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금지곡 탈출기
수능금지곡이라는 게 있다.
중독성이 너무 강해 공부를 하다가도 문제를 풀다가도 자신도 모르게 그 노래를 계속 흥얼거리느라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노래라는 의미다. 그런 노래는 수능처럼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는 듣지 않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일부러 나 이 노래에 중독돼야지 작정하고 중독되겠는가. 대부분 의도치 않은 우연한 계기로 어떤 멜로디가 머리에 박히는 바람에 계속 입가에 맴돌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건 일종의 교통사고 같은 거다.
나에겐 이 수능금지곡 문제를 해결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다.
그건 바로 그 노래 하나만 계속 듣는 것이다. 그 노래를 피하는 건 정답이 아니다.
오직 무한한 반복재생. 같은 노랠 듣고 또 듣고 또 듣고 또 듣는 것. 그것만이 답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노래가 더 이상 내 머리를 맴돌지 않고 자연스레 나에게서 떠나게 된다. 이 정도면 충분히 들은 것 같아, 라며 내 무의식이 그 노래를 놓아주는 그 순간이 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과 이별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은 중독 같은 거라서 좋아하는 걸 그만두고 싶다고 함부로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다. 내 마음이 이제 이만하면 충분한 것 같다고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마음을 다해 끝까지 좋아하는 것. 그래야만 비로소 좋아하는 것과 제대로 된 이별을 할 수 있다.
내가 회사원이 된 지 십수 년 만에 끝끝내 다시 소설을 쓰겠다고 요란을 떨고 있는 것도 결국 지난 세월 충분히 소설을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억눌렀던 욕망은 언젠가 다시 수능금지곡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튀어나오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삶의 비법이라는 게 별거 없다.
더 이상 좋아할 수 없을 때까지 마음을 다해 좋아할 것.
더 이상 도전할 수 없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도전할 것.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 때까지 모든 걸 바쳐 사랑할 것.
더 이상 웃을 수 없을 때까지 마음껏 웃을 것.
더 이상 울 수 없을 때까지 마음껏 울 것.
더 이상 숨 쉴 수 없을 때까지 있는 힘껏 숨 쉴 것.
언젠가 삶과 이별하는 날이 올 때까지 충분히 삶을 사랑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