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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기억 May 15. 2018

보스턴에서 쇼핑하기(1)

보스턴의 마트들

의식주 중 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트에 가야 한다. 어머니가 해주신 따뜻한 밥을 먹기만 했을 때는 몰랐으나, 먹고살기 위해서는 꽤 자주 마트에 가야 했다. 처음 가본 다른 나라의 마트는 한국의 마트와 비슷하면서도 색달라서 한참이나 신나게 구경했다. 살구나 복숭아처럼 한국에 있는 과일이 보이면 이게 미국에도 있는 게 놀라워서, 펜넬이나 샬롯과 같은 한국에서 드믄 식재료는 오 이게 말로만 듣던 그거로구나 신기해서 하루종일 신선식품 코너를 구경다녔다. 당시에 제이미 올리버가 진행하던 요리쇼를 좋아해서 자주 챙겨봤다. 보다보면 한국에서는 보기드믄 식재료들이 많아 나와 궁금했는데, 마트에 가면 그 신기했던 식재료들이 다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간혹가다 뭐에 쓸지도 생각안하고 덜컥 산 적도 있다. 요새는 한국에서도 다 구할 수 있어서 한국의 마트에서도 녀석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면 다시 보스턴과 제이미 올리버가 떠오른다. 지금도 여행을 가면 그 동네 마트에 구경 가서 뭐가 있나 구경하러 가곤 한다. 미국의 마트와 글로벌화한 한국의 마트를 겪은 요즘도 다른 나라의 마트에는 여전히 신기한 것들이 많다.


1. 일반 마트

- Star Market, Shaw's

흔히 미국을 풍요의 나라라고 하는 데, 미국의 마트에서 이 표현을 가장 실감했던 것 같다. 산더미처럼 쌓인 형형색색의 과일을 계절과 상관없이 만날 수 있다. 감자나 고구마도 품종별로 몇 가지씩 진열되어있다. 손질한 샐러드용 채소처럼 미리 포장해놓은 식재료는 대게 큼직하게 포장되어있어서 1인 가구나 유학생 입장에서는 좀 부담스럽다.  미국의 마트는 뭐가 됐든 푸짐하게 진열한다. 진열장에는 같은 종류의 물건을 20-30개씩 꽉 채워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빈틈없이 물건을 세워놓은 한국의 마트와 비교하면 공간을 낭비하는 느낌마저 든다.


앤디 워홀이 생각나는 캠벨수프가 진열장 한 가득 세워져있다
무엇이든 넘치게 꽉차도록 진열된 Star Market의 야채칸

고기도 부위별로 미리 포장되어있는데, 국내에서 파는 한우의 가격을 생각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그래서 미국에 있을 때 가장 편하게 많이 해 먹었던 음식 중에 하나는 스테이크였다. 프라이팬이 고기와 양파, 버섯을 구워서 한인마트에서 산 고추장, 참기름 소금장에 곁들여 먹으면 정말 맛있고 든든한 한 끼를 손쉽게 준비할 수 있었다. 닭이나 돼지도 부위별로 포장되어있고, 사본 적은 없지만 생선과 해산물도 다양하게 갖춰져있다.

한국 라면은 아니지만 라면도 있고, 라면 비슷하게 만든 인스턴트 파스타도 있다. 심지어 쌀도 있다. 대부분은 리조또용의 찰기 없는 쌀이므로, 쌀을 살 때는 종류를 잘 확인해야한다.

과일도 비싸지 않은 편이므로,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라면 이 곳에 들려 과일과 요거트, 샐러드용 포장 야채를 사서 식사를 대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미국의 외식비는 팁까지 생각하면 꽤 비싼데 식재료는 저렴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보스턴에서 인턴할 때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다.

 큰 마트인 만큼 간단한 빵류도 팔고 한쪽 구석에는 주류 코너도 마련되어있다. 주류를 살 때는 신분증을 철저히 검사하므로,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한다.


다양한 아이스크림!

마트에 가면 신기한 것 중에 하나가 이 아이스크림 코너이다. 정말 다양한 브랜드의 아이스크림이 있다. 그러고 보니 저 스타벅스 아이스크림은 한 번 먹어봐야지 하고는 결국 먹어보지 못했다. 벤엔제리스도 맛있는 아이스크림 브랜다. 예전에 강남역에 매장도 있었는데, 우리나라 입맛과는 맞지 않는지 금세 철수하고 나갔다. 하겐다즈도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는 맛도 종종 있으므로,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면 이 코너는 꼭 가보길 추천한다.


그 외에 우리나라와 달리 어마어마한 유통기한을 자랑하는 우유도 있고(아직도 왜 그리 유통기한이 긴 건지 잘 모르겠다), 자취생의 필수품인 씨리얼도 있고, 각종 포테이토칩과 초콜릿 과자 등등 살찌기 위한 음식은 이곳에 다 모아놓은 것 같다. 포테이토칩을 정말 좋아하는 나지만, 대부분의 포테이토칩은 짜서 먹기 힘들었다. 신기한건 초콜릿 칩 과자에서도 짠 맛이 느껴지는 거다. 도대체 여기에 왜 소금을..?

