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11장 · 인접 세계관, 추출 렌즈로서의 관점

by 김동은WhtDrgon

통념 : 좋은 작품은 누구에게나 닿는다

본강 : 닿는 경계가 미리 설계되어 있어야 닿는다


통념 : 타깃 마케팅은 작품 완성 후의 일이다

본강 : 인접 세계관 렌즈는 작품 추출 이전에 결정된다


통념 : 한 세계관 = 한 작품

본강 : 한 라이브러리 + 여러 렌즈 = 여러 작품


라이브러리 옆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10장에서 라이브러리를 지었다. 옵시디안 볼트, 메카닉 제약 매트릭스, 그래프 뷰, Git 버전 관리. 정적 자산의 인프라가 갖춰졌다. 그러나 이 인프라는 세계의 규칙과 사실의 집합일 뿐이다. 라이브러리는 한 줄의 이야기도 만들지 않는다.


이야기가 되려면 라이브러리 안의 한 궤적이 타임라인으로 추출되어야 한다. 추출에는 방향이 필요하다. 같은 라이브러리에서 군인의 이야기를 뽑을 수도 있고, 의사의 이야기를 뽑을 수도 있고, 가족의 이야기를 뽑을 수도 있다. 그중 무엇을 뽑을지를 결정하는 것이 누구인가. 우리가 만나려는 독자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 독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다른 세계관이다.


이 다른 세계관, 곧 우리가 만나려는 독자가 이미 거주하고 있는 정서적 영역을 우리는 인접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부산행이 좀비 세계에서 가족 렌즈로 추출된 영화이고, 해리포터가 마법 세계에서 학교 렌즈로 추출된 소설인 이유가 여기 있다. 라이브러리는 한 곳에 있고, 렌즈가 그 옆에 걸린다. 렌즈가 바뀌면 같은 라이브러리에서 다른 이야기가 뽑힌다. 이 분리가 가능할 때만 IP가 IP로 작동한다.


이 한 문장을 다른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한 편의 작품만 만들 수 있는 라이브러리는 라이브러리가 아니다. 작품 부록이다. 라이브러리는 여러 번 반복해서 다르게 수확될 수 있을 때 비로소 라이브러리라는 이름을 받는다. 그 반복해서 다르게 수확할 수 있다는 성질을 만드는 것이 인접 세계관이라는 렌즈이다.


이번 장에서는 이 렌즈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인접 세계관이란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분류가 존재하며, 어떻게 선택되고, 어떻게 작품에 적용되는가. 그리고 게임 메커니즘이 인접 세계관 학습 가속기로 작동하는 방식,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때 인접 세계관이 어떻게 변환되는지, 마지막으로 한국 콘텐츠가 직면한 인접 세계관 문제 두 가지를 같이 본다. 가족이라는 한국적 결핍과 18세기 후반~19세기 초 여성 작가들이다.


인접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먼저 단어부터 풀자. 인접이라는 한자어는 수학·지리학에서 왔다. 두 영역이 경계를 공유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두 나라가 인접하다는 것은 국경을 공유한다는 뜻이고, 두 도형이 인접하다는 것은 한 변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핵심은 공유하는 경계이다.


인접 세계관도 같은 구조이다. 내 세계관과 독자의 기존 세계관이 한 경계를 공유할 때, 독자는 그 경계를 넘어 내 세계관으로 들어올 수 있다. 경계를 공유하지 않으면 아무리 내 세계관이 훌륭해도 독자는 건너올 다리가 없다. 그래서 창작자가 해야 할 일은 훌륭한 세계관을 만들기가 아니라 내 세계관과 누군가의 기존 세계관 사이에 경계를 의도적으로 설계하기이다. 이 차이가 핵심이다.


두 가지 동시 정의

인접 세계관은 한 단어이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가리킨다.


수용자 측면에서, 인접 세계관은 아직 내 세계관에 진입하지 않았으나 호환성 인자²를 가진 잠재 독자이다. 좀비물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가족 드라마 팬이 부산행을 보러 갔을 때, 그 사람이 인접 세계관 보유자다. 우리 세계관의 직접 팬이 아니지만, 무언가 하나의 공통 요소 때문에 진입할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다.


