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te Chalonnaise, Maconnais)
꼬뜨 샬로네즈(Cote Chalonnaise), 그리고 마꼬네(Maconnais)는 부르고뉴의 황금 언덕, 꼬뜨 도르(Cotes d’Or) 남쪽에 차례로 이어져 있다. 둘 다 부르고뉴에서는 흔치 않은 가성비 지역이라고 할 만하다. 저렴한 에브리데이 레드와 화이트를 비롯해 프리미엄 와인까지 다양한 품질의 와인이 존재하는데, 수준급 생산자의 와인이라 할 지라도 꼬뜨 도르 일반적 생산자의 마을(Communal) 혹은 프르미에 크뤼(Premier Cru) 등급 와인 가격과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잘만 고른다면 품질과 가격 모두 만족스러운 와인을 발견할 수 있다.
꼬뜨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
꼬뜨 샬로네즈의 포도밭은 샤니(Chagny) 마을을 시작으로 남쪽으로 약 25km 정도 뻗은 언덕의 경사면에 조성돼 있다. 꼬뜨 드 본의 느낌과 사뭇 닮았지만 고도가 좀 더 높고, 꼬뜨 드 본 만큼 연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포도밭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방향 또한 일정하지 않은데, 주로 남동향으로 조성된 포도밭에서 빼어난 와인이 나온다. 그랑 크뤼(Grand Cru) 포도밭은 없지만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은 아주 많다. 물론 프르미에 크뤼라고 해도 가격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가성비 와인 헌터라면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지역이다. 꼬뜨 샬로네즈의 AOC 와인들은 (부즈롱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레드는 피노 누아(Pinot Noir), 화이트는 샤르도네(Chardonnay)로 양조한다.
주요 아펠라시옹은 부즈롱(Bouzeron), 뤼이(Rully), 메르퀴레(Mercurey), 지브리(Givry), 몽타니(Montagny) 등 5개 마을이다. 가장 북쪽에 위치한 부즈롱은 알리고테(Aligote) 품종으로 만드는 유일한 마을 등급 와인이다.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ne Conti)의 소유주 오베르 드 빌렌(Aubert de Villaine)이 이 마을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애호가들이 구하고 싶어 하는 레어템 중 하나다. 이는 부즈롱이 부르고뉴 최고의 알리고테를 생산한다는 명성을 확고히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부즈롱 남쪽에 면한 뤼이는 가벼운 과일 향이 드러나는 레드와 화이트 와인을 함께 생산한다. 화이트의 생산량이 조금 더 많으며, 크레망 드 부르고뉴(Cremant de Bourgogne)의 주요 산지이기도 하다. 이는 품질 면에서도 상당히 유리하다. 좋은 빈티지에는 신선하고 깔끔한 화이트 와인을 많이 생산하고, 어려운 빈티지에는 생동감 넘치는 크레망 드 부르고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아래 메르퀴레는 규모나 명성 모두 꼬뜨 샬로네즈에서 가장 중요한 마을이다. 잘 만든 메르퀴레 레드는 꼬드 드 본의 뛰어난 레드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릴 때는 조금 거칠지만 견고한 구조를 지녀 중장기 숙성을 통해 멋진 풍미를 드러낸다. 화이트 또한 레드에 살짝 가려져 있긴 하지만 미네랄리티가 도드라지는 훌륭한 와인이다. 그 아래 지브리는 꼬뜨 샬로네즈에서 가장 작은 마을로 쉽게 마실 수 있는 가벼운 레드 와인을 주로 생산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몽타니는 화이트 와인만 생산하는데, 화려하고 풍성한 향기와 탄탄한 구조를 지녀 마꼬네의 푸이-퓌세(Pouilly-Fuisse)에 비견되는 리얼 밸류 와인이다. 이외에 꼬뜨 샬로네즈 북서쪽에 위치한 꾸슈와(Couchois) 지역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는 주로 레지오날 부르고뉴 와인에 사용한다. 부르고뉴 꼬뜨 드 꾸슈와(Bourgogne Cotes du Couchois) AOC는 레드만 허용하는데,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마꼬네(Mâconnais)
꼬뜨 샬로네즈 남쪽에 좀 더 넓게 펼쳐진 마꼬네는 낮은 구릉과 삼림, 농지, 목초지 등이 섞여 있는 광활한 지역으로 곳곳에서 포도밭을 찾을 수 있다. 완만한 언덕으로 시작하는 풍경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험준해지며, 마지막엔 솔뤼트레 암벽(Roche de Solutre) 같은 장엄한 언덕들이 나타난다. 갑자기 솟아오른 것 같은 석회질 암벽에는 샤르도네 재배에 최적인 알칼리성 토양이 풍부한데, 이 언덕들의 경사면에서 마꼬네 최고의 화이트 와인인 뿌이-퓌세가 나온다.