 

내가 이 마트에서 산 식료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식료품은 판체타이다. 미국 베이컨은 크고 두껍고 짜다. 두께는 웬만한 삼겹살 저리 가라여서, 삼겹살이 그리울 때면 베이컨을 구워 먹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다. 사실 삼겹살을 염장한 게 베이컨이지 뭐. 나처럼 강한 돼지 냄새에 약한 사람이라면 이탈리아식 하몽이라고도 할 수 있는 판체타가 입에 잘 맞을 것이다. 하몽처럼 생으로 멜론에 함께 먹으면 엄청 맛있는 고급식재료이다. 이걸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다.(아깝긴 하지만..) 한 번은 판체타와 감자를 깍둑 썰어서 오븐에 넣고 올리브 오일 좀 뿌려서 구웠는데, 정말 맥주를 부르는 엄청 맛있는 안주가 탄생했었다.


계속 먹는 것만 얘기하고 있지만, 휴지나 화장실 용품, 각종 청소 용품 등등 모든 생활 용품을 다 판매한다.


2. 한인마트

-미림, Hmart

내가 보스턴 살던 시적 주로 다녔던 얼스톤 하바드 스트리트에 있던 미림은 문을 닫았고, 캠브릿지 MIT 바로 옆의 Hmart는 내가 가본 적은 없다. 하지만 Hmart는 미림보다 크니까, 미림에 있던 것은 다 있을 것이다.

미림은 정말 작은 가게였는데도 없는 것이 없었다. 작은 구멍가게 같던 그 가게의 선반에는 아니 이런 것도 있네 하고 놀라게 되는 한국 식자재가 가득하게 차 있었다. 김밥말이용 김발, 미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깻잎, 간장, 고추장, 된장 등 각종 한국식 향신료, 한국사람의 필수품 김치(배추 김치, 열무 김치, 총각 김치, 오이 김치, 파 김치 등등), 찰진 한국 쌀,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가기 어려운 유학생의 비타민 보충제 유자차, 출출할 때면 최고의 야식인 냉동만두, 잡채용 당면, 명란젓, 마늘종 무침이나 무말랭이 같은 미리 만들어놓은 밑반찬은 물론 한국의 과자, 레토르트 떡볶이, 냉면에 이르기까지 이런 것도 있네 싶을 만큼 놀라운 식재료들을 고루고루 갖추었다. 미숫가루와 꿀도 팔아서 나의 인턴 시절 소중한 도시락 메뉴가 되어 주었다. 가격은 한국의 마트에 비해서도 미국의 마트에 비해서도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머나먼 타국에서 한국 음식이 생각날 때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곳들이다.


Hmart에는 한국음식 푸드코트도 있다고 하니, 한국음식이 그립다면 이곳으로 가자.


만약 거주하는 곳에 한인마트가 없다면 가까운 중국 마트를 가면, 한국 과자나 라면, 한국식 향신료(된장, 고추장?)를 구할 수 있다.


3. 유기농 마트

- Whole Food, Trader Joe's

일반 마트보다는 비싸지만, 한국에서 팔던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생각하면 Whole Food나 Trade Joe's는 참 저렴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Whole Food가 Trader Joe's 보다는 규모가 크고 가격이 좀 더 비싸다고 한다. 어쨌든 취급하는 상품도 약간 다르다. 유기농 세제나 샴푸 등도 판매하지만 식료품에 비해 다른 품목은 다소 종류가 적다. 한 번은 Whole Food에서 콩나물을 보고 엄청 반가우면서도 신기했는데, 원산지를 확인해보니 한국산이었다. 외국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마트에서 만난 콩나물도 그렇게 반가웠다.

Whole Food에서는 미리 구워놓은 피자나 빵도 팔고 있다. Whole Food에서 팔아서인지 다른 곳에서 파는 피자보다는 건강할 거 같은 느낌인데, 미국 피자치고는 확실히 야채 토핑이 좀 많다. 특이한 초콜릿도 많이 파는데, 라벤더 초콜릿과 고추가 들어간 초콜릿이 기억난다. 라벤더 초콜릿은 정말 상상이 되지 않는 조합이었는데, 라벤더향 방향제를 먹으면 이런 맛이 나려나... 라벤더를 엄청 좋아하거나 도전정신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별로 추천하고 싶은 맛은 아니다.

이곳에서 샀던 식료품 중에 기억이 나는 것은 Sillycow hot chocolate이다. 자그마한 유리병에 들어있고, 뚜껑의 색별로 맛이 다르다. 눈이 사람 키만큼 쌓여서 외출할 수 없는 겨울을 함께 보낸 이 유기농 핫초코는 많이 달지 않으면서도 진하고 크리미한 맛이 일품이다. 나는 이 핫초코가 기라델리나 고다이바 핫초코보다 맛있었다. 유리병이 너무 무거워서 한국올 때 사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amazon에서 판매중인 Sillycow farms' hat chocolate

Trader Joe's 는 이상하게 간식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일단 이곳에는 건강한 간식이 많다. 이름만 들어도 맛없을 거 같은 Vegie chip이라던가..(의외로 맛있다! 미국에서 파는 다른 칩은 짜서 먹을 수 없지만 이건 담백하다!). 요새는 김치칩과 김과자도 판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에서 파는 냉동 티라미스도 맛있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내 입맛에는 뭐... 냉동은 갓 구운 빵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유학하던 시절 보스턴은 생각보다 맛있는 빵집이나, 한국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디저트 카페 같은 것이 잘 없었다. 그래서 엄청 맛있는 티라미스를 먹으려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로 먹는 방법뿐인데, 그런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먹을만한 맛이긴 했다.

