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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Aug 20. 2016

스월링과 디켄팅

와인 깨우는거 그까이거 대충..

와인을 깨운다는 것이 뭘까? 와인을 마시기 좋은 상태로 만든다는 뜻과 동음이의어라고 할수 있겠다. 요즘와인들은 대부분 바로 따서 마실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이탈리아나 프랑스와인은 타닌으로 인해 어느정도 깨운 상태에서 마셔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에 사용하는게 바로 이 스월링과 디켄팅이다. 스월링은 와인을 잔에 담아 산화 되도록 흔드는 거고 디켄팅은 디켄터에 와인을 옮겨 담아 산화 혹은 불순물을 제거 하는 것이다. 아래 와인을 깨웠던 몇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에피소드 원. 

일전에 형네집에서 와인을 마실때였다. 보르도 와인이였는데 스월링을 아무리 해도 와인이 열리지 않았다. 향은 진한데 타닌감이 너무 심해서 와인을 즐기는데 애를 먹었기 때문이였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참을성은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에 형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봄봄.. 디켄터를 가져와"

"오!!! 드디어 신의 물방울 처럼 와인이 열리는 순간을 보는 것인가?"

"이거 너무 안열려서 못마시겠어"

"진짜..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한번 디켄터를 사용해서 마셔보자. "


처음 이 형이 디켄터를 살때 이해를 못하고 있었는데 이게 이렇게 사용될 줄이야. 형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와인이 졸졸졸 디켄터 병으로 쏟아져 나왔다. 포도주의 그득한 향이 방안에 퍼졌다. 뭐랄까 이 향이 다 소진되어 없어질 까봐 조금 아쉽기도 안탑깝기도 했다. 


그렇게 디켄터에 와인의 2/3 가량 털어 넣었다. 

"좀 많은가?"

"그것도 뭐 금방 마실 것 같은데?"

"그렇지? 그럼 한번 한들어 보자"

형의 디켄터는 가장 일반적인 밑의 모양이 둥그스럼한 디켄터였다. 이걸 20만원이나 주고 사다니.. 이 형은 정말 미쳤어(와인에) 


형은 와인을 스월링하듯 디켄터를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살살 흔들어 주었다. 마치 조심스럽게 작업을 하는 듯이 말이다. 그러는 와중에 와인의 향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우리를 자극했다. 


"이거 정말 좋은 와인이긴 한가봐.. 이렇게 향이 강렬하다니"

"이거 비싼거야.. 너희니까 마시는 거지.."

"오!!! 땡큐 베리 감사"

"음.. 이정도면 된 것 같은데 잔좀 가져와봐"


나는 내가 마시던 잔을 형앞에다 가져다 놓았다. 형은 디켄터의 와인을 조심스레 따라 주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변화를 못느끼겠다. 일단 코에 와인잔을 가져다 대었다. 


"향이 바뀐것 같은데?"

"정말? " 하더니 형도 와인잔을 코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금세 바뀌었네. 아 와인 마실때 이런게 정말 신기해."

"진짜.. 이거 와인 맛도 바뀌었을 것 같은 느낌이 부쩍부쩍 는다."

"한번.. 마셔볼까?"


나는 와인을 시음하듯 한모금 홀짝 했다. 공기반 소리반이랄까? 와인을 한모금 하는데 내 머리속에 느낌표가 쫙!!!!!!!!!!! 정말 거짓말 안하고 이정도로 '!!!!!!!!!!!!!!' 켜진것 같다. 


"오마이갓! 와인이 매우 부드러워 졌어. 타닌 감도 없어지고. 대신 향은 좀 감소한 것 같다."

"진짜.. 디켄터 대단하다. 내가 이거 하려고 산거야!!"

"인정. 와인을 이렇게 한번에 깨울 수 있구나!!"


정말 신기했다. 역시 목적이 없는 도구란 없구나. 디켄터로 잠들어 있는 와인을 깨울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 된 것이다. 우리는 이런 마법과 같은 상황을 발견하고 종종 디켄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디켄터를 사용하면 너무 많은 산화를 시킨다는 것!!! 디켄터를 사용하면 너무 많이 익어 버리는? 경우가 발생했다. 오히려 맛이 없어지는 경험을 한 것이였다. 아.. 와인의 세계는 심오해서 아직 어느 와인은 디켄터로 깨우고 어느 와인은 시간을 두고 꺠워야 하는지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맛있게 마시고 싶은데.. 내공이 부족해서 오는 아쉬움이다. 다만 너무 와인을 농익게 만드는 디켄터를 사용한 이후로는 디켄터의 사용이 신중해졌다. 와인을 향과 맛으로 즐기기 위해서 마시는 건데.. 디켄터는 그 순간을 너무 빨리 지나게 만들었다. 


