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차 가을·겨울 대유행, 스페인 독감 유행의 재현인가?정기후원코로나 2차 가을·겨울 대유행, 스페인 독감 유행의 재현인가?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②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 기사입력 2020.12.02. 08:34:44
코로나19와의 전쟁이 1년을 맞고 있다. 지구상에서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인류는 자신의 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경험은 고통스런 것이었고 대다수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지겹고 불안한 삶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힙겹게 지내고 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얼마나 잘 대처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코로나가 일상이 된 현실을 어떻게 현명하게 타개해나갈지를 성찰해야 한다. 정치가 과학을 무시하거나 과학 위에 군림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인간의 군상들은 어떠했는지 톺아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 불안에 빠진 사람들을 겨냥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과 상품을 파는 장사꾼들과 이들의 홍보꾼으로 전락한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도 다시금 되짚어야 한다. 방역 우선이란 무기를 앞세워 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일은 없었는지 살피는 것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성찰이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과 앞으로 바꿀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 지에 대한 통찰과 분석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리고 각자도생과 각국도생이 아니라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코로나가 지구를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씩 냉철하고 과학적으로 톺아보고 이를 토대로 코로나 일상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개인과 국가, 세계가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코로나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① 오늘은 '코로나 전쟁' 발발 1주기...종군기자가 돌아본 '인간과 인간의 전쟁'
▲1918년 12월 스페인독감 창궐 당시. 미국 시애틀 시 경찰들이 적십자가 생산한 마스크를 낀 채 서있다. 사진=워싱턴 국립공문서관(The 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코로나19가 지난 봄 대유행에 이어 늦가을부터 당시를 능가하는 기록적 유행을 하고 있다.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그동안 코로나 확산을 저지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국가였던 일본과 한국 등에서도 우려할만한 상황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유행 형태는 20세기 최악의 팬데믹이자 중세 흑사병 이후 가장 악성 급성 감염병으로 꼽는 스페인 독감을 유행 양상을 쏙 빼닮았다.
스페인 독감은 1차 세계 대전 막바지인 1918년 3월 초 참전국이었던 미국의 캔자스 펀스턴(Funston) 훈련캠프에서 첫 발병이 기록된 뒤 빠르게 군인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 유럽 서부전선에서 본격 유행을 시작했다. 4월에는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로 퍼져나갔고 5월에는 북아프리카, 인도, 일본에까지, 6월과 7월에는 중국과 호주에까지 확산됐다.
하지만 이 1차 유행은 2차 유행에 견주면 그리 치명적이지 않았다. 검역차단(콰란틴) 조치도 없었다. 미국에서는 1918년의 첫 6개월 동안 약 7만5천 명이 이 독감으로 숨졌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1918년 5월과 6월 사이 사망자가 1천명도 채 되지 않았다.(Erkoreka, Anton (2010). "The Spanish influenza pandemic in occidental Europe(1918–1920) and victim age". Influenza and Other Respiratory Viruses. 4 (2): 81–89.) 물론 집단생활을 했던 군인들은 대다수가 속수무책으로 이 감염병에 걸렸다. 프랑스군의 4분의 3, 영국군의 절반, 독일군 90만 명이 감염병에 걸렸다. 이 때문에 참전국들은 1차 세계 대전의 군사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1918년 두 번째 대유행은 첫 번째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었다. 첫 유행은 이전의 전형적인 독감 유행과 비슷했다. 가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병든 노인이었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쉽게 회복되었다. 하지만 2차 대유행은 대부분의 인플루엔자 유행과 달리 20~40세의 건장한 청년과 중년층에게도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일부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인플루엔자 H1N1 A형)가 젊은 성인의 강력한 면역 체계를 파괴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유발하기 때문에 특히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Brundage JF, Shanks GD (December 2007). "What really happened during the 1918 influenza pandemic? The importance of bacterial secondary infections". 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196 (11): 1717–18)
반면, 2007년 의학 저널 분석에서는 대유행 기간의 바이러스 감염이 이전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더 공격적이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이러스 특성 대신 길게 이어진 1차 대전으로 악화된 영양실조, 과밀한 의료 캠프와 병원, 열악한 위생으로 인한 박테리아 슈퍼감염이 대부분의 감염자를 사망케 하도록 촉진했다는 것이다.(Brundage JF, Shanks GD (December 2007). "What really happened during the 1918 influenza pandemic? The importance of bacterial secondary infections". 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196 (11): 1717–18, author reply 1718–19. Morens DM, Fauci AS (April 2007). "The 1918 influenza pandemic: insights for the 21st century". 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195 (7): 1018–28.)
스페인 독감, 4차례 유행 중 2차가 가장 심각
1918년 10월은 전체 대유행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최악의 달이었다. 미국에서는 1918년 9월부터 12월까지 29만2천 명이 사망 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1918년의 마지막 분기에만 1천2백만~2천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스페인 독감은 그 뒤 1919년 1월과 1920년 봄 두 차례 더 크게 유행하지만 2차 대유행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주는 피해는 없었다.
