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중독되는 맛
대구로 대학교를 갔을 때였다. 내가 아는 만두는 통통하게 튀겨진 군만두나 흐물흐물하지만 뜨거울 때 먹으면 언제 먹었는지 모르게 목구멍으로 뜨겁게 넘어가는 찐만두가 다였는데 나의 만두에 대한 이분법적 생각을 꼬집듯이 '납작 만두'라는 녀석이 등장했다.
'머지, 이 밋밋한 밀가루 같은 식감은?' '너무 대충 만든 거 아닐까?'라는 생각은 대구에서 한 학기를 보내자마자 사라졌다. 나는 이 녀석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갓 튀겨진 납작 만두에 찐한 떡볶이 국물을 묻혀서 먹으면 이 녀석이 떡볶이의 주인공자리를 대신해 버리는 거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대구의 포장마차에서 선택지는 당연히 떡튀순이 아니라 떡볶이과 납작 만두 그리고 순대와 튀김이었다. 순대와 튀김이 서운하겠지만 그들은 세 번째 선택지가 되고는 했다. 그래도 이 납작 만두가 약간은 아쉽다면 잡채를 약간 더 넣어서 배가 조금 더 통통하게 올라온 '잎새만두'라는 녀석이 있다. 잎새만두는 납작 만두와 일반 우리가 먹는 만두의 중간정도의 애매한 당면이 들어있는데 이 녀석 또한 튀겨서 떡볶이 국물에 묻혀 먹으면 정말 맛있다.
살다보면 이 납작 만두 같이 밋밋해 보이고 서브의 역할을 하는거 같지만 지나다보면 메인보다 더 신뢰가 가는 사람이 있다 . 그런 사람과 있다 보면 그 사람의 매력에 점점 중독된다. 통통 튀는 매력은 아니지만 조용히 또 묵묵하게 자신의 맛을 지켜내고 떡볶이의 강렬한 맛도 잘 포용해주는 이 납작 만두 같은 사람이 귀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