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업적으로 오타쿠가 미래인가

by 김동은WhtDrgon

경쟁의 본질은 이제 '2분의 집중력'입니다.


과거 콘텐츠 플랫폼은 동일 범주 내의 경쟁(예: 볼링 대 다른 여가 활동, 혹은 게임 대 다른 게임)에 직면했으나, 이제는 사용자의 미시적인 시간 점유를 두고 모든 것과 경쟁해야 합니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특정 계층을 넘어 '일반 대중'에게 확산되었기 때문입니다.


대중 사용자층은 전통적 게이머와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게임을 한다'고 인지하지 않으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행위'로 규정합니다. 즉, 의식적으로 계획된 시간 단위(예: 4시간, 1시간, 30분)를 소모하지 않는 활동은 '과업'이나 '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시간은 생성되거나 소멸될 수 없지만, 이처럼 의식적 과업이 할당되지 않는 '비-계획 시간', 즉 '간극의 시간'이 발생하며, 이 '2분' 남짓의 순간이 모든 플랫폼에게 보편적인 기회의 영역이 됩니다.


이는 기술 시장의 변화와 유사합니다. 카메라가 전문가 시장에 국한되었을 때, 경쟁은 기술 사양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그러나 대중 시장으로 확산되자 카메라는 라이프스타일 제품군(예: 낚싯대)과 경쟁하다 스마트폰에 의해 완전히 대체되었으며, 이제는 생성형 인공지능(LLM)과도 경쟁 구도를 형성합니다.


기술 사양은 사용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위생 요인(hygiene factor)'으로 작용할 뿐, 그 자체가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동기 요인(motivator)'이 되기 어려움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수치화된 사양을 인지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집단은 초기 수용자에 불과합니다. 이걸 부당하게 생각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수많은 정밀한 플랫폼 서비스가 망하고 그걸 기본기능만 구현한 대중적 서비스가 득세하고 대세가 된 과거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 입니다.


과거 대중 매체와 대량 생산의 시대는 가격과 가치에 대한 보편적이고 표준화된 인식을 확립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가격 기준점에 대한 견고한 신뢰를 내재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알리, 테무와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은, 기존에 형성된 고정적 가치 기준점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이 심리적 앵커(anchor)를 파괴하는 전략에 기반합니다.


물론 고가의 영유아용 도서 세트, 소량임에도 높은 가격이 책정된 기호 식품, 혹은 제품 본체보다 비싼 프리미엄 액세서리(예: 자동차 왁스)처럼, 표준화된 가치 기준이 아닌 다른 논리가 작동하는 시장도 존재합니다.


소비 행위, 특히 '결제'는 강력한 관성에 의해 지배됩니다. 따라서 기존에 수용된 지불 관행을 벗어나거나, 결제 습관이 전무한 영역에서 새로운 유료화를 시도하는 것은 사용자의 극심한 심리적 저항을 유발하며, 이는 종종 '부당함' 또는 '박탈'로 인식됩니다.


전통적 서비스 및 시스템 통합(SI) 산업의 수익 모델이 여전히 일회성 거래나 구독제 등에 머물러 있는 반면, 게임 산업은 유일하게 복잡하고 다양한 미시 결제(microtransaction) 모델을 실험하고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습니다. 비교적 최근에는 웹소설 산업이 '시간' 혹은 '분절된 콘텐츠' 자체를 유료화하는 모델을 도입하며 새로운 지불 관행을 추가했습니다.


X세대 이후의 코호트(cohort)에서는 새로운 결제 습관이 창출되기보다 기존의 형식이 답습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인터페이스 조작과 같은 행위의 상징적 형태는 계승되지만, 그 행위가 내포했던 본래의 경제적, 사회적 맥락이나 가치 인식은 세대가 거듭되며 희석됩니다.


이러한 보편적 지불 관행의 부재는, 역설적으로 시장의 강력한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존재하는 사업 영역을 시사합니다. 팬덤 비즈니스 또는 특정 세계관(lore)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이에 해당합니다. 대중 매체를 통해 획일화된 국가적 결제 습관을 더 이상 형성할 수 없게 된 이상, 시장은 자체적으로 견고하고 독특한 가치 체계 및 지불 관성을 보유한 집단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이해하기 어려운 독자적 가치 기준으로 비주류 영역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해 온 이 기이한 집단을 우리는 '오타쿠'라고 불러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타쿠가 미래 상업의 핵심이 되는 이유입니다.


대중 매체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대중 자체가 다수의 소집단(fragmented masses)으로 분화함에 따라, 과거 소수 하위문화의 선도자였던 오타쿠의 소비 특성이 역으로 보편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커머스의 미래는, 외부의 표준 가격이 아닌 내부적으로 공유된 가치를 기준으로 제시 가격을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우호적 소비자 집단, 즉 '오타쿠'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을 확보하는 데 달려있습니다.


[덕후 커뮤니티들을 위로할줄 아는 회사 메제웍스 제공]


부록

<기약없는 오타쿠미라이 2편: 추가 논의 과제>


1. 단순히 결제 행위의 발생에만 급급한 시장 진입자가, 과연 소비자의 내면화된 '결제 관성' 자체를 확보할 수 있을까? 가상 세계(world)의 소유권을 기반으로 사실상 무한한 가상 재화를 공급할 수 있는 게임 산업의 모델과 이들의 접근법은 근본적으로 어떻게 구별되어야 하는가?


2. 소규모의 고(高) ARPU(User당 평균 수익) 집단(예: 500명)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은 언제, 그리고 어떠한 경로를 통해 유의미한 규모의 자본 확충(소위 '빌딩을 올리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이 핵심 집단의 규모를 1,000명으로 확장하기 위해 요구되는 대작(혹은 핵심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3. 하위문화의 대중화 시대에, '패션'이라는 특정 분야의 애호가 집단이 과연 '팬덤'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수용할 것인가? 이들은 애니메이션과 같은 전통적 팬덤 콘텐츠를 주된 사료(feed)처럼 소비하며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혹은 며칠 만에 이탈할 것인가?


4. 진정한 '컬트(cult)' 집단은 스스로를 '컬트'라 규정하지 않는 법이다. 스스로 '자랑스러운 마교'라 칭하며 정체성을 과시하는 주체가 "어떻게 하면 오타쿠 집단에게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그 질문이 내포한 '진정성(authenticity)'의 실체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김동은WhtDrgon.@MEJEworks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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