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와 CX에 대한 단상
지난 주말, 교회에서 목사님께 인상 깊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는 사실이,
지금 당신의 신앙 상태를 증명해주진 않습니다.
원래는 종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직업병처럼, 이 문장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다른 단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 CX, 고객경험.
마케터로 10년 가까이 살다 보면 이런 게 습관이 됩니다. 설교 말씀도 슬라이드로 변환해서 듣게 됩니다. 직업병이 꽤 심각한 수준입니다.
심리학에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이 제안한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어떤 경험을 기억할 때 그 모든 순간을 평균 내지 않습니다. 대신 딱 두 가지 순간만 선명하게 저장합니다. 바로 가장 강렬했던 순간(Peak), 그리고 가장 마지막 순간(End) 2가지이죠.
10년을 다닌 단골 식당을 어느 날 갑자기 끊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 법칙이 바로 이해됩니다. 그동안 먹었던 100끼의 맛있는 식사가 갑자기 맛없어져서가 아닙니다. 마지막 방문에서 겪은 사장님의 무뚝뚝한 태도, 혹은 국물에서 발견한 머리카락 한 올. 그 '마지막 순간'의 불쾌함이 과거 10년의 한껏 쌓인 만족감을 순식간에 덮어버리는 것입니다.
마케팅 현장에서도 이런 착각을 자주 목격합니다.
"우리가 작년 캠페인에서 고객들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줬는데."
"우리 브랜드 인지도가 얼만데, 이 정도 실수는 이해해 주겠지."
하지만 고객은 만족을 적립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쌓아둔 감동 포인트로 오늘의 불편함을 퉁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브랜드 담당자의 큰 착각입니다. 고객은 냉정하게도 '지금 이 순간'의 만족도와, 서비스와 헤어지는 '그 마지막 접점'의 경험으로 브랜드를 평가합니다.
다음에 우리 브랜드를 처음 이용했던 니즈가 다시 생겼을 때 고객은 어디로 돌아갈까요. 브랜드가 고객을 떠나보내는 그 순간의 경험이, 재방문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결국 브랜딩은 완료형이 될 수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아니 브랜드가 존재하는 한 '진행형'이어야 합니다. 과거에 공들여 쌓아 둔 헌신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습니다. 어제의 칭찬에 취해 오늘의 디테일을 놓치면, 공들여 쌓은 탑은 마지막 벽돌 하나 때문에 무너집니다. 화려한 유입보다, 고객이 떠나는 그 순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브랜드의 진짜 민낯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브랜딩이 이렇게 고단한 일인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리셋되는 고객의 기대치를, 오늘도 그리고 고객이 등을 돌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충족시켜야 하니까요. 여러분은 고객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설계하고 계신가요. 혹시 과거의 영광을 핑계로 지금의 소홀함을 조금씩 합리화하고 있진 않은지. 저부터 돌아보게 되는 하루입니다.
브랜딩은 과거의 성적표가 아니라, 오늘 고객이 경험하는 현재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