훌륭한 생산자들이 만드는 최상급 뿌이-퓌세는 위대한 부르고뉴 화이트의 품질에 근접하고 있다. 완숙한 과일의 화려한 풍미를 완벽하게 끌어내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뿌이-퓌세에 그랑 크뤼는 물론 프르미에 크뤼도 없었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데, 이는 아펠라시옹 및 등급 체계가 공식화되던 시기 이 지역의 생산자들이 프르미에 크뤼로 등록 신청을 하지 않은 탓이 크다. 하지만 작년 말 22개 크뤼가 프르미에 크뤼로 승격되면서 2020년 빈티지부터 뿌이-퓌세 프르미에 크뤼가 탄생할 예정이다. 뿌이-퓌세는 솔뤼트레-뿌이(Solutre-Pouilly)와 퓌세(Fuisse), 그리고 생트레(Chaintre), 베르지송(Vergisson) 등 네 개 마을에서 생산한다. 여담이지만 다양한 와인 서적이나 콘텐츠에서 이름이 비슷한 루아르 지역의 뿌이-퓌메(Pouilly-Fume)와 혼동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자주 보게 되는데, 왠지 이 때문에 더 헷갈리는 느낌이다. 뿌이 마을과 퓌세 마을이 더해진 이름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될 것이다. 뿌이-퓌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뿌이-뱅젤(Pouilly-Vinzelles)과 뿌이-로셰(Pouilly-Roche), 생-베랑(Saint-Veran) 등은 뿌이-퓌세 못지않은 고품질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좀 더 북쪽에 있는 비레-클레세(Vire-Clesse)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마을 등급 와인이다.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는 레이블에 마꽁-빌라주(Macon-Villages)라고 쓰여 있는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에만 허용된 이 등급은 '빌라주'라는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등급 와인이 아니라 레지오날(Regional) 등급 와인이다. 등급뿐만 아니라 맛이나 품질도 일반 마꽁(Macon) 화이트 와인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마꽁 쉬페리외(Macon Superieur)도 마찬가지다. 레지오날 등급 중에서 더 나은 품질의 와인을 찾으려면 마꽁 뒤에 실제 마을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찾는 편이 좋다. 실질적으로 현재 레지오날 등급에서 중요한 요소는 지역보다는 생산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참고로 비레-클레쎄 북쪽에 샤르도네라는 이름의 마을이 있는데, 샤르도네 품종의 이름이 이 마을에서 유래한 것 같지는 않다. 특별한 와인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레이블에 마꽁(혹은 마꽁 뒤에 마을 이름, 쉬페리외 포함)이라고 쓰여 있는 와인은 레드와 로제 와인도 나온다. 피노 누아와 가메(Gamay) 품종으로 만드는데, 가메 품종의 재배 및 사용 비율이 훨씬 높다. 화강암 토양이 많은 보졸레(Beaujolais) 지역과 달리 마꽁 지역의 가메는 주로 석회질 토양에서 자라기 때문에 소박하고 단순한 스타일의 와인이 많다. 그러니 마꼬네에서는 가급적 화이트에 집중하자. 특히 '뿌이-'가 붙은 마을들과 생-베랑, 그리고 최고급 생산자를 중심으로 와인을 고른다면 실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당신의 지갑이 덜 얇아지는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