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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맥주박물관

호기심 그리고 cheers

by 겨울꽃 김선혜
삿포로 맥주박물관, photo by Seonhye


오랜 역사를 가진 장소와 음식은 여러 면에서 호기심을 가지게 만든다.




호기심


홋카이도 대학을 둘러보고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삿포로 맥주박물관으로 향했다. 삿포로는 맥주로 유명하니 맥주 박물관을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버스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맥주 박물관이 있었다.


박물관 내부에는, 삿포로 맥주의 역사와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역대 맥주광고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었다. 쭈욱 들러보고는 맥주시음장으로 향했다. 사실, 이곳을 방문한 목적은 유명하다는 맥주를 맛보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조금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삿포로에 가면 '일일 일맥주'여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맥주가 맛있다고 하니 본토 시음관에서 마셔보는 맥주는 뭔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은 널찍했고, 맥주잔의 개수와 안주류까지 각 개인이 결정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주문은 벽면에 세워져 있는 기계로 하게 되는데, 나름 주문하는 재미가 있었다. (카드결제는 되지 않고 현금으로 주문해야 하므로 현금이 필요했다.)

우리는 세잔의 맥주와 치즈를 선택했다. 흰색상의와 검은색 에이프런을 두른 직원들이 맥주를 담아 주었다.


세잔에 담겨있던 각각의 맥주 맛을 비교해 보자면, 첫 번째 잔은 흑맥주로 기억되는데 나름 묵직하고 깊이가 있는 맛이었고, 가운데 잔은 첫 번째 잔에 비해 깊이는 조금 옅어졌지만 쌉싸름하면서 톡 쏘는 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잔은 맛의 깊이 보다는 톡 쏘는 맛과 청량감이 더 느껴지는 라이트 한 맥주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다고 생각되는 맥주는 첫 번째 잔에 담긴 맥주다. 쌉싸름한 맛이 가장 덜 느껴졌고 나름 부드럽다고도 생각했기 때문에 가장 좋았다.


후에, 마셔 보았던 맥주의 맛이 ‘라거맥주'의 전형적인 맛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맥주는 크게 라거맥주와 에일맥주로 나뉜다. 라거맥주는 낮은 온도(약 7~ 12도)에서 장시간 발효되어 만들어지는데, 그 맛은 깔끔하고 쌉싸름하면서 산뜻하다. 마셔 보았던 삿포로 맥주는 그 맛에 충분히 충실했다.




이미지 컷, photo by Seonhye


삿포로 맥주의 역사


삿포로 맥주는 독일맥주에 근간을 두고 있다. 19세기 후반에 메이지 정부는 부국강병을 목표로 서구의 기술을 받아들였는데 그 과정에서 서양의 식음료 산업 중 맥주산업을 핵심으로 여겼고, 이는 홋카이도의 지역 경제를 키우는 신산업이 되었다. 더군다나 그 당시에 수입에만 의존하던 맥주를 자국에서 생산하게 됨으로써 국가 세수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 산업을 위해 일본정부는 '나카가와 세이베이'를 독일로 유학 보내서 양조기술을 배워 오게 했고, 그가 돌아온 후인 19세기 후반에 '삿포로 국영 맥주공장'을 설립했다.


기온이 낮은 편인 홋카이도는 라거맥주를 숙성시키기에 환경이 적합했고, 그 환경과 정성이 함께 하면서 맛있는 맥주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맥주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맥주를 지금까지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cheers


나는 맥주를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가끔씩 잔을 마주하고 있는 시간이 좋을 때가 있다.

무엇보다 잔을 마주하고 가볍게 또는 흥겹게 건네는 건배가 좋다. ‘건배’는 서로 또는 각자의 기원이 이뤄지길 바라며 갖추는 작은 형식이면서 혼자보다는 둘 이상이 함께 할 때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 시간, 그 공간에서 기분 좋은 따뜻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가볍게 건배를 남기고 싶다.


‘건배!’, ‘ Cheers!’, ‘Prost!', 'Salute!', 'Pro!', 'Pro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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