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아트페어 입문기
NFT가 미술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의 NFT 아트페어가 개최되고 있다. 아트페어는 예술작품의 판매를 목적으로 한 미술시장으로, 경매와 함께 예술작품 거래의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회화, 조각, 판화, 공예 등과 같은 예술작품을 오프라인 부스에서 판매하는 형태가 주를 이루었다면, NFT로 만들어진 디지털 예술작품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온라인 가상 플랫폼을 이용한 아트페어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 NFT 아트페어로는 ‘크립토 아트페어(Crypto Art Fair)’가 대표적이다. NFT 매거진이 론칭한 크립토 아트페어는 지난 11월 2일 뉴욕 타임스퀘어와 미트패킹 디스트릭트(Meatpacking District)에서 열렸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20여 명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고, 후원자들은 NFT 형태의 미술품 수집을 통해 예술가를 지원할 수 있었다. 디지털 아트 작품은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통해서 전시되었고, 증강현실 어플리케이션인 슈퍼월드(SuperWorld)를 통해서도 감상이 가능했다. 주최 측은 해당 기간에 뉴욕에 방문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NFT 아트페어에 출품된 작품들을 ‘디스커버리 맵’에 업로드하고 주소를 배포했다.
디지털 아트페어(Digital Art Fair) 홈페이지 캡쳐‘디지털 아트페어(Digital Art Fair)’는 홍콩을 기반으로 진행 중인 NFT 아트페어로, 지난 10월 3일부터 17일까지 약 2주간 개최됐다. 40여 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에 동시에 전시되었으며, NFT를 기반으로 하는 크립토아트, 몰입형 체험 작품, 뉴미디어 아트 등이 주를 이루었다. 아트페어에는 뉴미디어 아티스트인 레피크 아나돌(Refik Anadol)과 최초의 NFT 가상하우스를 만든 크리스타 킴(Krista Kim) 등이 참여했다. 전시 외에도 다양한 토크 프로그램 등을 통해 디지털 아트와 NFT 수집 팁에서부터 가상현실 예술을 창조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여러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두루 들을 수 있었다.
타임스퀘어 전광판의 NFT.NYC 광고 (출처: NFT.NYC 홈페이지)NFT 세계에서는 ‘커뮤니티’가 중추적 역할을 하는 만큼 다양한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것이 NFT 예술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지난 11월 NFT 콘퍼런스인 ‘NFT.NYC’에서는 NFT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2019년 시작된 본 행사는 작년 큰 주목을 받았는데, 6백여 명의 전문가와 5천여 명의 관중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콘퍼런스에서는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NFT 시장의 큰 축을 차지하는 예술에 대한 정보가 오갔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는 작가가 많았다고 전해지며, 해외에서는 NFT가 신진작가의 등용문으로도 기여하고 있어 이러한 콘퍼런스는 작가와 컬렉터 사이의 연결고리로 기능한다.
NFT 예술이 공공미술로 기능하는 것도 하나의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NFT 미술은 대형 전광판과 같이 공공의 접근이 용이한 곳이나 웹상에 주로 전시된다.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큐브 아트페어(Cube Art Fair)’의 경우에는 지난 6월 뉴욕 타임스퀘어의 광고판을 활용해 NFT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처럼 NFT는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되고 있다. 큐브 아트페어는 실제로 아트포올(Art4all)이라는 명칭의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아트페어가 취소된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작된 것이다. 예술작품은 보통 박물관과 미술관에 전시되어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보이지만, NFT 예술은 수백만 명에게 노출됨으로써 예술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NFT 아트페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9월 임팩트스테이션의 주최로 메타버스에서 개최된 ‘넥스트 아트페어(Next Art Fair)’가 대표적이다. 넥스트 아트페어에서는 120팀의 작가들이 출품한 1500여 개의 NFT 작품을 클레이튼 기반으로 발행, 판매했다. 조영각·차지랑·이주행×전인경·천눈이·이주행·김효재 등 신진작가가 주축이 되어 열린 국내 첫 NFT 아트페어다. 주 소비층으로 알려진 MZ세대 콜렉터들의 참여를 위해 작품 감상과 구매 모두 모바일로 진행했다. 또한 공정한 예술 유통 구조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판매 수익을 모두 작가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트페어의 형태는 아니지만 신용카드로 NFT 작품을 살 수 있는 NFT 마켓플레이스도 있다. 넥스트 아트페어를 주최한 임팩트스테이션은 더 많은 사용자가 NFT를 구매할 수 있도록 ‘메타아트’를 오픈했다. NFT는 거의 대부분 코인 등 가상자산으로만 구매가 가능한데, 메타아트에서는 신용카드와 카카오페이로 NFT 작품을 구매할 수 있어 접근성을 낮췄다. 현재 메타아트 웹사이트에서는 넥스트 아트페어에 출품한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150팀의 1700여 개 NFT를 감상할 수 있다.
NFT 미술은 여전히 저작권 이슈와 거품 논란 등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NFT 미술은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속성을 바탕으로 보다 지속가능한 심미적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NFT 미술시장이 신진작가들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시장에 공급되는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게이트키퍼(gatekeeper)를 통해 선별되어 유통되는 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을 뜻한다. 소더비(Sotheby's) CEO인 찰스 스튜어트(Charles Stewart)가 “NFT는 물리적인 예술계의 심사절차와 전통적인 게이트키퍼를 우회할 잠재력이 있다”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NFT는 예술계 없는 예술계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잠재력을 지닌다.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 1859~1952)는 예술과 일상이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순수예술이라는 환상 때문에 예술이 일상의 심미적 경험과 괴리된 것으로 오인 받는다는 것이다. 예술이 공동체에서 소통 가능한 형태로 표현된다고 본 듀이의 말처럼, 이제 NFT 미술은 개인의 심미적 경험을 넘어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예술적 경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본 글은 '프럼에이'에 발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