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탈락 메일은 이렇게 옵디다
[브런치스토리] 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 안내 드립니다.
브런치에서 메일이 왔다! 어쩌면 합격일 수도?라는 생각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작품이 되는 이야기, 브런치스토리입니다.
브런치스토리에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신청서에 성심성의껏 적어주신 내용을 고심하여 검토하였으나
보내주신 신청 내용만으로는 브런치에서 좋은 활동을 보여주시리라 판단하기 어려워
부득이하게 모시지 못하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으윽.. 다시 읽어봐도 마음에 상처가 세게 온다.
이때 알게 된 사실: 브런치에 합격하면 '신청 결과 안내 드립니다'라고 오지 않는다.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온다. 흑흑.. 나는 이것도 몰랐다.
사실 첫 번째 작가 신청에 탈락한 뒤에는 내가 왜 탈락했는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썼고 나름 상세히 작가 소개를 작성한 것 같았는데.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 브런치 팀에 구체적인 첨삭을 요청하고 싶을 정도였다.
작가 신청에 탈락하고 나서는 너무 속상해서 브런치 자체를 잊어버리려 노력했던 것 같다. 신포도처럼, '에이, 그거 합격해서 뭐 해. 그냥 블로그나 하지 뭐'라고 자기 위안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한참 시간이 흐른 뒤.. 24년 6월경. 나는 깨달았다.
브런치 합격이라는 미해결과제를 완수하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작가 신청에 탈락했다는 사실은 꼬리표처럼 내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내 글쓰기 능력에 회의가 들었고 '사실 나는 그렇게 글을 잘 쓰지 않나 봐..' 하는 자괴가 뒤따랐다.
이걸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다시 부딪히고 도전해 보는 것!
그래서 결국 나는 두 번째 작가 신청을 넣었다.
이번에는 좀 더 자신이 있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 팁', '브런치 작가 합격하는 법'이라는 수많은 합격 후기를 보며 작가소개와 활동계획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을 잡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번에도 탈락할까 두려워 더 꼼꼼히 합격 팁을 찾아보기도 했던 것 같다. 탈락의 어퍼컷은 한 번이면 됐지, 두 번은 절대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4년 6월 27일. 나는 또 한 통의 메일을 받아야 했다.
[브런치스토리] 브런치 작가 신청 결과 안내 드립니다.
또다시 탈락이었다.
두 번째 탈락
1. 작가 소개
비혼을 결심했지만 비연애는 결심하지 못해 연애를 시작했고, 31살인 지금은 결혼주의자가 되었습니다. 비혼으로 살리라 다짐했으나 결심을 바꾼 여성으로서, 그 고민의 과정과 나름대로 맺은 결론을 글로 쓰고자 합니다.
- 자신이 비혼인지 미혼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분
- 좋은 사람은 만나고 싶지만 결혼은 망설여지는 분
- 내 인생에 결혼이 어울릴지 비혼이 어울릴지 확신을 얻고 싶은 분
이 타깃 독자층입니다.
구글에 검색해서 브런치 합격 수기들을 읽은 바로는, 작가 소개에서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일으켜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작가 소개에 최대한 '이렇게 쓰면 내가 궁금하지 않을까' 싶은 내용을 써넣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작가 소개의 첫 세 줄은 나름 괜찮게 썼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물론 결과는 탈락이었으니 저게 진짜 잘 쓴 건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말이다.
두 번째 탈락 이후, 한 사나흘은 속이 쓰렸던 것 같다. '대체 왜? 이번엔 정말 열심히 썼는데. 대체 뭐가 부족해서?'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메웠다. 한창 열심히 쓰던 '입비혼주의자의 고해성사' 글은 다시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정이 떨어졌다.
그래도 두 번째 작가 신청을 넣으려고, 정말 재밌고 신나게 썼던 글이었는데.. 속이 너무 상하고, 내 글쓰기 능력이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우울해졌다.
다시 털고 일어나서 글을 쓰기까지는 3~4주 정도가 걸린 것 같다. 그전까지는 마음이 잡히지 않아 브런치에 들어오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돌아봤을 때 '이거지 않을까'라고 생각되는 탈락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작가 소개'에서 '독자 소개'를 해버렸다!
: 이러이러한 분이 타겟 독자층입니다, 라는 말은 작가 소개에 어울리지 않다. 그건 브런치 북을 발간할 때나 쓰면 되는 것이지! 근래에 하도 브런치북을 많이 읽다 보니까, 타겟 독자층을 설명하는 저 글귀가 인상 깊어서 작가 소개에도 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넣었고, 결과는 장대한 탈락이었다.
하지만 사실 작가 소개의 내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한 가장 중요한 탈락 이유는 바로 '활동 계획'과 '자료 첨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