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파악, 무관심, 장점발견
우리는 일상에서 흔히 콤플렉스라는 말을 쓴다. 콤플렉스라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가 강한데 정말 그럴까? 콤플렉스가 있다는 것은 무조건 좋지 않을까?
2019년 스마트학생복이 756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화장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 넘는 58.5%(442명)이 화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7명은 남학생이었다. 청소년들이 화장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1위(31.1%), ‘외모나 피부 등 콤플렉스를 가리기 위해서’가 2위(22.6%)로 꼽혔다.
화장으로 해결되는 정도의 콤플렉스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바노바기 성형외과는 2018년 내방객들을 대상으로 환자들의 성향 및 트렌드를 분석했다. 조사결과 10대들의 환자 수가 전년대비 30% 급등한 것으로 밝혀졌다. 10대의 경우 성장이 덜 끝난 경우가 많아 무리하게 수술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콤플렉스를 없애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는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콤플렉스가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외모는 기본이고, 전공과 연봉 등 수많은 비교요소들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콜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9.7%가 ‘출신전공에 대해 스트레스나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라고 답했다. 사람인에서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이 느끼는 콤플렉스’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5.1%가 ‘콤플렉스가 있다.’고 답했다. 콤플렉스의 이유도 다양하다. 연봉(48%, 복수응답), 외국어(35.5%), 학벌(28.8%), 업무역량(26.4%), 인맥(23.2%), 처세술(18.5%), 집안 경제력(17.9%) 순으로 나타났다.
콤플렉스는 끝이 없다. 외모, 전공, 연봉, 외국어, 학벌, 업무역량, 인맥, 처세술, 집안 경제력 등 모든 분야에서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사실 콤플렉스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콤플렉스가 전혀 없다면 그것이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았을 때 어떠한 부분도 개선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콤플렉스에 대한 오해를 해결하는 것이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꼭 어떤 정신과적 문제,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은 콤플렉스를 극복하며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적당한 콤플렉스는 한 개인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데 훌륭한 재료가 되기도 한다.
물론 콤플렉스가 자신의 일상에 지장을 끼칠 정도로 큰 압박감을 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게 되고, 자신감을 잃어서 의기소침해진다. 정말 심각한 경우 성형중독, 정신질환, 우울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심지어 외모콤플렉스가 심한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 타인을 공격하거나 심한 악플을 다는 사이버폭력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우리는 스스로가 어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 콤플렉스가 나를 성장시키는 요인인지, 나를 파괴시키는 요인인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를 통해 콤플렉스를 잘 관리하고 극복해야 한다. 콤플렉스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자. 대체 콤플렉스가 뭘까?
콤플렉스란 감정, 행동에 강한 영향을 주는 무의식적인 마음의 반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열등감 콤플렉스’이다.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못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외모, 전공, 연봉 등 우리가 주변에서 보고, 직접 경험하는 대부분의 콤플렉스는 모두 열등감 콤플렉스에 속한다.
‘주변에 잘나가는 사람들에 비해 제 능력이 부족하고 연봉도 작아서 자신감이 떨어져요’, ‘다른 사람들은 내 외모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밖에 나갈 때마다 신경 쓰여요’, ‘콤플렉스가 심해서 성형을 했는데, 사람들이 예쁘다는 말을 해도 제 눈에는 만족이 되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자꾸 연기를 하게 돼요. 제 진짜 모습을 보여주면 실망하고 저를 떠날까 봐 걱정돼요.’, ‘다른 사람들이 다 저의 출신학교를 보고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이처럼 콤플렉스는 상황을 왜곡해서 보게 만든다. 하나의 현상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게 만들뿐더러, 부정적으로 일반화시킨다. 인생의 모든 부정적인 현상들이 다 나의 콤플렉스 때문에 생겼다고 느끼게 된다. 부정적 생각, 부정적 감정, 부정적 행동을 유발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런 조언도 무용지물이다.
‘외모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내면이야’, ‘학벌보다 실력이 중요해’, ‘인생에 돈이 전부가 아니야. 자신감을 가져’ 등등의 수많은 조언들은 머릿속으로 이해할지언정 콤플렉스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여주지 않는다.
