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해지는 마음
가장 안쪽의 견고한 마음. 날마다 흔들리는 삶에서, 날마다 뭔가를 결정 내려야 하는 일상에서 뭐가 나를 지지하고 지탱하는지 궁금해진다. 맛있는 거 줄게, 같이 가자,라고 구슬리는 못된 사람에게 엄마가 집에서 기다려요, 라거나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랬어요, 라거나. 이도저도 아니라면 걸음아, 날 살려라 줄행랑이라도 칠 수 있는 배짱 같은 거.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지금이 아니면 그걸 언제 하겠어. 제일 먹고 싶은 거, 제일 하고 싶은 거 미루지 말고 먹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때 해!
한 때, 그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 하다가 이 집의 커튼이 되어서 이곳에서 마냥 머물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좋기도 했지만 내가 떠나온 ‘집‘이라는 곳의 온기가 너무나 미지근해서 그냥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할 수만 있다면.
함부르크 도심 부근의 지하철 역에 이렇게 마음에 드는 타일을 보고 이 역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이걸 매일 보겠네, 하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매일 보면 익숙해지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던 첫 마음이 흐려지겠지만, 그래도 그 기억은 깊이깊이 각인된다는 걸을 알기에 이 도시의 이 사소한 취향이 나에게 반갑게 손짓한다고 느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나는 결국 집을 떠나왔다. 그렇게 소원대로 그와 함께 ‘우리집‘을 세워 올렸다. 그와 함께 라면 사실 바람을 막을 네 개의 벽과 빗줄기를 막을 천장만 있으면 된다고도 순진하게 기도했었다. 더 이상 두고 온 집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당신이 내 가장 안쪽의 견고함을 공들여 쌓아 올려준 덕분이다. 내 견고해진 마음. 나를 이루는 기둥.
삶은 결국 지나온 기억과의 싸움이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투쟁이지만 그 슬픈 기억과 아득한 불안을 이불처럼 덮고서도 살아가게 하는 건 내 속에서 나를 채우는 그 마음뿐이다. 담기는 곳에 따라서 모양새를 달리하는 그 마음. 어쩌면 그 마음을 얻고자 이 세상에 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