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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맛

by 겨울꽃 김선혜

홋카이도의 맛은 달고, 부드럽고, 짜고, 강하고, 때론 슴슴하고, 고소했다.



수프카레, photo by Seonhye


수프카레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해서 국내선 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스스키노에 있는 유명 수프카레 분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음식점을 찾았고 음식이 맛있기를 기대하며 매장에 들어섰다. 마음에 드는 자리에 착석하니 점원은 잘게 부숴놓은 얼음이 담긴 물컵과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메뉴는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되는 치킨을, 맵기는 1에서 5중에서 5를 고르고 매운맛을 중화시킬 치즈밥을 주문했다.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구운 브로콜리와 갖은 야채, 치킨이 담긴 수프카레가 내 앞에 놓였다.

음... 첫맛은 생각보다 맵지 않다. 적당히 칼칼한 맛에 치즈 얹은 밥이 함께하니 제법 맛이 좋았다.

다 먹고 난 다음에는 약간은 시큼하고, 독특한 수프의 잔향이 입안을 감싸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마지막 날, 저녁에도 수프카레를 메뉴로 선택했다.

스스키노에 자리 잡고 있는 음식점인데, 맛이 좀 다르다는 평이 있어서 먹어보기로 했다.

이날의 수프카레는 첫날에 먹었던 수프카레와 맛이 다르다. 걸쭉하고 진했다. 무엇보다 맛의 발란스와 식감이 좋았다. 치즈 얹은 밥이 세트메뉴여서 같이 나왔고, 맵기는 4로 주문했었는데 첫날에 먹었던 수프카레보다 맵다. 맵기는 각 음식점별로 다른가보다.

고기는 소고기로 주문했는데 역시 부드러웠고, 구워 나온 야채들은 눅눅하고 질기지 않았으며, 어느 정도의 아삭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둘 중에 어느 곳이 더 맛있었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내 대답은 이렇다.

"다 맛있어요!"



징기스칸


스스키노 어느 징기스칸 음식점에서


여행 전에, 일본에서 먹는 양고기는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유명하다는 징기스칸음식점들은 구글과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우리가 선택한 곳은 비에이당일투어 가이드가 추천해 주었던 음식점이다.


스스키노의 복잡한 거리, 여기저기 풍기던 음식냄새, 많은 사람들이 걷던 거리에서의 저녁이었다.

번화한 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지점에 위치해 있었던 음식점.

매장은 작았다. 테이블도 몇 되지 않고, 앉아서 먹었던 테이블도 작았던 곳이었다.

들어서자마자 몰려오는 연기와, 매우 소란한 소음이 우리를 맞았다. 회식을 하는 것인지, 가까운 지인들이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인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그들의 소란한 소음이 싫지 않았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업되었기 때문이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언어에 담긴 그들의 즐거움이 내게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자리에 앉고 얼마 되지 않아 눈에 익은 부부가 미소 띤 얼굴로 인사하면서 음식점 안으로 들어왔다.

그날의 일행이었다. 그들도 현지 가이드가 추천해 준 음식점을 선택한 것이다.


키가 크고, 눈이 큰 주인이 우리에게 다가와 주문을 받았다. 그가 추천해 준 부위는 갈비, 심장, 설(舌) 등...

양고기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고 육질이 부드러웠다. 우설(牛舌)처럼 파를 얹어 나온 양의 설(舌)은 비주얼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때 아니면 언제 먹어보겠나 싶어서 맛을 보았다. 심장 부위 역시 같은 이유에서 주문을 했지만 그 각각은 작은 접시 하나면 충분했다.


음식을 다 먹고 나오니 시끄러워 미안하다면서 좋은 여행되라는 말과 함께 매장 밖으로까지 우리를 따라 나와 배웅하던 주인을 뒤로하고 저녁부터 내리던 비를 피하기 위해 지하도로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그날의 저녁 음식은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었다.



라멘

삿포로역 라멘집에서


일본에 왔으니 한 끼 정도는 먹어줘야 하는 것이 라멘이 아닐까.

삿포로역 위층에 있었던 다양한 음식점들 중의 하나 '라멘집'을 선택했다. 동선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했는데, 운이 좋았다. 구글평점을 찾아보니 별점 4가 넘는다.


기다리는 동안 물컵이 나왔다. 잘게 부서진 얼음에 담긴 물, 상냥하고 미소 띤 젊은 점원은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내앞에 라멘그릇이 놓였다. 오! 전체적인 맛의 발란스가 좋았다.

그릴에 그을린 고기맛은 짜고 느끼한 맛을 잡아주었고, 야채와 면발의 식감은 오독하기도 쫀득하기도 해서 먹는 내내 젓가락이 쉴 수 없었다. 걸쭉한 국물은 육수의 깊이를 담아내기 충분했다.


그날, 맛과 함께 더해진 것은 삿포로역 주변의 야경이었다. 기억은 야경과 그때의 맛을 떠올리게 한다.



오타루의 맛



르타오 치즈케이크


오타루의 오르골당 건너편에 위치해 있던 '르타오 치즈 케이크' 카페는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치즈케이크가 다 거기서 거기일 거라는 내 예상은 빗나갔다. 부드러운 식감이 이제껏 먹어왔었던 치즈케이크와 달랐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는 맛의 달기가 적당했고 같이 주문했었던 아이스커피와의 궁합도 좋았다.


르타오 치즈 케이크점에서 일어나 운하방향으로 걷다 보면 운하에 도착하기 전에 어묵공장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어묵이 맛있다고들 하기에 들러서 먹어보았다. 쫀득하고 적당하게 간이베어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맛이며 재료들이 매우 곱게 갈려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묵을 먹어봐야 한다는 말을 왜 하는지 알겠는 맛이었다.


점심은 운하 주변에서 대략 도보로 6,7분 거리에 있었던 음식점을 선택했다. 이곳도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는 곳인데 우리는 바로 들어갈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주문했었던 카이센동은 신선했지만 식감이 부드러웠고, 게살을 얹은 밥은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괜찮았다.


오타루에서


르타오 치즈케이크, 어묵, 해산물정도면 오타루에서 먹어봐야 하는 음식은 어느 정도 먹어 본 셈이다.




홋카이도의 다양한 유제품

팜도미타에서


첫 일정이었던 '홋카이도 대학'에서부터 여행을 하는 내내, 어디에서나 다양한 유제품을 먹어볼 수 있었다.

우유, 치즈, 푸딩,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등 유제품으로 만들어진 음식들은 관광지마다 각각의 색, 향, 맛을 입고 관광객들을 지나치지 않게 만들었고, 유제품이 유명한 지역답게 공항면세점부터 식료품점, 휴게소마다 맛있는 유제품을 맛볼 수 있었다.




홋카이도는 자연환경도 아름답지만, 특정한 음식들로 지역색을 특화했다. 이를테면, 다양하게 먹어볼 수 있는 유제품들과 초당옥수수와 멜론등이 맛있는 지역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홋카이도 여행에서 먹어봐야 할 음식들은 수프카레, 징기스칸, 해산물, 라멘 등이다. 여기에 구입해서 먹어보고, 선물용으로도 추천할만한 것들은 로카테이에서 사는 쿠키와 초콜릿, 르타오 쿠키, 면세점이나 관광지 어디에나 진열되어 있는 우유, 멜론 등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다.


커피 마니아들은 라떼를 먹어보는 것이 좋겠다. 고소한 우유의 맛이 기존에 마시던 라떼보다 더 깊고 풍부한 맛을 선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홋카이도 여행을 '미식(美食)' 여행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홋카이도#미식#미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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