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7 수요일
아침에 깨어나 뜨거운 유자차 마시며 재즈 음악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브런치를 먹고 호수에 산책하러 가는데 파랑새가 노래를 부르며 이웃집 뜰 나무에 숨어 버렸다. 파랑새와 숨바꼭질을 할 줄이야. 나무속에 숨은 파랑새를 기어코 찾았다. 파랑새 하나쯤이야 찾기 쉽지. 문제는 금방 날아가버려 사진을 찍기는 어렵지만. 파랑새를 찾으니 날 보며 속삭이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파랑새 언어를 배워야 할까. 배움이 좋은데 갈수록 게을러지는 나.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이 99.99%이지만 최선을 다하면 이뤄지는 것도 있더라. 내가 누구야. 운명의 종소리가 울릴 때 머나먼 뉴욕에 간다고 하니 모두들 불가능한 꿈이라고 했는데 기어코 오고 말았지. 오긴 왔는데 어린 두 자녀랑 살아보니 남들이 말할 거처럼 뉴욕 삶이 그리 쉽지가 않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태어나도 뉴욕에서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도착했으니 간도 컸다. 아무것도 모르니 그냥 왔지. 실은 그만큼 억울했다. 수 십 년 뒷바라지 해 이제 안정하니 운명의 종소리가 울리니 서글펐지. 내게 운명이 찾아올 거라 누가 상상을 했을까. 내 주위에는 헤어진 부부가 없었다. 내가 한국을 떠난다고 했을 때 대학 친구들이 충격을 받았지. 세상 사람들 다 이혼해도 내가 그럴 거라 상상도 못 했다고.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운명의 힘을 거약 할 수 없었다. 20대는 어른들이 운명이란 말을 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파랑새 보고 호수에 가는 길 다시 새들의 합창을 들으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디에서 노래를 부르는지 궁금해서. 고목나무 가지 위에서 노래를 부르더라. 근데 하마터면 내 입속에 새의 배설물이 낙하할 뻔했다. 정말 큰일이 날 뻔했지. 어제처럼 하얀 눈송이가 내 입속으로 들어와 사르르 녹는다면 그래도 괜찮은데. 하얀 눈송이 입에서 녹는 맛이 달콤하더라.
어제 호수 풍경 1.26
오늘 호수 풍경 1. 27
추운 겨울날 호수에 도착하니 어제와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어제는 정말 구겐하임 미술관 특별전인 줄 알았지. 눈이 내리면 다 예쁘다. 그러니까 내 얼굴에도 하얀 눈이 내리면 예뻐질 거야. 어제 공원에 내린 하얀 눈은 제과점에서 파는 달콤한 케이크 위에 뿌려진 하얀 설탕처럼 예뻤다. 오늘은 하얀 눈은 이미 스르르 녹아버렸더라. 그래도 겨울 철새들이 날 반갑게 맞이하니 기뻤다.
싸우는 갈매기 두 마리
겨울 철새 있고 없고 차이가 무척 크다. 호수에서 산책하는데 갑자기 갈매기 소리 들려 고개를 돌리니 두 마리가 싸우고 있었다. 한 마리가 잡은 먹이를 먹는데 옆에 있던 갈매기가 낚아채려고 하니 싸움이 벌어졌다. 남이 애써 잡은 먹이를 왜 쉽게 빼앗으려 할까.
예쁜 겨울 야생화
추운 바람 맞고 산책하다 집에 돌아와 잠시 사진 작업하고 오후 3시경 공원에 아들과 함께 조깅하러 갔는데 예쁜 야생화가 날 불러 쳐다보았다.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아들과 운동할 때 하늘을 보며 예쁘다고 하면 아들이 "엄마 눈에 예쁘지 않은 게 있어요?"라고 하면 웃는다. 예쁜데 어떡해?
추운 날이라서 그런지 공원에는 미식축구 연습하는 네 명의 젊은이들을 제외하고 없었다. 400 미터 트랙을 여섯 바퀴 천천히 돌고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아들이 어븐에 구운 달달한 브라우니를 먹었다. 많이 먹으면 안 되는데 눈 앞에 있으면 다 먹는다. 뉴요커들 삶이 팍팍하고 힘드니 달달한 브라우니를 좋아할까. 뉴요커들이 달달한 케이크를 좋아한다.
예쁜 겨울 나뭇잎도 보고 겨울 장미도 보고 호수에 가서 산책하고 조깅하고 집안일하고 재즈 음악 듣고 사진 작업하고 글쓰기 하면서 하루가 지나간다.
메트 오페라, 첼시 갤러리, 메트 뮤지엄 등 여러 곳에서 이메일이 오는데 날씨가 풀리면 맨해튼에 가봐야 할 텐데... 잠든 뉴욕이 빨리 깨어나 일상으로 돌아와 공연도 보면 좋겠다. 사랑하는 라이브 오페라를 언제 다시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