이 곳에서 기억이 나는 식료품은 Trader Joe's Corn & Chile Tomatoless Salsa이다.


amazon에서 판매중인 Trader Joe's Corn & Chile Tomatoless Salsa

이건 다른 곳에서 안 파는지 여기에서 밖에 못 봤다. 이 옥수수 칠리 살사 소스는 향이 제법 강해서, 샐러드 채소 위에 이 옥수수를 뿌리면 다른 드레싱이 따로 필요 없다. 그런만큼 이것만 먹기엔 향도 간도 좀 세다.

marinated mozzarella balls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식료품은 Marinated Mozzarella Salad인데, 향신료가 들어간 올리브 오일에 생 모짜렐라를 재어둔 것이다. 향신료의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담백한 생 모짜렐라 치즈에 향과 간이 살짝 배어서 샐러드나 빵과 먹기에 적절하다. 요건 그냥 요것만 집어 먹어도 맛있다. 이 양념에 절인 생 모짜렐라는 Whole Food에서도 본 것 같기도 하고... Trader Joe's에만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이 생 모짜렐라 몇 알과 옥수수 한 스푼을 적당량의 채소 위에 뿌리면 훌륭한 한 끼 식사용 샐러드가 완성된다. 역시 미국에서 인턴 할 때 도시락으로 애용한 조합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떠먹는 피자로 유명한 강남역의 모 음식점에서 냉파스타를 먹는 데, 굉장히 익숙한 맛이었다. 무슨 맛일까 한참 생각해봤는데, 바로 Trader Joe's Corn & Chile Tomatoless Salsa 맛이었다. 아마 내가 먹던 샐러드에 파스타면만 추가하면 거의 동일한 메뉴가 아닐까 싶었다. 진작 알았다면, 샐러드에 파스타면을 추가해서 먹어봤을 텐데 아쉽다.


4. Farmer's Market

- Copley square


Hours: 화요일, 금요일, 11:00am to 6:00pm
5.11~ 11.20


Copley squre의 Farmer's marketCopley squre의 Farmer's market


지역 주민들이 농사지은 것을 판매하는 직거래 장터이다. 저렴하고 싱싱한 과일과 야채를 만날 수 있다. 각종 꽃, 집에서 구운 느낌이 드는 커다란 버터쿠키, 브라우니, 직접 만든 염소 치즈 등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파는 과자들은 미국 과자답게 느끼한 맛과 짠맛이 제법 강하다.

야외 시장이므로 추운 계절에는 열리지 않는다. 오후 6시까지는 한다고 하지만 직거래 장터인 만큼 너무 늦게 가면 물건이 많이 빠져있다.

처음 코플리 스퀘어를 방문했던 날 열려있어서 매일 열리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일주일에 2번만 여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사 먹은 새콤달콤한 맛의 라즈베리는 보스턴에서 처음으로 샀던 과일이다. 그래서일까 이 파머스 마켓을 생각할 때마다, 그 라즈베리의 새콤한 맛이 떠오르며 입에 침이 고인다.

이곳에 샀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그래놀라이다. 농장에서 직접 만든 그래놀라라고 하는 데, 각종 견과류와 귀리와 같은 잡곡, 크랜베리에 꿀을 넣어 만든 것으로 정말 맛있다. 파머스 마켓이 열리면 꼭 그 그래놀라를 사서 간식 대신 아껴 먹었었다.

새콤달콤했던 라즈베리, 사실 엄청 맛있지는 않다.


파머스 마켓은 코플리 스퀘어 외에도 몇 군데 더 열리는 곳이 있다. 아래 홈페이지에서 매사추세츠 주의 파머스 마켓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http://massfarmersmarkets.org/


5. drug store

- CVS, Walgreen

대게 밤 10시, 11시 정도면 문을 닫는다. 이곳들은 몇 가지 과일과 야채도 팔고, 과자도 팔고 우유, 요거트와 같은 유제품도 팔지만, 기본적으로는 미용 관련 용품들과 영양제, 건강보조제 등을 파는 곳이다. 마트처럼 크지 않으므로, 가볍게 필요한 물건을 사기에 좋다. 간단한 화장품도 팔고 샴푸도 팔고, 학용품도 판다. 규모가 큰 곳은 씨리얼과 같은 식료품도 팔지만, 규모가 작을수록 식료품 코너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보스턴 도심에서 만나기 가장 쉬운 종류의 마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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