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로 알아보는 책임론
매주 임원회의에서 한주도 안 빼고 깨지는 사람이 있었다.
계속되는 만성적자 사업의 리더였다.
그는 5년 전 자신이 발굴한 브랜드사업을 맡게 되었다.
1년 준비기, 2년 도입기, 3년 성장기로 전략을 짰지만 그렇게 되진 않았다.
계속 기다렸지만 확장도 못하고 이익도 안나는 어설픈 쭈글이 브랜드가 되었다.
나는 매주 깨지는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힘드시죠?”
“네 쉽지 않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링크드인에서 유심히 지켜본 리서처가 있는데 혹시 채용할 수 있을까요?”
갑자기? 5년 동안 적자인데, 이제 와서 조사를 하겠다고?
그동안 이 사업부를 떠난 직원이 20여 명에 달했다.
떠나는 이유를 물었더니...
사업부장의 말은 이랬다 저랬다 계속 바뀌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대안만 난무했고, 추진했다가 잘 안되면 자신들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했다.
“아직 부진 원인 분석이 안 되나요?”
“알고는 있지만 더 자세하게 분석해보고 싶어서요.”
“현재까지 파악된 원인 뭐죠?”
“매장이 부족하고, 홍보도 부족하고, 더 효율적인 공급망을 찾고"
“그런데 왜 리서처를 뽑아요?”
“아..."
“분석 말고 개발이나 홍보, 생산 전문가를 뽑아야지 분석 조사는 아닌데요?”
“그럼 매장개발자, 프로모션 할 마케터...”
‘뽑으면 뭐 하나, 또 내보낼 텐데...’
능력 없는 사람들이 더 사람 욕심을 부린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다.
사람을 넣어주면 어김없이 사람을 내보낸다.
끝내는 이 리더는 교체되었다.
아무런 성과 없이 적자 똥덩어리만 덩그러니 회사 안에 싸질러 놓았다.
그러고는 사업지원실로 이동되었고 또 여러 명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람을 많이 가져가는 것은 실장님 자신에겐 리스크예요.”
정말 그를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조언했다.
“저도 사람을 많이 가져갈 마음 없어요. 다만, 일은 하려면...”
“일단 해보시고 필요하다면 조금씩 늘려가시죠.”
“6명은 더 있어야 해요.”
“또 퇴직들 하면 안돼요. 실장님한테 안 좋아요.”
“다들 퇴직하면 제가 책임질게요!”
'책임'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보이지 않는 바늘이 내 신경을 찔렀다.
“책임이요? 어떻게요?”
“제가 책임지고 퇴사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책임이에요?”
“네?”
자진 퇴사는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도망이다.
진짜 완벽한 책임은
떠났던 사람들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놓고, 흘려보낸 시간도, 주어진 상황도, 자원도 모두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게 책임이다.
우리는 엔트로피 법칙으로 살고 있다.
과거는 다시 돌릴 수 없다.
그래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고민하고 협의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 대한 완벽한 책임은 절대 질 수 없다.
불가능하다.
미래의 일만 책임질 수 있다.
실패를 반복하고,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자가 책임을 운운하면 너무 역겹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길 것처럼 어지러워지고 구토 증상이 생긴다.
책임 운운하면서, 나갈 것처럼 나갈 것처럼 하다가 안 나가고 버티는...
쌀로 밥을 하면 다시 쌀로 바꿀 수 없다는 걸 유치원생도 아는데,
이 자연스러움을 모르는 역겨운 지식인들
대신 현재가 과거로 되기 전에 전력을 다해 고민하고 실행한다.
매 시간 자신과 같이 한배에 탄 사람들에게도 전력을 다해 대하고 이끈다.
이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