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책의 이점

by 마디

상담을 마치고 돌아왔다. 마음에 가득 쌓인 말을 밖으로 꺼내는 일은 꽤 많은 기력을 요한다. 급격히 몰려온 무기력을 가만히 견디고만 싶지 않아 가까운 카페로 향했다. 무작정 노트북을 열어 듣던 강의를 마저 들으니 두어 시간이 지나있었다. 그 쯤 S에게 전화가 왔다. 상담은 잘 마쳤냐는 질문에 도저히 대답할 힘이 나질 않았다. 내가 뱉은 모든 말과 그 말에 따를 감정이 이 작은 방 구석구석에 돌아다닐 것을 생각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책장에 콕 박혀있던 책을 꺼냈다. 온 신경을 책에 쏟았다. 또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던 참에 마침 받아야 하는 반값택배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아 곧바로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갔다. 바깥의 날씨는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열대야가 가신 밤에는 산책이 어울린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니 어떤 말이고 뱉을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입에서 나온 말들이 멀리 멀리 날아갈 것만 같다. S의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발걸음도 마음도 서서히 가볍다. 문득 지금은 언제고 산책 할 수 있는 여름이라는 것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