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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오션 Jun 02. 2024

저는 스토커랑 사귄 적이 없어요

스토킹 범죄의 일반화 - 피해자와 가해자가 연애 관계라는 오해

사이버 스토킹 당한 썰 #1

: 가해자랑 연인 사이였다고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힘드니까 




나는 30년도 못 살았는데 사이버 스토킹 피해 전적이 놀랍게도 2번이나 있다.

그럴만한 행실을 했겠지라거나 이상한 사람 만나고 다닌 거 아니냐는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보통은 말하고 다니진 않는다.

하지만 어디다가 말하긴 해야 한다. 나머지 한 번이 최근 일이고, 그걸로 은근하게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해자인 그녀와 연인으로 오해받는 것이 내 발작버튼 중에 하나가 되었다.








몇 개월 전 친구로 만난 여성에게 일방적 애증이 담긴 사이버 스토킹을 당하고, 고소하고, 불송치 결과를 받았다.

담당 경찰은 수사를 장장 몇개월 차일피일 미루더니 딱 한번 조사 후 단 며칠만에 불송치 판결을 내렸다.

이래서 우리나라 경찰은 믿을만 하지 못하다. 불신감만 계속 차오른다. 


나는 그래서 피해자 상담을 신청했다. 고소 직후에도 신청했었는데, 다시 연락준다더니 연락을 주지 않았다. 이번에 울먹거리면서 재요청 했더니 그제서야 상담으로 연결되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피해자 상담을 들으러 간 첫 날이었다.


상담사 선생님이 상담 의뢰서를 보시고는 이렇게 질문했다.

그 "남자친구"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죠?


그 말에는 2가지 오류가 있었다.

첫째. 남자가 아니다.

둘째. 연인이 아니다.


그 오해는 내가 모욕감을 느끼는 포인트였기 때문에 나는 감정적으로 나오고 말았다.

상담 의뢰서에 남자친구라고 적혀 있었나요?

수사할 때 제가 그렇게 우리가 연인 사이가 아니었으며 가해자 혼자만의 일방적인 감정일 뿐이라고 주장했는데 왜 그렇게 적힌 건가요?

그 오해는 제가 모욕감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제가 제출했던 증거에도 보면, 고백을 거절하는 것, 또 고백하겠다 해서 곤란해하는 것이 담겨 있어요.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울어버렸다. 

큰 자극을 받으면 눈물을 못참는 건 나쁜 버릇이다. 





이런 오해가 이번 한 번이었으면 울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최초로 오해 받았던 때, 그때의 기억이 수치감으로 남아있다. 

아마 다짜고짜 울어버린 것은 이전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때는 스토킹 첫 피해가 발생하고 15일을 훌쩍 넘긴 다음달 초였다. 나는 일요일 저녁에 거주지에서 제일 가까운 경찰서 여성범죄과에 방문했다. 

이 시간에는 고소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근무하고 있던 경찰 하나가 고소 절차에 대해 간단히 안내해주었다. 그러면서 어떤 연유로 찾아왔는지 등을 물었다. 나는 경찰의 요청에 따라 가지고 있던 증거 모음 USB를 컴퓨터 하나에 연결하여 그 자리에서 보여드렸다. 경찰은 그것을 잠시 살펴보더니 말했다. 



"이거 뭐, 두 분이 사랑싸움 하다가 생긴 일 아니에요? 보니까 이상한 말도 하셨네.



그때는 대강 아니라고 항변하고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경찰관도 딱히 저런 걸 계속 우기지도 않았었다. 

그냥 일상에서 흔한, 조금 기분 나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말이 계속 나를 괴롭히는 걸까? 





그러면 나는 정말 이상한 말을 한 걸까? 



나는 경솔하게 "친구"라고 생각한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말을 했었지만 그건 다분히 친구 사이에서 좋아한다는 얘기였다. 그야 걔가 유독 예민하게 굴었으니 달래줬어야 했거든... 그리고 난 그 애가 이상하다는 걸 그 지경까지 의식하지 못했던 띨빵새였다. 내가 아는 그 애는 여리고 걱정 많고 상처가 많은 친구였다. 그런 가련한 친구니까 참고 맞춰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달래주다 보면 해결될줄 알았다. 