몇번 사용해서 일반화 시킬 수 없겠지만.. 그래도 구세대 와인. 타닌감이 많아 묵직하고 헤비한 와인은 디켄터가 성공할 확률이 높고, 신세계 와인이나.. 빈티지가 높지 않고 따고 바로 마시게 설계된 와인을 디켄터로 사용하면 망한다. (실패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에는 디켄팅을 포기한다. 사실 디켄터라는건 와인을 깨우는 용도로 사용 되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 되었다고 한다. 디켄터로 와인을 옮겨닮고 분순물을 가라않힌 다음에 와인만을 따라 마시는 것이다. 와인을 마시면 디켄터가 꼭필요한 아이템은 아니나 가끔 한번 아쉬울 때가 있다. 그럴때를 위해서 조그만 디켄터 한병정도는 가지고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 


아! 이런 디켄터의 가격도 천차 만별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디켄터는 마트에서 서비스로 받은 공짜이지만 동기형네 디켄터는 무려 30만원 짜리이다. 가격에 따라 80만원짜리 디켄터도 구경할 수 있었다. 꼭 필요하다싶은 아이템은 아니니 자기 수준에 맞춰서 구매 결정 여부를 고민해 보도록 하자. 


에피소드 투. 


와인을 깨우는 두번째 방법 - 열어두고 기다린다. 

어느날 형들이랑 와인을 마셨다. 무척이나 헤비한 와인이였는데, 이게 좀처럼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에 와인을 1/3 만 마시고 남길 수 밖에 없었고 형은 다시코르크를 막아서 하루정도 보관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퇴근을 하고 마셨는데 세상에!! 엄청 맛있는 와인으로 변해있었다고, 우리들을 다시 부르기 뭐해서 혼자 다 마셔버렸다고.. 정말 부르기가 뭐 했던 것일까 아니면 너무 맛있어서 혼자 다 마셔 버린것일까? 


와인병을 열어두고 기다리는 방법은 모임에서도 종종 쓰는 방법이다. 이제 어느정도 노하우가 붙어서 좀 헤비한 와인일것 같다 싶으면 모임을 시작 하면서 열어 두거나 아니면 다른 와인을 마시고 있을때 미리 따 두는 편이다. 와인에 따라 한 두시간 정도 열어두면 산화가 이루어져 마시기 딱~!! 좋은상태로 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시기 좋은 상태가 되지 않았다면 뭐 어쩔수 없이 다시 스월링을 할 수밖에. 보르도의 샤또와인, 이탈리아 바르도등 헤비한 와인들은 미리 열어 두는 편!! 


에피소드 쓰리. 


스월링을 하는 몇가지 팁. 

처음에는 스월링이라는 단어도 몰랐고 또 하는 것도 어색했다. 술을 마시지 않고 빙빙 돌리고 있다니, 하지만 지금은 와인을 더 맛있고 부드럽고 또 풍부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는 헤드배잉하는 것처럼 와인잔을 빙빙 돌려 준다. 그런데 이런 스월링을 하다보니 또 몇가지 요령이 생기더라. 


첫번째로는 스탬을 잡고 돌리기!! 일반적으로 스월링을 할때 스탬을 잡고 돌리신다.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이 스탬을 잡고 돌리는 경우가 많다. 손으로 잡기 편한 부분에 있는 것 같아서 그렇다. 


두번째로는 베이스를 잡고 돌리기! 나는 주로 베이스를 잡고 돌린다. 더 안정적이라서 이 베이스가 더 잔을 돌리기에 편하다. 스템을 잡는것보다 와인을 훨씬더 잘 굴릴? 수 있다. 


세번째 미끄러운 바닥애 내려놓고 베이스 상면을 잡고 돌리기. 바닥에 내려놓고 돌리는 방법도 추천하는데 일단 바닥이 많이 미끄러워야 좋다. 미끄럽지 못하면 마찰력 때문에 잘 돌아가지 않거든, 바닥에 내려놓고 돌리면 훨얼씬 더 안정적으로 와인을 돌릴 수 있다. 


어떤 방법이 되었던 와인을 잘 돌리기만 하면 된다. 자신의 방법을 찾아 신나게 신나게 와인을 돌려 보자. 아! 한가지 더 팁을 준다면 와인잔에 와인을 너무많이 따르면 와인이 흘러 넘치게 된다. 1/3정도 따르는게 와인도 쉽게 돌아가고 좋은 것 같더라. 대략 와인잔 보올에 구부러진 부분까지 따르면 될 것 같다. 한번 따르고 돌려보면 요령을 알 수 있을듯 하다. 


와인을 따보고 신나게 스월링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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