설계자 측면에서, 인접 세계관은 그 잠재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적용하는 관점의 렌즈이다. 부산행의 창작자가 좀비 세계에서 부모-자식 관계라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추출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설계이다. 특정 인접 세계관을 가진 독자를 의식하면서, 그들이 이미 가진 세계와 맞닿는 관점을 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 두 정의가 한 단어 안에 동시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수용자가 누구인가와 설계자가 무엇을 적용하는가는 동전의 양면이다. 수용자를 정확히 보지 못하면 설계가 표면적이 되고, 설계가 정밀하지 않으면 수용자에게 닿지 못한다.


정확히 닿진 않는다, 상업화를 위한 어림셈

여기서 한 가지 단서를 강조해 둔다. 인접 세계관은 정확히 그 지점에 가서 닿진 않는다. 상업화를 위해 어느 정도 걸어두는 어림셈이다. 좀비 세계의 가족 렌즈가 가족 드라마 팬에게 100% 닿는 게 아니다. 그중 절반이 닿고, 절반은 좀비라서 보러 오지 않은 사람으로 남는다. 그 절반이라도 끌어오려고 렌즈를 의식적으로 거는 것이지, 모두에게 닿는다는 환상은 처음부터 없다.


이 단서가 중요한 이유는, 인접 세계관 분석을 마치 과학적 타깃팅으로 오해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19개 축, 12셀 매트릭스 같은 도구가 정밀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느 셀에 우리가 더 잘 닿을지에 대한 어림셈이다. 어림셈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백 배 낫고, 그 어림이 한 작품의 도달 범위를 두세 배로 늘린다. 다만 정확히 닿는다는 표현은 늘 한 발 빼고 듣는 게 좋다.


인접 세계관 진입자가 곧 공범 후보다

3주차 8장에서 우리는 공범⁶이라는 개념을 다뤘다. 약탈적 소비자가 1등이 되면 보러 오는 사람이라면, 공범은 1등이 되기 전부터 밀어올려주는 사람이다. 이 책 꼭 봐, 절대 못 맞출 걸 하고 친구에게 링크를 보내는 사람. 이들이 한 작품을 IP로 자라게 만드는 진짜 동력이다.


인접 세계관 개념이 여기서 한 번 더 살아난다. 인접 세계관에서 건너오는 진입자는 단순한 첫 독자가 아니라 공범 후보이다. 부산행을 좀비 팬이 아닌 가족 드라마 팬이 봤을 때, 그가 부산행이 그냥 좀비 영화가 아니다.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다라고 다른 가족 드라마 팬에게 추천하면, 그 추천이 다음 진입자를 만든다. 인접 세계관은 진입자만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진입한 사람이 다음 진입자를 데려오는 사슬을 만든다. 그래서 인접 세계관 설계는 마케팅 깔때기 설계가 아니라 공범 사슬 설계에 가깝다.


마케팅의 인접 시장과 다른 점

비슷한 단어가 마케팅에 있다. 인접 시장(Adjacent Market)¹이다. 새로운 상품이 진입할 때 기존의 어느 시장과 맞닿아 있는지를 분석하는 개념이다. 헬스케어 앱이 명상 앱 시장과 인접하다고 판단하면 명상 앱 사용자에게 마케팅 예산을 집중한다. 새 시장을 개척하는 것보다 인접 시장에서 고객을 데려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발상이다.


인접 세계관은 이 개념을 서사 설계에 응용한 것이다. 차이는 작지 않다. 마케팅의 인접 시장은 이미 존재하는 시장의 관계 분석이고, 인접 세계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독자 집단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적 설계이다. 전자는 분석이고 후자는 설계이다. 전자는 현재를 읽고 후자는 미래를 만든다.


