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뇌관으로 떠오른 이탈리아…

by 김지수



코로나 경제뇌관으로 떠오른 이탈리아…"한국도 안전지대 아냐"


김성은 기자 |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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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리볼리(Franco Rivolli)가 베르가모 롬바르디아 파파지오바니 23병원(Papa Giovanni XXIII Hospital)에 그린 마스크를 쓴 간호사 벽화. 이탈리아 반도를 돌보는 간호사의 등 뒤로 날개가 그려져 있다. 2020.3.16 (Photo by Piero Cruciatti / AFP)





유럽 대륙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파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은 앞서 코로나19 근원지인 중국발 경제 충격으로 한차례 출렁인데 이어 이제는 유럽에 상륙한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를 고스란히 감내하는 중이다.



코로나19 사망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공교롭게도 유럽연합(EU)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연결 고리로 꼽힌다. 이 때문에 최악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불거진 경제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결코 안전지대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재정건전성 낮은 이탈리아,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위기 심화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탈리아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370억유로(약 181조원)로 유럽연합 국가 가운데서도 단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총부채는 2조3000억유로(약 3053조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35%에 달한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더 이상 조를래야 조를만한 허리띠도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얘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경제 위기는 가중되는 양상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이탈리아는 전국 봉쇄령에 따른 비용으로 한달에 수십억 유로를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까지 정부는 250억 유로를 빌리려고 하고 있으며 추가로 250억 유로를 더 빌리겠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급증할 전망이다.



뉴욕대학교 알베르토 비신(Alberto Bisin)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말까지 이탈리아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약 180%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탈리아의 세금은 이미 높기 때문에 부채를 갚기 위해 세금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설명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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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진 성지주일에 이탈리아 국기를 배경으로 나폴리의 '해왕성의 분수'가 보인다. 2020.4.5. (REUTERS/Ciro De Luca)





◇이탈리아 시작으로 디폴트 확산시 글로벌 금융패닉 유발 가능성



결국 이탈리아의 추락을 막기 위해선 유럽연합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독일을 제외하고 주요 유로존 국가의 정부부채 대비 GDP 비율 역시 역사상 최고치에 가까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열린 EU 회원국 재무장관 회의에선 이탈리아와 네덜란드가 공동채권 발행을 두고 충돌하기도 했다.



프린스턴대학 아쇼카 모디(Ashoka Mody) 초빙교수는 최근 시사주간지 '더 스펙테이터' 기고문을 통해 "유럽중앙은행(ECB)은 이탈리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을 막기 위해 정부 부채를 계속 사들일 수 있다"며 "이탈리아 정부의 부채는 2조 유로로 ECB의 채권 매입 한도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탈리아 정부가 ECB에 부채를 상환할 수 없다면 EU의 다른 회원국들은 ECB의 자본을 보충하기 위해 세금을 투입해야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모디 교수는 아울러 "이탈리아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사태가 연쇄적으로 퍼지면서 유럽과 전세계의 보험 문제로 연결돼 글로벌 금융 패닉을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위기 극복이 관건…"한국, 뇌관 아니지만 안전지대도 아냐"



국내 전문가들 역시 이탈리아의 경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로 경제 위기가 번져나갈 수 있어서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건전성이 대부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응으로 막대한 재정을 쓴다면 추후 경제적인 후폭풍이 닥칠 수 있다"며 "특히나 코로나 확산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프랑스 은행이 빌려준 자금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 두 나라의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 프랑스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물론 미국이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를 얼마나 잘 극복할지가 최대 관건"이라며 "다만 외화부채 비율이 높은데다 감염률이 높은 이탈리아로 인해 유럽의 재정 위기가 재현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이탈리아발(發) 경제 충격을 피하기란 어려울 전망이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국채 비율이 40% 수준으로 비교적 낮으며 외환 보유고도 충분해서 자체적으로는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내수가 약하기 때문에 전세계 경기가 위축되면 한국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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