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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트리 WIKITREE Nov 19. 2015

"친구를 잃었어요.."

파리 테러 생존자 카밀 이야기


프랑스 파리 테러 현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카밀이 19일(이하 현지시각) 'Humans of Paris'에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안타깝게도 카밀은 이번 테러로 소중한 친구를 하나 잃었습니다.


카밀 / Humans of Paris


카밀(Camille):


[생존자의 강력한 증언입니다. 그를 지지합니다]


저는 파리를 정말 사랑해요. 파리는 내 동네이자 내 도시, 내가 계속 살아온 곳이에요. 어릴 때부터 발을 디디며 시간을 보내온 곳이죠. 이 도로포장용 돌멩이까지도 너무나 아낀답니다. 파리 덕분에 나는 웃었고, 사랑했고, 춤췄고, 마셨고, 배웠고, 자라왔어요. 여기서 저는 가장 최고의 순간을 살아왔어요.


그런데 2015년 11월 13일, 바로 이곳에서 생에 최악의 순간을 맞닥뜨렸어요. 그날은 11월의 여느 금요일과 다르지 않았죠. 식당에서 한 주를 마무리하며 주말을 계획하고 있었어요. 피자도 먹고, 와인도 마시고, 친구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던 중 총탄 첫발이 발사됐어요. 사람들은 일제히 바닥에 엎드렸죠.


저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처음에 저는 잠시 도와달라 외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제 손을 꼭 붙든 한 여성에게 우리는 절대 죽지 않을 거라 다짐하며 용기를 북돋웠어요. 


사람들이 테라스로 기어들어 오는 걸 봤어요. 총성은 계속, 또다시 들렸어요. 그때까지도 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다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 얼마간 침묵이 흘렀어요. 이후 일어서서 상황을 살펴보니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어요. 사람들은 바닥에 널려 있었고, 친구들은 떨고 있었죠. 구급대원이 도착했고, 하나둘씩 들것이 빠져나갔어요.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택시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오면서 생각을 털어내려 했어요. 그리고 가족, 친척들에게도 연락을 돌렸어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카페 테라스에서 웃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들은 살아있었어요.


시간과 공간이 멈췄어요. 그야말로 얼어버렸죠. 제 심장은 일 초에 백만 번을 뛰는 듯했고요. 저는 부들부들 떨었어요. 또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걸 봤어요. 좀체 잠들 수 없는 밤이었어요. 정신과 의사는 제게 트라우마가 아주 심하다고 했어요. 사실, 이유는 있었을 거에요. 저는 테러 이후 연락이 끊긴 친구를 계속 찾고 있었거든요. 지난주까지 그 친구 생사를 죽 수소문했어요. 결국, 그를 더는 찾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생존자 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걸 느껴요. 계속 떨쳐버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드디어 오늘 밖에 나와 햇볕을 쬐네요. 얼굴에 따뜻한 빛이 쏟아지는 걸 느끼고, 심장도 뛰어요. 저는 살고 있고, 살고 싶고, 또 살아갈 거에요. 자유를 피와 고통으로 맞바꿔야 하는 세상에 살고 싶지는 않아요. 사람은 사랑을 위해 태어났잖아요.


빅터(Victor), 너를 위해, 내가 모르는 다른 희생자이자 더 이상 웃을 수도 없는 그들을 위해, 피해자 가족과 친지를 위해, 그리고 부상자, 생존자를 위해서. 나는 꿋꿋이 살아갈 거에요.



****



All Stories and Pictures © Humans of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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