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관련한 브런치와 도서 인플루언서들의 추천을 받은 은유 작가님의 책을 세권 일괄 구매한 것 중 두 번째 책이다. 은유 작가님은 자신이 가진 것 중에 글쓰기에 관해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글쓰기 최전선과 쓰기의 말들을 책으로 펴낸 후 수업에 참여한 학인들의 글쓰기에 관한 질문들에 자신만의 답을 제시한 것을 엮은 책이다. 내가 고민하며 망설이고 있는 여러 가지 이유에 관한 질문에도 답을 주고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보일 수 있는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
어떤 글감을 선택해 글을 써야 하는지?
나는 왜 긴 글을 쓰지 못하는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자존감을 긁으며 추락시켜 막상 글의 진척을 더디게 하는 질문들에 관한 것들이었다. 책은 명쾌하게 답을 해주고 있지만 아직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나 때문일 것이다. 어떤 삶도 평범하지 않으며 각자의 삶에는 스토리가 존재한다고 한다. 내 삶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나를 표현하는 데는 인색하다.
솔직하게 내보이고 싶지만 잘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어느 부분에 닿으면 손을 놓게 된다. 모두에게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내 작은 일기 속에 담아두고 조금은 포장을 해서 말해야 하는 것도 있다. 글은 그렇게 나를 표현해 나가는 것의 시작이라는 것을 책에서 배웠다.
글은 못 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 쓴 글이 잘 쓴 글입니다. - p19
첫 밑줄을 그은 문장이 가슴을 콕 찔렀었다. 내가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더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는다. 내 삶에 커다란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글을 쓰면서 나를 한 번 더 되돌아보는 일을 하게 되고 반성하게 된 것은 맞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하는데 그러면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무엇이든 하는 게 좋다. 저자의 말처럼 글쓰기를 시작하고 끝맺음을 할 수 있다면 어떤 글이라도 상관없다.
사람의 삶을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 글을 쓰게 한다.
즉 그 노력이 우리를 작가로 만들고 작가로 살게 한다. - p44
잘 쓴 글을 보고 기죽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니 기죽는다는 사실엔 기죽지 말고 내가 기죽었다는 사실을 글로 써보자.
그게 글 쓰는 사람의 임무다. - p62
이 글에 밑줄을 그으며 어쩜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등단한 작가의 글들을 모면서 당연한 차이라고 생각하고 기죽을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요즘 세상에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글을 쓰고 공개하는 플랫폼이 많아졌다.
브런치, 블로그에 올라온 나와 같은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나의 자존감은 떨어져 내렸다. 어찌 그리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지 화려한 글빨과 꾸미기에 압도되고 내 글들이 초라해져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왜 그 사람들처럼 글을 쓰지 못할까?
나에게는 글을 쓰는 재능이 없는 것을 아닐까?
글을 쓰고 다시 읽으면 너무 초라해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에 작가님은 그 기죽음을 글로 쓰라고 조언한다.
축구선수 이영표는 어느 강연에서 재능에 관해 얘기했다. '자신은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데 매일 8시간씩 3개월을 연습하면 아마도 제법 잘 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청중은 그 말에 동의했다.
그는 3개월 후 자신이 피아노를 칠 때 그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은 내게 재능이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피아노를 수십 년간 전공한 사람이 보면 우습게 보일 것이라고 했다. 재능은 그런 것이라고 말하며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는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도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처럼 내가 기죽었지만 그래도 쓴다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다.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이런저런 말이 지나간,
그래서 말들의 풍파를 겪어낸 글을 쓰는 단단한 몸을 얻는 거죠. -p66
자기 경험을 쓴다는 것은 아프기만 한 것 같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재해석하는 일인데, 자기가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쓰지 못하고 어떤 시늉과 가식으로 문장을 채워서 가공한다면, 우리가 힘겹게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나에게 힘을 준 글이 남에게도 힘을 준다는 것.
용기도 전염된다는 것을 되새기며 주저하던 '그것'을 꼭 한번 써보시길 바랍니다.
- p77
내가 내 삶을 풀어가는데 도움을 준 글이라면 다른 사람의 삶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요. 사소한 것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 p94
나의 욕망에서 출발했어도 자아의 전시가 아니라 모두의 이익이 되도록 알찬 글을 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죠. -p96
글을 마무리 짓는 방법은 메시지를 선명하게 주입하는 참고서형 마무리 그리고 글의 주된 정서를 제공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영화형 마무리가 있다는 것, 기억하시고요, 중요한 것은 어떤 식의 마무리라도 글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독자에게 메시지를 환기하면서 끝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p139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얼 말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놓치면 곤란합니다. -p143
글에 담긴 내용을 말하면서 다는 말하지 않는 제목이 좋은 제목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제목이 소박하고 담백한 표현인 건 좋지만 무성의하면 안 돼요.
