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키·방 전화 없애 접촉차단…뉴욕 호텔은 지금

by 김지수

코로나 해법 찾는 뉴욕 호텔

코로나에 문닫는 호텔 속출
객실 20% 영구폐쇄 전망도

단골 손님엔 전용객실 배정
청소로봇 활용 감염우려↓
극단적 비대면 서비스 경쟁
호텔 의료 총책임자 영입도



박용범

기자

입력 : 2020.08.13 17:17:15




맨해튼 52번가에 위치한 옴니 버크셔 플레이스 호텔. 코로나19 사태로 94년 만에 호텔 영업을 영구 종료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미국 뉴욕 맨해튼 52번가 동쪽에 있는 `옴니 버크셔 플레이스 호텔`.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지나 3분 정도 걸어 이 호텔 앞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컨테이너에 가득 담겨 있는 건축 쓰레기 더미였다. 지난 94년 동안 기품을 유지해온 위풍당당함은 온데간데없었다. 호텔 건물 꼭대기에는 가림막이 쳐져 있었고 철거 공사가 한창이었다. 호텔 건물 왼편에는 세로로 새겨진 호텔 명칭(Berkshire Place)의 첫 글자인 `B`가 이미 뜯겨 나가 있었다. 399개 객실을 바탕으로 맨해튼 중심부에서 역사를 써온 이 호텔은 이렇게 쓰러져가고 있었다.

호텔 측은 "호텔을 영구 폐쇄하는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손님 수백만 명을 응대했습니다. 작별 인사를 하게 돼 애통합니다"라고 공지했다.


이곳은 최고의 입지와 역사를 갖춘 호텔로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하지만 지난 3월 뉴욕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급확산되자 투숙률이 15%로 급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호텔업이 쉽사리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건물주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센트럴파크 바로 앞에 있는 `더 플라자 호텔`. 영화 `나 홀로 집에`의 배경으로 유명한 이 호텔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디저트 가게 등 유행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있었던 지하상가 역시 입구부터 막혀 있었다. 뉴욕의 간판 호텔이지만 장기 투숙객용 레지던스 외에는 정상 영업을 못하고 있다. 매년 행사를 치르는 한 단체 임원은 "가을 행사를 위해 더 플라자 호텔 대관을 신청했지만 호텔 측은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언제 정상 영업이 가능할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의 현주소다. 지난해 말 기준 뉴욕시에서는 703개 호텔이 영업 중이었고 객실은 13만8000개였다. 호텔은 전년 대비 31개 늘어났고 객실은 1만6000개 늘어났다. 그런데도 평균 투숙률은 80%를 넘었다. 특히 가을 유엔총회 등 빅 이벤트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뉴욕 호텔들은 평소 가격의 3~4배를 받기도 했다.

이런 숫자는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역사 속 한 페이지로 사라질 기록일지 모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체 객실 중 약 20%(2만5000개)가 영구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21%까지 떨어졌던 미국 호텔 투숙률은 최근 40~50% 선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이는 폐업하거나 영업을 중단한 호텔이 모수에서 빠져 투숙률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 실제 투숙률은 아직 20~3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호텔 업계 측 설명이다.

100년 만에 찾아온 위기로 전 세계 호텔업은 `그라운드 제로` 상태다. 세계 호텔 업계가 주목하는 뉴욕 호텔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며 새 출발선에 섰다. 최정상급 호텔인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은 지난 10일 영업을 재개했다. 접촉을 꺼리는 최상위 고객을 위해 전례 없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A Room of Your Own`이라는 명칭의 이 서비스는 재방문 횟수가 일정 기준을 넘는 고객에게 영구 객실 번호가 배정되는 시스템이다. 투숙하지 않더라도 전용 객실은 타인이 쓰지 않는 공실로 유지된다. 물품을 보관하는 서비스는 기본이다.

호텔경영학 선두 주자인 체키탄 데브 코넬대 교수는 "고객 선호도가 하이퍼 소셜(Hyper-Social·극단적 접촉)에서 하이퍼 솔로(Hyper-Solo·극단적 비접촉, 1인 전용) 서비스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과거 특급 호텔은 객실 비품을 초호화로 꾸미는 경쟁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경쟁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품에 사람 손길이 닿는 것을 꺼리게 됐기 때문이다.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은 최상위 고객에게 체크인 때 밀봉된 비품을 지급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호텔들은 객실 전화기와 룸키를 없애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모두 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런 기능을 스마트폰 속에 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힐튼 호텔은 `힐튼 클린 스테이`라는 명칭으로 스마트폰으로 방을 열고 닫을 수 있는 터치리스키를 도입할 예정이다. 롯데 팰리스 호텔은 세척 스테이션을 설치해 하이퍼 솔로 고객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로봇을 이용한 객실 서비스도 본격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알로프트 호텔은 최근 수년간 시험 삼아 룸 서비스에 로봇을 써왔다. 하지만 이제는 모르는 사람과 접촉을 피하고 싶어 하는 투숙객들이 로봇 서비스를 찾고 있다. 복도 청소를 도맡아 하는 청소 로봇도 본격 `고용`되는 전기가 마련됐다.

호텔마다 최고의료책임자(CMO·Chief Medical Officer) 역할을 할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은 최근 공중위생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로버트 아믈러 박사를 비상근 고문으로 영입했다. 아믈러 박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독성물질·질병등록국 의료총책임자를 역임하는 등 25년간을 보건행정 현장에서 지낸 전문가다.

기자는 지난 6월 중순 미국에 부임하면서 뉴저지에 있는 한 호텔에 20일간 체류했다. 객실 청소 때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투숙하는 동안 방 청소 등 하우스키핑 서비스를 일절 신청하지 않았다. 이런 불안감을 씻어줄 서비스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첨단 자외선 소독기가 대표적이다. 이런 소독기는 공기와 표면에서 세균을 제거하는 장비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감염 분야 전문가 등을 포함한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전 세계 7300개 호텔을 새롭게 관리할 계획이다. 뉴욕 호텔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호텔이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원점에서 무한 경쟁의 출발점에 섰다"며 "새로운 서비스 기준을 누가 먼저 세우느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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