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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희 May 11. 2019

삶에서 우리는 타자일까, 투수일까

3할 타율, 같지만 다르다

“야구에서 아무리 위대한 타자도 5할 타자는 없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것이다. 실패는 언제나 성공보다 많다. 그게 정상이다.”


 회사 선배 페이스북에 적힌 글이다. <일이 모두의 놀이터가 되게 하라>(이강백)라는 책에서 발췌했다고 한다. 하긴 인생을 야구에 빗대 설명할 때도 으레 “야구는 10번 중 3번만 잘 쳐도 박수를 받는다. 실패해도 괜찮다”라고 말하니까. 아마 거듭된 좌절을 위로해줄 수 있는 최고의 말일 것이다.


 실제로 12일 기준으로 타격 1위 양의지(NC 다이노스)의 타율은 0.372다. 10번 중 3.7번 정도만 안타를 쳤다. 시쳇말로  4번도 못 쳤다. 바꿔 말하면 10번 중 6번 타석에서 실패했다는 뜻이다. 성공확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양의지는  당당히 리그 1위 타자이며 구단 입장에서는 최상의 FA 투자가 됐다.


 하지만 입장 바꿔 투수라면 어떨까. 타자와 10번 상대해 3.7번 안타를 허용했다면 아마 B급 투수로 평가 받을 것이다. 하물며 5번 이상 두들겨 맞는다면? 심각하게는 "배팅볼 투수"라는 비아냥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런 투수를 1군 마운드에 올릴 감독도 없겠지만.


 투수에겐 3~4번의 실수가 잘 용납되지 않는다. 보통 피안타율이 2할대 안팎일 때만 A급 투수로 평가받는다. 10번 중 8번 이상 타자와 승부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얘기다. 이 또한 '선발투수'에 한정된 얘기다. 불펜 투수의 실투는  자칫 팀 패배와 직결될 수도 있다. 9명의 타자를 잘 처리해도 마지막 1타자에게 홈런을 맞으면 그날의 역적이 되기도 한다.

 

 물론 피안타율이 투수의 능력치 전부를 가름하는 것은 아니다. 다승 공동 2위(5승) 김광현(SK 와이번스)만 봐도 그렇다. 김광현은 올해 9경기에 등판해 50⅔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67안타(피안타율 0.321)를 두들겨 맞았다. 피안타 수 전체 1위다. 최다 안타 1위(61개) 두산 페르난데스가 친 안타 수보다 더 많다.  공인구 실밥 두께 변화 때문인지 실투가 종종 나온다. 그나마 위기 때마다 속구로 윽박질러 삼진(탈삼진 1위)을 솎아내고 있으나 연거푸 맞다 보니 투구 수가 늘어나 이닝 소화력은 떨어졌다. 피안타가 늘어나니 1회부터 전력투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야구는 상대적인 스포츠이다. 같은 3할대지만 그 의미는 정반대가 된다. 타자의 성공이 곧 투수의 실패가 된다. '10번 타석에서 3번만 쳐도 성공'은 그런 면에서 다소 곡해가 있을 수 있다. 지극히 타자적 시각이기 때문이다. 10명 타자를 상대해 7번을 잘 막았다고 투수에게 박수가 쏟아지지는 않는다. 8할 이상의 성공이었을 때 그나마 박수가 나온다. 현대사회의 얼굴과 가장 많이 닮은 것은 그래서 투수일 수 있다. 매일 일상이라는 타석에 들어서는 우리의 이상은 타자를 쫓지만.  


삶이라는 불규칙 바운드가 많은 그라운드 위에서 우리는 나쁜 공을 최대한 골라내기 위해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는 타자일까, 아니면 속구를 던질지 브레이킹볼을 던질지 끊임없이  고뇌하는 투수일까. 실패의 확률을 볼까, 성공의 확률을 볼까.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두를 수 있는 타자였으면 좋겠는데, 두려움 없이 공을 던지는 투수이고 싶은데 어디를 보나 벤치워머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슬프기는 하다. 불규칙 그라운드만 탓하는. 혹은 자신을 써주지 않는 감독을 원망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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