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이라는 주제로 글을 한 편 쓰세요
저는 어릴 때 S보드를 너무 갖고 싶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절대 사주지 않으셨죠.
그래서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습니다.
저희 가정은 크리스천이었습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이 행하신 기적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선지자 모세는 왕자 시절 사람을 죽이고 도망가지만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유대 민족을 구원합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쟁이를 탄압하는 일등 공신이었지만, 사고를 당한 뒤 전도사로 평생을 삽니다.
저는 이 이야기들에서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기적이 일어나기 위해선 일단 ‘나쁜 짓을 저질러야 한다’는 사실을요.
바로 놀이터로 가 S보드를 타는 친구들에게 접근했습니다.
경찰과 도둑 놀이를 하자고 제안했죠.
물론 저는 경찰을 맡았습니다.
놀이가 시작되자 도둑 친구들은 저를 피해 부리나케 어디론가 도망갔습니다.
저는 도둑 대신, 남겨진 S보드를 체포해 저희 집에 구속시켰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용서의 기도를 드렸어요.
지금까진 천벌을 받아 벼락에 맞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S보드를 쌔빌 때 하나님은 살짝 졸고 계셨던 걸까요?
아닙니다.
사실 확률로 따져보면 벼락 맞는 것 또한 기적에 가깝지요.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이 벼락에 맞는다면 그 또한 'O 같은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로부터 두 가지 법칙을 알아냈습니다.
1. S보드 절도 정도는 나쁜 일이 아니다.
2. 기적은 럭키 코인과 같아서 좋은 기적과 나쁜 기적 중 하나가 일어난다.
겁쟁이 분들은 벼락 맞을 게 두려워 나쁜 일을 안 하실지 모르겠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처럼 저는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바야흐로 취업 시즌입니다.
취업이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힘든 요즘.
다시 한번 기적의 힘에 기대 보려 합니다.
자체 실험 결과 부모님 지갑에서 만원 뽀리기, 리뷰 이벤트 신청하고 먹튀 하기, 농지법 위반하여 부동산 투기 후 부모님 팔아먹기 따위는 나쁜 짓 축에도 못 끼더군요.
그래서 좀 더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력서에 쓸 학력과 학점, 토익, 토스, 델레 점수를 조작하고 BBC와 아람코 경력을 추가하는 한편, 정계 유력인사인 아버지 논문에 이름을 올리고 사모펀드를 불법으로 운용한 것인데요.
이쯤 했으면 인사 담당자들이 군말 없이 본인을 합격시켜주는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