라이브러리에 심는 것이 아니라 옆에 거는 것

이 차이가 11장에서 가장 묵직한 한 부분으로 이어진다. 인접 세계관은 라이브러리에 심어지지 않는다. 라이브러리 옆에 걸린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가. 인자를 라이브러리 안에 박아 두면 한 편의 작품이 나오고 끝난다. 부산행을 만들 때 이 세계관은 가족 이야기다라고 라이브러리에 못 박아 두면, 다음 작품도 가족 이야기를 해야 한다. 군인 이야기를 하려면 새 라이브러리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매 작품이 새로 시작되고, 자산은 누적되지 않는다.


인자를 렌즈로 분리해 두면 매번 다른 작품이 나온다. 좀비 세계라는 라이브러리는 그대로 두고, 첫 작품에는 가족 렌즈를 걸어 부산행을 만들고, 다음 작품에는 군인 렌즈를 걸어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라이브러리는 한 곳에 있고, 렌즈만 바뀐다. 심는 것과 고르는 것의 차이가 IP의 차이이다. 한 번 만들어진 라이브러리에서 다섯 편, 열 편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뽑을 수 있게 되는 그 순간이, 자산이 IP가 되는 순간이다.


이것은 4주차 인사이트의 핵심 통찰 중 하나이다. 라이브러리는 이야기가 아니다. 라이브러리는 이야기가 발생할 조건이다. 그 조건 위에 어떤 렌즈를 걸 것인가가 두 번째 결정이고, 그 결정이 매 작품마다 새로 이루어진다. 라이브러리의 가치는 쌓인 설정의 양이 아니라 추출 가능한 렌즈의 다양성이다.


[소결]

인접 세계관은 내 세계관과 독자의 기존 세계관이 공유하는 경계이며, 수용자(잠재 독자)와 설계자(관점의 렌즈) 두 측면에서 동시에 정의된다.

인접 세계관은 정확히 닿는 도구가 아니라 상업화를 위한 어림셈이다. 어림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 백 배 낫지만 정확히 닿는다는 표현은 한 발 빼고 듣는 게 좋다.

인접 세계관에서 건너오는 진입자는 단순 독자가 아니라 공범 후보이며, 인접 세계관 설계는 곧 공범 사슬 설계이다.

마케팅의 인접 시장이 기존 시장의 분석이라면, 인접 세계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독자 집단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적 설계이다.

인자를 라이브러리에 심으면 한 편이 나오고 끝나지만, 옆에 걸면 매번 다른 작품이 나온다. 이 차이가 IP의 차이이다.


부산행의 해부, 좀비 위에 가족을 얹다

추상적 정의를 보았으니 구체로 들어가자. 인접 세계관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한국 영화가 부산행이다.


장르의 외피와 관점의 렌즈

부산행의 기본 장르는 좀비물이다. 좀비가 나오고, 생존자들이 도망치고, 물리는 사람이 좀비가 된다. 좀비 장르의 모든 기본 요소가 들어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좀비 장르 팬덤만 본 작품이었다면 천만 관객은 오지 않았다. 한국에서 좀비 장르의 핵심 팬층은 많아야 수십만 명이다. 천만이 오려면 좀비 장르 바깥에서 훨씬 많은 관객이 와야 한다.


부산행의 창작자는 그래서 좀비라는 세계 설정 위에 가족이라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추출했다. 주인공은 펀드 매니저이자 이혼한 아빠다. 어린 딸과 사이가 소원하다. 딸의 생일에 엄마를 만나러 부산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좀비 사태가 벌어진다.


이 설정에 좀비 장르의 관습은 거의 없다. 펀드 매니저, 이혼한 아빠, 딸의 생일, 엄마. 이것은 전부 가족 드라마의 어휘이다. 일에 치인 아빠, 위기 상황에서 자식을 보호하며 자신을 되찾는 이야기. 가족 드라마의 가장 표준적인 구조이다.


