했다.


“후방 주시를 좀 해!”


헐~. 이게 무슨 말인가. 내 차 세우고 사이드미러 보면서 뒤차 멈추는 것까지 확인하고 너무 빨리 달려오는 것 같으면 내가 먼저 내 차를 앞으로 움직여줘야 한다는 얘기인 것인가. 어떻게 정차 뒤 후방 주시를 하란 말이지? 잠자리 눈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리고 1년여 뒤 난 세 번째 접촉사고. 이번엔 회사 근처였다. 상대 차량이… 관광버스였다! 내리막길이어서 그랬는지 관광버스가 신호를 받고 급히 서다가 쿵.


진짜 차를 뒤에서 세 번쯤 받히게 되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오른발에 양말만 신은 상태(난 차를 운전할 때 가끔 오른쪽 신발을 신지 않는다. 액셀과 브레이크가 밟는 느낌 그대로 느껴져서 편하다)로 있다가, 여유롭게 신발을 챙겨 신고 나와 운전사 아저씨와 마주 섰다.


역시나 아저씨는 관광버스 운전 특성상 “보험처리 안 하면 안 되냐”라고 했다. 나? 보험처리를 또 안 했다. 그 대신 범퍼 교체 값 영수증대로 받고, 허리도 조금 아팠던 터라 치료비 10만원을 따로 받았다. 천사라고? 하긴 내가 귀가 좀 얇긴 하다.


그 후 2년쯤 지났을까. 이번엔 내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평행 주차해 있던 외제차 뒤꽁무니를 살짝 박았다. 상대방 차 범퍼는 흠집조차 나지 않고 깨끗. 하지만 그 차에 타고 있던 중년 부부는 보험 청구를 했고 나는 1인당 80만원씩의 합의금과 범퍼 수리비, 그리고 렌터카 비용 등을 합해 360여만원을 물어내야 했다.


주차장에서 시속 10㎞ 미만으로 후진하던 차에 '살짝쿵' 받힌 그 차량 주인은 뭔 심보인지. CCTV로 사고 장면을 봤던 경비 아저씨조차 "어이쿠, 이런 걸로 보험 처리해달래요? 잘못 걸리셨네요"라고 혀를 찰 정도로 소소한 사고였는데 말이다. 내가 계속 불평, 불만을 터뜨리자 지인은 옆에서 “거봐,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러잖아”라고 속을 긁어댔다.


차 사고에 있어서는 이래저래 마이너스인 것 같지만 앞으로도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 같다. 접촉사고로 피해를 봤을 때 보험 청구를 안 하는 게 손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 또한 차량 보험료를 내는 사람으로서 보험 청구비가 종국에는 내 호주머니, 혹은 지인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일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세상에 ‘공돈’이란 없다. 그리고 조금 손해 보면서 살면 어떤가. 마음만 편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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