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 = #1. 직장인 김모씨(30)는 최근 퇴근길에 한 대형마트의 수입맥주 코너를 찾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입맥주 1병당 1000원'이라는 게시글을 본 직후다. 김씨는 이날 맥주 10병을 단돈 1만원에 구입했다.
#2. 최근 서울 성북구의 한 수입맥주 전문점을 찾은 직장인 윤모씨(27·여)는 평소 좋아하던 수입 흑맥주를 주문했지만 "한진해운 물류 대란으로 공급 끊겨 판매를 중단했으니 다른 제품을 주문하라"는 대답을 들었다. 윤씨는 "가게 사장님도 당황해 하시는 눈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할인 꼼수' 지적을 받아 온 수입맥주의 판매가격이 개당 1000원까지 떨어졌다.
국내로 수입되는 맥주 제품의 경우 원가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앞서 일부 수입맥주 업체들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음에도 국산맥주와 비슷한 가격을 형성한 뒤 할인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 대형마트는 현재 전국 370여개 매장에서 '천원의 행복' 행사를 진행 중이다. 매장에 따라 수입맥주 5~6종을 개당 1000원에 판매하는 이 행사는 지난 20일 시작한 이후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화제가 되며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다.
판매 제품은 Δ호가든 그랑크루(330㎖) Δ호가든 포비든프룻(330㎖) Δ레페브론드 Δ코로나(355㎖) Δ불비어축구 라커캔·헤페캔(500㎖) 등 해외에서 생산해 국내로 수입되는 제품들이다.
이 제품들은 100㎖당 가격은 200원~300원 초반대로 1100원대에 형성된 국산맥주의 출고가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 수입맥주 1000원 시대…가격 조절 가능한 이유는
이같은 특가 판매가 가능한 이유는 수입맥주의 경우 제조원가가 판매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치지 않아서다.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맥주의 경우 국세청에 제조원가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출고가(제조원가+이익)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게 돼 있다. 반면 수입맥주는 원가를 신고할 필요가 없어 원한다면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주류업계는 수입맥주 업체들이 겉으로 할인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많은 마진을 남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맥주가 제조원가에 비해 114%(원가 기준 72%+교육세 30%+부가세 10%) 가량의 주세를 적용받는 데 반해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가 주세를 매기는 기준이 되서다. 수입신고가는 수입업체가 직접 설정할 수 있어 주세를 낮추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표적인 수입맥주 업체인 하이네켄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원가는 전체 매출액의 24%에 불과한 180억원에 그쳤다. 국산맥주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의 매출원가가 전체 매출의 57% 수준인 1조870억원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인 수치다.
한 국내 맥주제조사 관계자는 "출고가보다 싼 개당 1000원은 국산맥주는 다 죽으라는 소리"라며 "국산 맥주보다 세금을 적게 내면서 1년 내내 할인하는 듯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가 판매되는 맥주의 일부를 수입하는 오비맥주는 이벤트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판촉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마트 관계자는 "최근 수입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자체 특별행사로 기획한 것"이라며 "상품이 빠르게 소진돼 이번주 안으로 행사를 종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수입맥주 전성시대…수급 리스크는 '뒷전'
실제 수입맥주의 비중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4년 맥주 수입금액은 1억1000만달러로 3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24%에 달한다. 수입량은 1억2000만리터로 같은 기간 평균 27.5%씩 증가했다. 지난해 수입금액은 1억4186만달러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불안한 수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수입맥주 전문점은 최근 한진해운 사태로 촉발된 물류 대란으로 일부 제품이 공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북구에서 'ㅈ' 맥주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체코산 '코젤다크'가 다 떨어져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곳에서도 판매를 멈췄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이어 "언제쯤 다시 들어온다는 얘기도 없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맥주를 수입하는 사브밀러브랜드코리아 관계자는 "한진해운을 통해 해당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며 "한 달정도 공급이 지연됐으며 안전재고도 최근 소진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11월초쯤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의 경우 소수의 국내 생산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해 항상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그럼에도 할인을 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해 맥주 시장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