좀비가 장르의 외피라면 가족은 관점의 렌즈이다. 좀비 팬덤이 아닌 가족 드라마 팬들이 이 영화에 오는 이유는 좀비가 궁금해서가 아니다. 아빠와 딸의 이야기가 궁금해서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은 좀비의 액션보다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따라간다. 좀비는 그 관계 변화를 극적으로 몰아붙이는 외부 압력으로 작용할 뿐이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이다. 좀비 세계관은 수많은 가능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중 군인의 이야기를 추출할 수도 있었고, 의사의 이야기를 추출할 수도 있었고, 생존주의자의 이야기를 추출할 수도 있었다. 부산행의 창작자는 가족이라는 관점의 렌즈를 선택해서 그 관점에 맞는 타임라인을 추출한 것이다. 다른 렌즈를 선택했다면 같은 좀비 세계에서 완전히 다른 영화가 나왔을 것이다. 만화책은 만화책 독자의 인접 세계관을, 대중 영화는 대중의 신파 세계관을 건드린다.


결합의 구체적 지점들

가족 관점이 좀비 세계 위에 적용된 구체적 지점이 몇 가지 있다. 이 지점들을 보면 외피와 렌즈가 어떻게 정확히 맞닿아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첫째, 주인공의 직업과 성격. 펀드 매니저라는 설정은 일에 치여 가족을 못 챙긴 현대 아빠의 전형을 그대로 불러낸다. 한국 관객에게 이 전형은 너무나 익숙하다. 관객은 주인공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 이미 이 사람이 어떤 아빠인지를 짐작한다. 그 짐작이 가족 드라마의 입구이다.


둘째, 딸의 생일과 엄마. 이혼한 부부, 딸의 생일을 맞아 엄마를 만나러 가는 여정. 이것 역시 가족 드라마의 표준 장치이다. 이 설정이 영화의 첫 10분 안에 제시되는 이유는 좀비가 나오기 전에 가족 드라마 팬을 좌석에 앉혀두기 위해서이다.


셋째, 위기 상황에서의 선택. 좀비가 나오기 시작하면 주인공은 반복적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 내 딸만 구할 것인가, 다른 사람도 구할 것인가. 이 선택의 구조는 좀비 장르의 구조가 아니라 가족 드라마의 구조이다. 좀비는 아빠가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묻는 외부 장치로 쓰였다.


넷째, 마지막 장면. 결말의 감정적 정점은 좀비의 격퇴가 아니라 아빠와 딸의 이별이다. 이것은 좀비 영화의 결말이 아니다. 가족 드라마의 결말이다. 관객이 극장을 나올 때 가져가는 감정은 좀비의 공포가 아니라 부성의 슬픔이다.


두 세계관이 정확히 맞닿을 때

부산행의 힘은 두 세계관이 정확히 맞닿는 지점들을 섬세하게 설계했다는 것이다. 그저 좀비 영화에 아빠 딸도 나온다 정도로는 부족하다. 가족 세계관의 모든 전형적 순간을 좀비 장르의 위기 구조 안에 정확히 배치해야 한다. 한국의 가족 드라마 팬이 아, 이건 내가 아는 이야기야라고 느끼는 순간이 영화 내내 반복되어야 한다.


이 배치가 부정확하면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된다. 좀비 팬은 좀비 액션이 약하다고 불평하고, 가족 드라마 팬은 가족 이야기가 이상하다고 불평한다. 두 세계관이 진정으로 결합하려면 창작자가 양쪽 관습 모두를 진지하게 존중해야 한다. 한쪽을 들러리로 삼으면 경계가 맞닿지 않는다.


이것이 인접 세계관 설계의 첫 번째 실무 원칙이다. 외피와 렌즈는 둘 다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 좀비를 들러리로 쓰면 좀비 팬이 떠나고, 가족을 들러리로 쓰면 가족 드라마 팬이 떠난다. LGBTQ+도 마찬가지이다. 두 세계관이 동시에 살아 있을 때만 두 시장이 동시에 열린다.


[소결]

좀비는 부산행의 외피이고 가족은 관점의 렌즈이다. 좀비 세계관에서는 군인·의사 등 다른 이야기도 추출 가능했지만 부모-자식이라는 렌즈가 선택된 결과물이다.