장황한 것보다는 간결해야 좋고요.
호기심을 유발해야 하지만 격을 잃지 않아야죠. -p152
글쓰기에 담겨야 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해 준 내용들이다. 그중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내 삶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갔는지,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들이 내 글쓰기의 고민을 담게 하고 있다.
글쓰기는 나쁜 언어를 좋은 언어로 바꾸어내는 일입니다.
끊임없이 배워야만 가능한 일이고요.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 살면서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p167
추상적인 글쓰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저는 늘 자기 경험의 특정 상황에서 글쓰기의 발상을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두 번째는 글을 쓸 때 내 글을 읽었으면 하는 독자 한 명을 상정해 보는 겁니다.
세 번째는 글을 다 쓰고 나서 개념어, 관념어에 동그라미를 쳐보세요.
그런 단어를 지우고 생활 언어로, 구체적인 동사로 바꿔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p188
글의 길이와 질이 비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여러분도 자기 한계를 조금씩 늘려가는 느낌으로 평소 쓰던 글보다 사고의 호흡이 깊은 글쓰기에 도전해 보시라는 겁니다. -p199
훌륭한 작가는 결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쓰는 글은 그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만 도움을 준다.- 발터 벤야민 p200
글을 완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글감에 대한 생각이 설익었기 때문입니다. - p201
나도 완성하지 못한 글이 많이 있다. 연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서도 결국 몇 편의 글만을 기록하고 멈추어 세워두고 있다. 처음부터 깊은 사색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무작정 쓰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그런 것이 맞습니다.
정곡을 찌르는 작가의 말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익지 않았기에 재워두고 있는 중이라고, 언젠가 다시 꺼내어 이어 갈지는 모르지만 내 습작의 한 편이라는 기쁨으로 간직하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고 내 생각이 푹 익게 된다면 아마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리적 한계 상황까지 끈질기게 내 글을 붙들어보는 것.
과연 완성한 것인지, 내가 질문하고 내가 대답하는 이 외롭고 불확실한 과정을 견디는 것,
이것이 글 한 편을 완성하는 노하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p204
독서는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글쓰기는 사람을 정교하게 한다.
좋은 책을 읽거들랑 내게 들어온 가장 좋은 것들을 세상에 풀어놓는다는 보시의 마음으로,
글로 써서 널리 나누시길 바랍니다. -p219
자기 삶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수험생의 마음으로 한 독서는 쓰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p222
속성을 바라기 때문에 옛것을 익힐 겨를이 없으며, 읽고 있는 글 또한 세심히 살피고 익숙하게 할 겨를이 없습니다. 마음은 바쁘고 언제나 급박하게 쫓기는 것과 같아서, 본디는 여러 가지 글을 널리 읽고자 하되 소홀히 하고 잊어버려 나중에 가서는 한 번도 글을 읽지 않는 사람과 다름이 없게 될 것입니다. -p223
우리가 왜 읽고 쓰는지, 근원적인 물음으로 되돌아가 답을 찾아보면 잘 살기 위해서입니다.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죠. -p229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 이진순 p251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질문하고 그다음엔 '뭘 공부하면 되지?'라고 물어야죠.
적성에 맞으면 오래 하고 싶고 오래 하려면 탐구하게 돼요.
계속한다는 건 그냥 숨 쉬듯이 놓지 않고 하는 거예요. - 옥주현 p273
'책을 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어떤 책을 어떤 마음으로 왜 세상에 내놓으려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정돈된 문장으로 써보세요. -p283
쉽게 말할 수 없으므로 입을 닫는 게 아니라 최대한 신중하게 표현하고 정확하게 분노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p288
산을 오르는 사람이 산을 다 알아서가 아니라 산에 아직 모르는 자연과 풍광이 있다는 걸 알아서 계속 등산하듯이요. 저도 세상에 모르는 게 많아서, 알고 싶어서 쓰는 것 같습니다. -p294
이 문장이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서툴지만 그 안에 있는 무궁무진함을 찾고 싶은 마음,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매일의 글쓰기를 즐겁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쓰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