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많은 도시에서 사는 게 행복할까? 친구는 없지만 자연이 좋은 곳(농촌 등)에서 사는 게 행복할까?"
이 질문에 많은 페친들이 응답해 주었는데, 대다수가 후자를 선택했다. 대부분 자연을 사랑하거나 나처럼 은퇴를 앞둔 연령대여서 그런 선택을 했다 생각한다.
자연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핀란드인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엄격히 실천하면서도 그다지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숲이 많아서’란다. 핀란드는 전 국토의 75%가 숲이고, 호수는 18만 개나 된다. 부탄도 마찬가지다. 전 국토의 70% 이상이 숲이다.
자연을 가까이 하면 행복하다는 것은 이제 ‘과학’이다. <세계행복보고서> 2020년판에는 녹색 자연환경에 사람들이 접하게 되면 사람들이 행복해 진다는 심리학적 연구결과가 다음과 같이 보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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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바이오필리아(biophilia;녹색갈증). 즉 인간은 자연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자연은 인간들의 행복에 직접적이고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사람들이 물가(강가나 호숫가, 갯가 등)를 좋아하는 이유도 태아적 엄마 뱃속 물속(양수)에서 놀던 기억 때문이 아닌가 한다. 둘째, 녹색(자연)에 대한 단기 노출조차도 살루토제닉(salutogenic;사람의 행복과 건강을 유발할 수 있는) 효과를 보기에 충분하다. 셋째, 녹색 자연환경은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 및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대기 또는 소음공해와 같은 요인이 없어 환경의 질이 더 높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이건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다 싶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과 가까이 있으면 행복하다. 자연(自然)이면 좋겠지만, 그게 힘들다면 녹색이 살아있는 인공적인 공원이나 정원이라도 가까이 하는 게 좋다는 말이다.
생각난 김에 한마디 덧붙이면, 대기질 최악에다 초경쟁사회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사람들이 그나마 이 정도의 행복도를 유지하며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은,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북한산국립공원(북악과 인왕산 등도 포함)과 녹지로 둘러싸인 궁(宮)(특히 창덕궁), 한강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서울시민들이 자각하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한편, 위 질문에 대해 전자(도시)를 선택한 이들이 있었다. 물론 ‘친구와 함께 자연에서’라는 최적의 대안(희망사항)을 선택한 이들도 있었지만, 이는 당초 질문의 범주(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전제)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일단 논외로 친다.
나홀로 전원생활은 과연 행복할까?
나 자신은 어떠한 선택을 할까 자문해 보았다.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다음과 같이 질문을 이어보니 더 그랬다.
“친구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남편이나 아내)도 없이 혼자 자연과 함께 살면 행복할까?”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 주인공처럼! 가끔 나도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 이 프로그램에 나온 주인공들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사회에서 도피해 자연에 귀의한 이들이라는 느낌 밖에... 물론 자연이라는 어머니 품안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금 삶의 의미를 찾은 모습은 읽을 수 있다. 하여 난 이 질문에 선뜻 자연이 좋다고 답할 자신이 없다. 깊은 산 속 암자에 칩거하여 도 닦는 스님이 될 요량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영석 PD가 연출한 예능프로그램 <숲속의 작은집>(왼쪽)과 <삼시세끼 어촌편5>. 이미지 tvN 제공
프로그램을 만들기만 하면 시청률 대박을 터뜨리는, 국민예능 제조기 나영석 PD가 유일하게 실패의 쓴맛을 본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숲속의 작은 집’이다. 최종회 시청률 1.1%로 방송을 마쳤단다. 소지섭, 박신혜 등 대형스타를 출연시키고도 이른바 폭망한 이유가 뭘까? 숲 속에서(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프로그램인데, 그게 ‘혼자 생활하는’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랬다 판단한다.
반대로 요즘 방송되고 있는 ‘삼시세끼’는 어떤가? 벌써 두 자리 수 시청률을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세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만일 삼시세끼에 차승원이나 유해진이 단독으로 출연했어도 이렇게 인기 끌었을까? 단언컨대, 결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이가 들면 농촌과 자연으로 가라는 얘기도 쉽게 던질 수 있는 얘기는 아닌 듯하다.
도시와 농촌, 삶의 만족도 비교하면?
2020년판 세계행복보고서에도 나와 있듯이, 삶의 만족도는 ‘일반적으로’ 농촌보다 도시가 높게 나온다. 도시는 고용(소득) 기회와 다양한 편의시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농촌지역은 병원 같은 의료시설이 멀거나 육체적으로 고된 작업을 하며 소득이 낮아서 그럴 수 있다고 보고서는 얘기한다. 심지어 농촌의 삶은 “공동체성이 강할 것 같지만 도시에 비해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없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도시는 농촌에 비해 장점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소득이나 교육수준이 낮으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불평등과 오염, 교통체증, 범죄, 질병 등에 노출되기 쉽다. 즉 같은 도시에 살더라도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주관적 웰빙의 격차는 클 수밖에 없다는 것. 이는 출퇴근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시 외곽에 거주하는 이들과 중심부에 사는 이들 간의 웰빙격차와도 연동된다. 일터가 멀수록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나 자기계발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행복도를 저하시킨다. 즉, 도시에 사는 사람 모두 농촌에 비해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도시가 농촌보다 행복하다는 얘기는 전 세계 나라 70%를 점유하는 후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이 일반적으로 그러하다는 것을 뜻한다(안타깝게도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반면 북유럽과 서유럽 대다수 지역, 북미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도시와 농촌의 삶의 만족도 차이가 거의 없거나 농촌지역이 약간 높다. 북유럽과 서유럽은 오히려 농촌지역이 긍정적 감정 경험이 더 높다. 이들 지역은 웰빙 평균치가(행복의 평등이) 높은 곳이다.
대한민국은 도시와 농촌간 격차가 여전히 크다. 소득과 교육이 그 격차를 결정하는 주요한 두 가지 요인이며, 다양한 편의시설과 공공서비스 수준 차이도 영향을 끼친다.
이런 점에서 행복이라는 측면에서는, 전자(친구가 있는 도시에서의 삶)가 더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술한 요인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친구와 가족이 없는 행복이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로움’이야말로 행복의 가장 큰 적이라 생각하기에 특히 더 그렇다.
코로나19 사태가 대도시 중심으로 발생, 확산됐다는 점에서, 행복을 찾아 농촌이나 자연지역을 찾는 이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럼에도 불구 친구와 가족이 함께 하지 못한다면 이는 유배생활을 선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족과 친구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자연환경 속에 살고 있다하더라도 행복하지 않다. 아니 행복할 수가 없다. 애당초 도시에서 사는 게 행복한가, 아님 농촌에서 사는 게 행복한가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 어디에 있든(살든) 사랑하는 가족과 의지할 친구가 있다면 행복하다.
그러나, 좀 더 행복해 지려면 자연(녹색)과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게 좋다(그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도시에 살더라도 - 가능한 곳 주변에 포지션하는 게 좋다). 그들(가족과 친구)과 함께! 숲 속에서 혼자 걸을 때도 행복하지만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걸을 때 행복도는 더 상승한다. 농촌이나 자연지역에 가고 싶다면, 그러기 위해서라도 함께 할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또한 ‘건강’해야 하고(이것이 제1전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