심지어는 우리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했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이러한 콤플렉스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2015년 5월 27일,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배우 나탈리 포트만은 자신의 모교인 하버드대학교에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그녀는 연설을 통해 자신이 하버드대학교 재학생 시절, 콤플렉스로 인해 굉장히 많은 시간과 감정을 소모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1999년 하버드대학교 신입생으로 섰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드네요. 입학식 날 느꼈어요. 이건 실수라고. 난 여기 있는 사람들 사이에 있기엔 충분히 똑똑하지 못했거든요. 그 후 입을 열 때마다 매 순간 ‘난 멍청한 여배우가 아니야!’라는 걸 증명하는 데 너무 많은 애를 쓰고 시간을 소비했어요. 일부러 신경생물학이나 고급 히브리어 문학처럼 어려운 수업만 골라 들었죠… 사실 내가 유명했기 때문에 입학한 거였어요. 남들도 그렇게 봤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역배우 시절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은 나탈리 포트먼은 6개 국어를 구사하고 하버드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을 만큼 충분히 뛰어나고 노력하면서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콤플렉스가 무의식을 지배하게 되면, 포트먼처럼 당당하게 얻어낸 성취마저도 ‘나의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았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나를 본모습을 알고 실망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가면증후군’ 혹은 ‘사기꾼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경험을 하는 것은 포트먼 뿐만이 아니다. 헐리우드 배우 엠마 왓슨 또한 한 인터뷰에서 ‘무언가를 잘 해낼수록 내가 무능력하다는 느낌이 커졌다.’라고 말한 적이 있으며, 개그맨 정형돈 씨 역시 압박감으로 인해 잠시 방송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한 인터뷰 중 그가 한 말이다. ‘웃기지 못할까봐 두렵고 운으로 이 자리에 온 것이라고 생각해 언젠가 대중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 불안하다.’
이처럼 과도한 콤플렉스는 우리의 삶을 갉아먹고, 영혼을 다치게 한다. 어떻게 해야 내 자신을 망가뜨리는 콤플렉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첫 번째로는, 내가 어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고, 이 콤플렉스가 나에게 무슨 악영향을 주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다. 무의식의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감정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콤플렉스 극복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인기피증, 우울증, 사회부적응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정의하지 못한다.
때문에 ‘내가 ~~~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구나’ 라고 인식하는 그 자체만 해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내가 언제, 어떻게, 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지 의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추를 꿰기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 자신이 어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지 알았다면 이제 그 콤플렉스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생각만으로 절대 불가능하다. ‘파란 코끼리’ 실험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파란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머릿속에는 파란코끼리로 가득 차게 된다. 이처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면 오히려 더 집착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생각들과 멀어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생활패턴을 평소보다 훨씬 더 바쁘게 지내는 것이다. 콤플렉스를 생각할 겨를이 최대한 없어지도록 할 일을 만들어야 한다. 운동이나 독서와 같이 좋은 방향의 취미생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흥미가 없는 분야의 일을 갑자기 시작하려고 하면 오히려 잡생각이 많이 들게 된다. 따라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의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몸과 마음이 바쁘면, 자연스레 콤플렉스를 떠올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바쁜 생활이 안정되면 무의식 속에서 점점 콤플렉스가 멀어지게 된다.
세 번째, 콤플렉스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장점을 찾아 집요하게 실행한다. 일단 움직여야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가진 장점이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진지하게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 여기에서 장점은 엄청나게 클 필요가 없다. 우리가 작은 콤플렉스를 크게 여기는 것처럼, 하나의 작은 장점도 우리의 인생에서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방청소를 잘한다.’, ‘요리를 잘한다.’, ‘글을 잘 쓴다.’ 등등... 어떠한 부분에서든 작은 장점이라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에 매몰되다 보면, 자꾸 콤플렉스에 대해 떠올리기 쉽다.
그럴 시간에 자신이 잘하는 장점을 찾고, 비교적 수월하게 성공할 수 있을 정도의 목표를 설정하라. 작은 일을 하나씩 성공시켜 나가다보면 자신감이 향상된다. 작은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그보다 조금 더 큰 목표, 그 다음 큰 목표를 설정하면서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 자신의 장점에 집중하며 하나씩 성취를 만들어나가는 것보다 자존감을 높이고 열등감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요약정리 :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과도한 콤플렉스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적당한 콤플렉스는 우리의 인생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콤플렉스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성장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콤플렉스는 정신적인 장애를 유발하기도 하며,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게 만든다. 또한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성과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고, 가면 증후군에 빠지기도 한다. 내 자신을 망치는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어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몸과 마음을 평소보다 바쁘게 해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콤플렉스보다 자신의 장점에 집중하며 하나씩 성취를 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