그러나 이런 말을 했다고 하여서 

그녀는 정당성을 획득하고, 나는 결백함을 잃어버리는 걸까? 

이것이 내 결백을 부정할 근거가 되나요? 





진심으로 나는 그에게 마음 한톨도 없었다. 고백 받을 때나 관련한 언급을 들을 때나, 그저 곤란했다.... 


이유가 다양하다. 사귈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추함과 모순, 인성의 결여는 다른 글에서 자세하게 풀 수 있을 정도로 많고 다양할 정도였다! 아무리 무지갱이었던 과거의 나라도 그 정도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얘랑 사귀면 좃된다고.... 무려 그 정도였다. 



걔랑 사귈 바에 아는 2030 남녀 아무나 잡아서 고백공격하고 다니겠다. 고백 난사하고 다니다 보면 아무나 하나 건질 수 있겠지. 그렇게 건진 사람과 사귀는 게 신세가 훨씬 낫다. 진심으로 걔보다 더 나은 사람이 수두룩하다. 

물론, 지금 시점에선 크게 모난 점 없어보이는 사람도 나중에 보면 높은 확률로 다를 것이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함께 허우적거리다 보면 필연적으로 그모퉁이에 숨겨진 모난 부분에 찔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스토커보다는 멀쩡한 사람이다. 일반인에게선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라면, 얘가 나한테 한 짓은 이미 범죄의 영역이다.

좀 지내봐야 드러나는 단점과 일부 미성숙함, 그리고 성격적 차이가, 초장부터 '나 좀 걸러줍쇼' 하고 티내고 다니는 가해자보다 나은 건 몹시 자명한 거 아닌가! 

평범한 사람들의 평균에 대하여 찬양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본래 장단점과 선악을 골고루 가졌음을 안다. 이들을 성숙함과 미성숙함, 나와의 궁합 두 팩터를 놓고 점수화한다. 그 다음 낮은 점수 집단에서 한 사람을 무작위로 골라 일주일을 같이 지내라고 명령을 받는다고 치자. 그래도 그게 내가 덜 다치는 길이다! 시간을 돌려 스토커를 피할수만 있다면, (나랑 안맞을 게 자명한 사람과의) 일주일 합숙 몇 번이라도 하리! 






그녀는 내가 본인을 성추행했다느니, 집착한다느니 헛소리를 해대지만 

오히려 그녀가 일방적으로 나를 좋아했다는 근거는 무수히 찾을 수 있다. 

아마 읽는 이들은 궁금할 것이다. 뭔 짓을 했길래, 무슨 사건이 있었길래, 이런 일을? 

그야 내가 아직 사건의 정황을 제대로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주 할 말이 많으니, 근거에 대하여 하나하나 차근히 업로드를 해야지. 

그리고 글이 어느정도 많아지면 브런치북으로 묶을 것이다. 


누군가의 실증적 사례는 동병상련 피해자에게 힘이 되고, 

관련 대안을 마련하는데 유용한 근거가 된다. 

내 머릿속 구상 중 하나는... 비슷한 류의 피해자를 모아 질적 연구를 시행하고, 책으로 묶는 것이다. 

당장 해야 할 게 많아서 언제 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하고 싶다. 

가해자 너를 가만 안두리. 내가 숨을 것 같냐. 내 방식으로, 피해 사실을 책과 글로 박제할테다.



우리나라는 스토킹 법이 정말이지 약해빠졌다. 정의가 제대로 서지 않은 미친 나라. 




이 글은 24년 5월 12일, 그리고 4월에 작성했던 글이다. 

초안을 완성하여 업로드한다. 


이 글을 더 일찍 올리지 못한 이유는 내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해자와 관련해서는 떳떳한 점밖에 없는데 그밖의 이유로 인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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