결합은 주인공 직업, 출발 동기, 위기 상황의 선택, 마지막 장면 등 네 지점에서 정밀하게 이루어진다.

외피와 렌즈 양쪽이 진지하게 존중될 때만 두 시장이 동시에 열린다. 한쪽을 들러리로 쓰면 두 시장 모두 닫힌다.


같은 구조의 보편성, 다른 사례들

부산행의 구조는 성공한 많은 작품에서 반복된다. 몇 가지 사례를 빠르게 보자. 모두 외피 × 보편 렌즈의 같은 패턴을 따른다는 점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해리포터 = 마법 × 학교 렌즈. 마법이라는 세계 설정을 학교라는 관점으로 추출했다. 마법을 한 번도 믿지 않는 사람도 학교에서 겪은 소속감과 우정의 경험은 가지고 있다. 해리가 호그와트에 도착하는 장면은 마법의 장면이 아니라 새 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모든 아이의 기억을 건드리는 장면이다. 기숙사 배정, 첫 친구, 무서운 선생님, 라이벌 그룹. 이것은 전부 학교의 어휘이다. 만약 해리포터가 학교 없이 마법만 있었다면, 그것은 매니아 팬덤의 작품으로 끝났을 것이다. 전 세계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토이 스토리 = 장난감 × 이별과 성장의 렌즈. 장난감이 지각력을 가진 세계는 매우 비현실적이다. 그런데 그 세계에서 아이가 자라면서 장난감을 버리는 궤적이 타임라인으로 추출되었다. 이것은 부모가 자식을 독립시키는 경험, 자식이 부모를 떠나는 경험, 나이가 들면서 한때 사랑했던 것과 이별하는 경험을 건드린다. 모든 인간이 어느 시점엔가 겪는 보편 경험이다. 장난감이 주인공이지만 이야기의 진짜 주제는 이별과 성장이다.


에일리언 = SF × 직장 렌즈. 첫 번째 에일리언 영화의 첫 20분은 우주선 승무원들이 월급 계산과 노동 조건에 대해 불평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있는 이유는 SF 팬이 아닌 직장인 관객에게도 이 사람들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우주 모험가가 아니라 월급쟁이이다. 월급쟁이가 외계 생명체를 만난다는 이야기가 에일리언이다. SF는 세계 설정이고 직장은 그 세계에서 이야기를 뽑아낼 때 적용된 관점의 렌즈이다.


반지의 제왕 = 판타지 × 귀향 렌즈. 톨킨은 1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이 있다. 반지의 제왕의 가장 깊은 정서는 전쟁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이다. 샤이어를 떠난 호빗들이 긴 모험 끝에 다시 샤이어로 돌아오는 이야기. 이 귀향의 정서는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에게도 닿는다. 누구나 어딘가를 떠났다가 돌아오는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는 세계 설정이고 귀향은 그 세계에서 선택된 추출의 렌즈이다.


이 사례들이 한 가지를 드러낸다. 렌즈는 인류가 이미 가진 보편 세계관 목록에서 선택된다. 가족, 학교, 이별, 성장, 직장, 귀향. 이것들은 특정 시대나 문화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거의 모든 인간이 일생 중 어느 시점엔가 경험하는 상황이다. 이 보편성이 있어야 렌즈가 작동한다.


인접 세계관 설계의 첫 질문은 그래서 이것이다. 내 라이브러리에서 타임라인을 추출할 때, 인류의 어떤 보편 관점의 렌즈를 적용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그 보편 관점의 목록이 어느 정도 손에 잡혀 있어야 한다. 다음 절에서 그 목록을 펼친다.


[소결]

해리포터·토이스토리·에일리언·반지의 제왕은 모두 같은 구조다. 외피 × 보편 렌즈의 결합.

보편 렌즈는 인류가 이미 가진 보편 세계관 목록에서 선택된다. 가족·학교·이별·성장·직장·귀향처럼 거의 모든 인간이 경험하는 상황이다.

인접 세계관 설계의 첫 질문: 내 라이브러리에서 어떤 보편 관점의 렌즈를 적용할 것인가.


