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마음을 두었고 조금씩 써나가고 있다. 어느 순간 글감이 떨어지고 어떻게 무엇을 써야 하는지 망설이다가 덮기를 반복했다. 김 신지 작가는 여러 권의 에세이집을 출간한 작가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평일도 인생이니까>,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등의 에세이다. 두 번째 완독을 했다. 처음 책을 읽고 내 글쓰기에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매일의 일상에서 한 컷을 정해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 '쓸 게 없다는 고민, 해결해 드립니다.'에서 쓸 것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든다.
첫 번째 이유 : '대단한 것'을 쓰려하진 않나요?
두 번째 이유 : '특별한 영감'을 기다리고 있지 않나요?
두 이유를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대단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니 대단한 소재를 바탕으로 많은 공감과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하는 마음이 있었다.
좋은 글들을 보면서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그런 영감이 내게도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글은 산으로 가고 쓰고 나면 보잘것없는 글이라는 마음에 보여주는 것조차 부끄러웠다. 이내 글의 소재는 떨어졌고 생각하는 것들이 너무도 평범하다는 생각에 진척이 없었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글감 서랍'을 마련해 주세요.
둘째, 읽는 데 그치지 말고 매주 조금이라도 써주세요.
일상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글감을 채워둘 공간을 마련하고 매주 조금이라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휴대폰 앱에 글감 서랍을 만들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주변의 일들에 귀 기울이고 관찰하면서 조금씩 쓸 것들을 채워 넣으려 한다.
'오늘의 장면'을 주워보세요.
막연하게 '매일 글을 써야지' 다짐했을 때보다 과제의 범위가 좁혀지고 명확해진 기분도 들 거예요.
아침에 눈을 떠서 감기까지 오늘은 무수한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기서 딱 한 장면을 캡처하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알게 됩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어'라는 말이 불가능한 이유를요.
일상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신경 쓰지 않았던 시간이 주변에 흐르고 있었고 말을 걸고 있었다. 관심을 두지 않고 살피지 않았던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저자는 이 꼭지를 통해 휴대폰 사진첩에서 '오늘의 장면'을 고르고 그 장면에 '제목'을 붙이고 짧은 단상을 써보기를 제안한다.
'글을 쓸 때면 이 책상의 건너편에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앉아 있으리란 생각을 하고 씁니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뭔지 알겠는' 얼굴로 앉아 있는, 나와 닮은 한 사람의 독자를 상정하고 쓰면 대화를 나누듯이, 편지를 보내듯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요.'
'에세이는 결국 나의 이야기를 쓰는 일인데, 무엇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선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써보세요.'
'좋아하는 데 이유가 어디 있나요, 라고들 하지만 글을 쓰려는 사람이라면 이유를 캐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물 같은 마음 깊숙이 두레박을 내려서 차고 맑은 이유를 길어 올릴 수 있어야 해요. 좋아하는 마음에 이유를 찾아주는 것은, 추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입니다. 내 마음을 번역하는 과정이라 해도 되겠죠.'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글을 쓰라는 저자의 말이다. 에세이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쓴 것들이 많다. 누군가는 떡볶이, 맥주, 와인, 멍 때리기 등을 주제로 쓴 글도 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에게 질문 몇 가지를 전한다.
- 지금 내 방을 둘러보면 보이는 나의 취향은?
- 휴대폰 사진첩에 유난히 많은 사진은?
- 일주일 내내 반복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 나에게 가장 휴식과 충전이 되는 시간은?
- 남들은 잘 이해 못 하는 나의 소비는?
저자는 싫어하는 것에서 글감을 찾을 수도 있다고 썼다.
그와 더불어 싫어하는 것을 찾아내는 질문도 제시한다.
- 편식하는 음식과 그 이유는?
- 들을 때마다 묘하게 마음에 걸리는 말은?
-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꺼려하게 되는 어떤 태도가 있다면?
- 최근에 나를 불쾌하게/화나게 만든 사건은?
"아이들이 평범한 것을 향해서 왜냐고 질문을 던지는 건,
어른들처럼 관성으로 보지 않고 눈앞의 현상 자체를 궁금해하기 때문일 거예요.
어른들이 보던 대로 보고,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는 건 편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가 들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글을 쓰려는 사람이라면 아이처럼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관용적인 표현을 쭉 모아놓고 '아닌데, 아닌데?' 하는 청개구리의 심정으로 그 말을 바꿔보세요. 관점을 살짝만 틀어보는 연습, 굳은 내 생각을 말랑하게 하는 연습을 해보는 겁니다.
말장난 같지만 당연하게 생각한 현상을 달리 보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관점을 비틀어 본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언제나 무엇을 비판하기보다 수용하는 성격인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쩌면 질문하는 방법을 잊고 살았고 들여다보는 것을 무시하며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정해진 답을 찾는 삶을 오랫동안 살았기에 몸에 배어 더 이상 창의적인 질문과 생각을 찾으려는 노력을 등한시했다.
"좋아 보이기만 하는 인생은 있어도 좋기만 한 인생은 없는 것 같아."
고민에 대해 쓸 때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라고 한다.
첫째, 구체적인 '나의 이야기'를 담으세요.
둘째, '적당히 있어 보이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아도 됩니다.
"분명한 것은 '내가 나로서 잘 살기 위해' 애쓰는 에세이는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에요. 나의 약 점, 나의 취약함, 나의 결핍, 나를 오래 괴롭혀온 고민을 털어놓고 그것을 보완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지금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만으로 글쓴이도, 읽는 이도 힘을 얻습니다."
"흙탕물이 가라앉고 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 맑아진 마음으로 잘 보아 두고 기억해두고 싶은 것, 그런 것을 기록하세요.
내 마음을 움직인 장면과 메시지는 분명 다른 누군가의 마음도 움직일 거예요."
"새로운 경험으로 낯선 자극을 받고 몸과 마음의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 또는 '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겨났고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된 셈이에요."
"어른이 되면서 좀처럼 하지 않게 된 이런 일들, 일견 쓸모없어 보이는 일에서 쓸모를 발견해 보기로 해요. 꾸준히 실천하고 싶다면 '이달의 새로움'이라는 이름을 붙여 한 달에 딱 하나씩, '안 해본 짓'을 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 동네에서 한 번도 안 가본 가게 들어가 보기
- 집 앞 정류장에서 한 번도 안 타본 버스 타보기
- 한 번쯤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던 분야의 원데이 클래스 신청해 보기
- 처음 해보는 요리에 도전하거나 안 먹어본 것 먹어보기
- 내 취향이나 관심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책/영화/전시 보기
"그냥 읽지 말고 내가 일근 모든 것을 나의 재료로, 또 교재로 삼으세요.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게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음껏 편애하세요.
편애야말로 깊은 애정이니까요.
어떻게 이렇게 썼지? 감탄하다가 조금 질투가 난다면 편애의 대상을 찾은 겁니다."
저자의 말처럼 눈여겨보지 않았던 일상에는 많은 글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내가 무심하게 보냈고 특별하지 않다고 느꼈던 그 수많은 순간들이 소중한 글감들이었던 것이다. 저자의 글을 읽고 매일 조금씩의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하루를 마감하면서 별스럽지 않은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중이다. 그것들이 누군가의 공감을 얻게 될지는 미지수고 기대하지 않는다. 나의 소중한 일상의 기록을 남김으로써 처음 다짐했던 나의 일상 기록을 완성하려고 한다.
저자가 제시하고 제안하는 글감을 찾고 시도하는 것이 이 책이 내게 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