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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영준 Oct 29. 2020

인공지능은 만사땡큐인가

디지털 뉴딜이 만사형통은 아닐 것이다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010292148005&code=930100

재미있는 칼럼을 읽었다. 한때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 상당수를 대체할 것이라며 "새 세상에 적응하자"고 주장하거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우려하기만 하는 양극의 입장이 유행이었다. 자동화세(automation tax) 같은 것을 넷플릭스, 구글, 아마존 등에 물리자는 주장(윈필드같은)도 있었다. 좌클릭 노선으로 고민하는 보수 야당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이 조금씩 나오기도 했다(김종인 국민의 힘 대표, 김세연 전 의원).

자동화세를 주장하는 영국 브리스톨대의 앨런 윈필드 교수. 



그런데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가 가진 파괴력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술의 자체 속성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가령 흑인을 '고릴라'라고 인식했던 구글 알고리즘은 시스템을 설계하는 아키텍트들의 의식 수준이 플랫폼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건이다. 음성 인식 기술은 여전히 이런저런 이유로 부정확하다. '휴머노이드'를 넘어서서, '유사 인간'의 수준까지 로봇(또는 에이전트)이 진화한다고 했는데, 왜 문장의 맥락과 어감을 기계는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까. '반려 기계'의 가능성에 눈을 돌리다가도, 역시 사람이 채워줄 수 없는 감성 언어의 측면이 존재함을 절절히 느끼게 된다. 

흑인을 '고릴라'로 인식한 구글.


디지털 뉴딜 내용을 들여다 보면 '데이터 레이블링' 같은 노가다성 일자리(라고 말하고 알바라고 읽는다)들을 볼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로 인식하면 그만인데 여전히 사람의 손으로 범주화해야 하는 데이터가 있다는 말인가. 사용자 경험에 대한 폭넓은 분석을 통해 적절한 기술 수준과 방향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조만간 빅데이터, 로봇 등의 아이템을 '폭력'이라고 말할 사람들이 나온다. 독일 문명비평가 한스 페터 마르틴은 데이터로 잠재 범죄자까지 잡아내는 기업 팔란티어(Palantir) 같은 사례를 예로 든다. 

http://daily.hankooki.com/lpage/column/201512/dh20151225212727141240.htm

인공지능 진흥책의 일환으로 베풀어지는 디지털 뉴딜 정책의 실행 방향도 문제다. 여전히 특정 집단과 가까워 보이는 중소기업들이 각종 사업을 도리치고 있다. 대기업은 규제로 억누르고, 중소기업과 소기업 간에는 '적정 수준'의 차별을 허용하는 꼴이다.  아무리 기술 연구가 잘 돼 있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스타트업' 수준으로는 도저히 수주할 수 없는 과제들이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욕먹을 까봐 조심했는데 요즘은 수백억 짜리 정부 공공 용역을 타냈다는 것을 보도자료로 뿌리는 업체도 꽤 많다. 나중에 시장에서 자금조달할 때 유리하기 때문일까. 중소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살뜰히 살피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중소기업계 안에서의 격차를 조장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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