호환성 인자의 지도, 19개 분류와 193개 항목

이 보편 관점의 목록은 사실 무한히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리 가능하다. 4주차 키워드 해제 자료에서 우리는 이 목록을 19개 대분류, 193개 항목의 사전으로 정리했다. 이 절에서는 그 사전의 윤곽을 펼쳐 보겠다. 자세한 항목은 별도 자료를 참조하면 되고, 여기서는 어떤 분류축이 있고, 그 축들이 어떻게 서로 다르게 작동하는지만 본다.


네 가지 기본축, 관계·생애·공간·정서

가장 큰 4개 축은 보편적이다. 시대·문화를 거의 가리지 않는 인간 경험의 기본 형태들이다.

1. 관계 기반. 인간이 인간과 맺는 관계. 부모-자식, 형제자매, 조부모-손주, 친척·가문, 친구, 연인, 동료·팀, 스승-제자, 라이벌, 멘토-멘티. 대부분의 독자가 관계의 이름으로 자기 삶을 먼저 분류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분류보다 앞에 놓이는 접속면이다.

2. 생애 기반. 한 사람의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은 통과하는 관문. 성장·사춘기, 입시·수험, 군 입대·전역, 사회 초년, 첫사랑, 결혼, 부모 되기, 학부모 되기, 이별·이혼, 상실·사별, 노화·은퇴, 투병·간병. 통과 직전·직후·진행 중의 수용자가 서로 다른 강도로 공명한다.

3. 공간·조직 기반. 특정 공간이 만드는 공통 경험. 학교, 직장, 가정, 병원, 군대·경찰·소방, 여행, 이주·이민, 전쟁, 재난, 감옥·격리. 그 공간을 통과한 사람이 장르와 무관하게 묶인다.

4. 정서 기반. 특정 정서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 소속감, 그리움·노스탤지어, 경외·숭고, 용서, 희망, 불안, 복수, 배신, 희생, 수치·자기혐오. 상황보다 한 층 추상적이지만 더 깊게 꽂히는 감정의 창이다.

이 네 축이 인접 세계관 사전의 뼈대이다. 부산행의 부모-자식 관계는 1번 축에 있고, 해리포터의 학교는 3번 축에 있고, 토이 스토리의 이별과 성장은 2번과 4번 축의 결합이다. 시작은 항상 이 네 축에서 한다.


시대 특수 축들, 5번부터 19번까지

기본 4개 축 위에 시대 특수 축 15종이 얹힌다. 21세기·한국이라는 특정 맥락에서 강하게 작동하는 접속면이다. 헤드라인만 모으면 다음과 같다.


장르 팬덤 / 6. OTT·영상 소비 / 7. 게임 플레이 / 8. 웹소설·웹툰 태그 / 9. 팬덤·덕질 / 10. 신념·가치관 / 11. 취미·라이프스타일 / 12. 반려·돌봄 / 13. 소비·브랜드 / 14. 플랫폼·디지털 / 15. 국가·지역 / 16. 직업·전문성 / 17. 계급·경제 / 18. 커뮤니티·소속 / 19. 코어(-core)·미학.


각 축의 세부 항목과 사례 작품(보통 한 축에 8~10개)은 별책 자료 4주차 키워드 해제 §1~§19에 정리되어 있다. 강의에서는 자기 작품에 적용할 축 한두 개를 골라 별책의 해당 절을 펴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193개 항목이 이 19개 축 안에 정리되어 있다. 이 사전은 플롯이 아니다. 작품을 어떻게 쓸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 작품의 잠재 독자가 이미 어디에 거주하고 있는지를 찾는 사전이다. 창작자는 라이브러리를 앞에 두고 이 사전을 펼친 다음, 자기 라이브러리의 키워드와 가장 적게 저항하는 접속면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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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메제웍스 CEO. 배니월드,BTS월드, 세계관제작자. '현명한NFT투자자' 저자. 본질은 환상문학-RPG-PC-모바일-쇼엔터-시네마틱-게임-문화를 바라보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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