코로나19도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우려한 것과 같이 북반구의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한 11월부터 대유행기에 접어들었다. 대유행 시기가 스페인독감 2차 유행과 꼭 닮았다. 미국과 유럽국가 등에서 새로 확진되는 일일 감염자 수가 연일 기록 경신을 하고 있다.
<CNN> 보도를 보면 누적 확진자 수가 절대 숫자 면에서 세계에서 으뜸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은 11월 마지막 1주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환자는 16만6천명을 넘어섰다. 11월이 시작된 뒤 나온 환자가 한 달이 채 안 돼 4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미국의 누적 확진자 1300만 명의 약 30%가 11월에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 국가 가운데 비교적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독일에서도 11월 29일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8,681명을 기록하며 사흘 연속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28일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1만6,774명, 27일에는 1만4,964명이었으며 누적 확진자는 49만8,694명이다.
프랑스는 11월 초순부터 한때 하루 6만 명이 넘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프랑스 정부가 급확산세를 막기 위해 나이트클럽, 술집, 상점, 레스토랑 등의 폐쇄 명령을 내리자 리옹 등 대도시에서는 연막탄을 피우고 팻말을 들고 거센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월드오미터스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의 누적 확진자 수는 30일 현재 221만8천명으로 절대숫자 면에서 미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에 이어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망자는 5만2천여 명이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이들 5개국 가운데 미국과 엇비슷한 수준이며 인도, 브라질, 러시아보다는 훨씬 더 심각하다.
2차 가을 유행, 일본이 한국보다 3배 이상 더 심각
지난 봄 1차 유행 때는 비교적 모범적인 방역국이라고 평가를 받았던 일본도 11월 들어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당히 우려할만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28일에는 하루 2천684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와 하루 발생 최다기록을 경신했다. 일본에서는 1월 중순~6월 중순 5개월간 누적 확진자 수가 1만7,429명(‘대만의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시사점’ KIEP 세계경제 포커스, 2020.6.19. 오윤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던 것이 6월 하순~11월 말 사이 5개월간 이전 5개월보다 7.3배나 많은 12만7,224명이 더 늘어나 누적 14만4,653명을 기록하고 있다. 누적 사망자는 2천106명이다.
우리나라도 1차 봄 유행 때보다 가을 2차 유행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1차 유행은 대구·경북이라는 특정 지역과 신천지 교회라는 특정 집단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반면 2차 유행은 전국에서 다양한 소집단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확산세를 누그러뜨리기가 쉽지 않다.
첫 환자가 나온 1월 하순부터 6월 중순(6월 14일)까지 5개월간 1만2,085명의 누적 확진자가 나왔다. 그 이후 5개월 동안(6월 하순~11월 하순) 이전 5개월의 1.8배에 해당하는 2만2,116명이 더 나와 30일 현재 3만4,201명을 기록하고 있다. 누적 사망자는 526명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견주어서는 2차 유행의 확산세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처럼 10~11월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앞으로 어떤 규모로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전문가들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세계보건기구도 이에 대해서는 뾰족한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시작으로 해서 12월 중순부터 일부 코로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희망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물론 전 세계 코로나 유행 국가에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을 모두에게 맞히는 것은 2021년이 다 가더라도 힘들 것으로 보아야 한다.
2차 대유행은 추운 계절과 장기간 유행으로 인한 방역 피로 증가 때문
스페인 독감 대유행 때에도 2차 유행이 더 심각한 결과를 낳았는데 코로나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인가? 왜 2차 유행이 더 심각해졌는가. 여기에 대해 확실한 해답을 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해답을 바탕으로 맞춤 방역 전략 등을 짜서 실행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고 확산세를 멈추거나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의 원인으로는 (1)바이러스 감염력 증가 (2)북반구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실내 생활이 늘고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쉬운 환경 조성 (3)코로나의 장기간 지속으로 인한 느슨한 방역과 사람들의 피로 누적 (4)무증상 감염자의 증가로 기존 검사·격리 체계 효과의 한계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바이러스 감염력은 유행을 확 바꿀 정도로 아직까지 유전적 변이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계절적 요인과 코로나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방심이 함께 작용해 크게 재확산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이런 분석과 판단이 맞고 내년 봄까지 코로나 백신을 접종 받을 수 있는 국가와 집단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면 적어도 내년 3~4월까지는 코로나가 지금처럼 또는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는 국가는 스페인 독감의 경험에서 보듯이 충분한 병상 확보, 특히 위중증 환자 치료 병상 확보가 매우 중요한 대응 과제로 떠오른다. 우리나라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필자 안종주는 최근 코로나 사태를 분석한 책으로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낸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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