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과 고통을 여기서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한 사회구조적 타살부터 동성애 혐오 발언이 방치되는 교육공청회장 풍경까지, 공사 영역 가릴 것 없이 성소수자를 향한 무시, 혐오, 폭력이 만연해 있습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LGBTQ 청소년들이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교육을 받아야 할 학교에서조차 폭력을 경험한다는 점입니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에 다르면 “성적 소수자 청소년들의 대부분(98.0퍼센트)이 교사나 다른 학생으로부터 일반적 혐오 표현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럼에도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22년 7월 열린 퀴어축제에 주최 측 추산 10만 명이 참가해 연대를 표시하고 필립 골드버그Philip Goldberg 미국 대사를 비롯해 각국 대사들이 참석해 지지 연설을 했습니다. 2022년 6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성별, 장애,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응답자 57퍼센트가 찬성했고 반대는 29퍼센트였습니다. 일부 극성 시위자들의 주장이 과대 대표되고 있지만, 또 당사자와 연대자 들이 느끼기에 더디고 더디지만 그럼에도 한국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LGBTQ 청소년들을 위한 개론서가 나와 참 반갑습니다. LGBTQ 및 젠더 관련 학술이론서는 비교적 많이 나온 반면 성소수자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책들은 찾기 어려운 터라 더 반갑습니다. 이 책에는 혐오 표현에 대응하기, 커밍아웃하기, 학교에서 권리 찾기, 데이트와 성관계 등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조언들이 담겨 있습니다. 중간중간 성소수자 청소년의 목소리, 전문가 조언, 영화와 책 소개, 누리집 정보 등도 담겨 있습니다.
편집자로서 먼저 읽은 평을 짧게 하자면 성소수자 여부를 떠나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태도와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책입니다. 자기 자신과 상대방 존중하기, 열린 태도와 배우는 자세, 자녀의 커밍아웃에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울 부모의 마음까지 헤아려 시간을 드리라고 조언하는 역지사지의 마음 등 이 모든 존중과 배려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넘어 사회구성원 모두가 시민으로서 상호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꼭 필요한 태도일 것입니다. LGBTQ 청소년들뿐 아니라 LGBTQ가 아닌 청소년들도, 가족과 친구, 교사, 상담가도 그리고 이 모두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미국에서 쓰여서 한국 상황에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외국의 사이트 정보는 일부 삭제하거나 국내 정보로 대체했음을 밝힙니다. 새로이 추가한 국내 LGBT 관련 웹사이트들을 살펴보면 유용한 정보와 성소수자 및 연대 커뮤니티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저자도 말하듯이 목차에서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는 식으로 부담 없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본문을 읽다가 “여러분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구절에서 순간 뭉클했습니다. 지금도 학교와 가정에서 정체성과 고민을 숨기고 그림자처럼 살아갈지 모르는 LGBT 청소년들에게 이 책이 하나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별의 먼지에서 온 우리가 지구에서 찰나 같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사랑만 하기에도 짧은 인생에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삶과 사회로 나아가는 데 이 책이 작은 징검돌이 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