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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Aug 28. 2020

트럼프, 외국인 취업 봉쇄… 한국 주재원ㆍ유학생 비상

 2020.06.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털사=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 회복’을 기치로 연말까지 외국인 취업을 봉쇄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대선을 앞두고 백인 노동층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극단적인 반(反)이민 정책에 당장 미국 내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더욱 더뎌질 것”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국의 경우 미국 대학 졸업생이나 IT 기업의 단기 현장실습생, 한국 기업 주재원 등의 신규 취업비자 발급이 중단돼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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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고숙련 전문직 취업비자로 다년간 체류가 가능한 H-1B를 비롯한 취업비자 전반의 발급을 24일 0시부터 연말까지 중단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신규 발급 금지 대상은 H-1B와 함께 그들의 배우자에 대한 H-4, 해외에서 미국으로 직원을 전근시킬 때 사용되는 L-1, 비농업 분야 임시취업 노동자에 대한 H-2B, 문화 교류 용도의 J-1 등이다. 이번 조치로 기술산업 영역 전반에 걸쳐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이 제한될 전망이다. 다만 농업 분야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전문가, 음식서비스 종사자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J-1비자도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신청자에겐 면제 조항이 적용된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52만5,000개의 일자리가 미국인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일반적인 환경이라면 적절히 관리된 임시 취업 프로그램이 경제에 혜택을 주지만 코로나19로 위축된 비상한 경제적 환경에서 비이민 비자는 미국 노동자들의 고용에 위협을 준다”고 주장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부 고위관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을 ‘미국 우선 회복’으로 명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 재계에서부터 즉각적인 반발이 터져 나왔다. 미 상공회의소는 “법적인 이민을 제한하는 심각하고 전면적인 시도가 경제 회복을 해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조치를 두고 H-1B비자를 통해 외국인 기술자와 전문가를 다수 고용하는 실리콘밸리의 IT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구글ㆍ아마존ㆍ애플 등에는 인도ㆍ중국을 위시한 아시아계 고숙련 기술진이 다수 포진해 있고, 미국 대학ㆍ연구소의 이공계 연구진의 분포도 비슷하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많은 업체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수년간 로비를 벌여왔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은 그에게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구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성공은 기업들이 전 세계 최고 기술자들을 영입하는 데 달려 있으며 특히 지금은 미국의 경제 회복에 기여하기 위해 그런 재능이 더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는 친(親)트럼프 인사들에게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측근 중 한 명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대통령의 결정이 미국 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썼다. 캘리포니아주(州)정부의 봉쇄령에 반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재개 주장에 힘을 실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트윗글에서 “비자 개혁은 말이 되지만 너무 광범위한 이 조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인들의 경우 H-1B비자만 해도 2018년 한 해에 4,465건을 신청했을 정도여서 타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당장 올해 미국 대학을 졸업하는 유학생들의 미국 내 취업이 어려워졌다. 더욱이 트럼프 정부는 H-1B비자를 받기 위한 징검다리로 한시적인 취업이 허용되는 ‘졸업 후 현장실습(OPT)’ 프로그램의 축소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1~3년간 진행되는 OPT 기간이 조만간 끝나 H-1B비자 발급이 예정됐던 실습생들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기업 주재원들에게 발급되는 L-1비자가 중단되면 한국 기업들은 연말까지 미국 주재원을 증원하거나 교체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일부 기업의 경우 최근 주재원 인사 발령을 냈지만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기도 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현지 고용을 늘리기 위해 주재원 파견까지 막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미국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J-1비자가 막히면 여름학교 교사, 상담사, 오페어(아이 돌보기 등 집안 일을 도우며 언어를 배우는 외국인 여성) 등의 취업 기회도 막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의 시한을 연말까지로 정했다. 한시적인 대선용 정책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외국인 기술자와 유학생, 주재원 등의 고충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계기로 백악관 내 반이민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게 되면서 향후 규제 강화 정책들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WSJ은 “트럼프 정부는 8만5,000개가 할당돼 있는 H-1B 추첨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등 몇 가지 영구적인 이민 제도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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