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무시당하고 있나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먼저 무너질 때

by 한승표

모든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내 행동 하나하나를 아니꼽게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고,

내 말 한마디에 괜히 공기가 바뀌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속으로
“쟤 왜 저래”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리스타라는 일을 시작하고,
일이 손에 익기 시작하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먼저 망가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는 게 점점 버거워졌다.


수많은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대형 카페에서
나는 늘 한 발 늦게 웃고, 한 박자 먼저 긴장했다.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정말로 착각이 맞긴 할까.


‘아니야. 이 카페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이잖아.’
‘나를 싫어할 이유가 없어.’
‘그냥 일이 힘들어서 말투가 덤덤한 걸 거야.’
‘조언일 뿐일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누군가의 한마디는 늘 같은 곳을 건드렸다.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나는 걱정이 밤을 어떻게 지우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내가 승부욕이 과한 걸까.
아니면 진짜 일을 못하는 걸까.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걸까.


‘폐급’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붙어버렸다.
한 번 붙으니까 아무리 떼어내려고 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어느 날은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배달 앱을 열어 한 번에 네 가지 음식을 시켰다.
먹고, 또 먹고, 결국 다 토해냈다.
그게 해결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어느 날은 지도 앱에 정신과를 검색하고
병원 입구 앞에서 한 시간쯤 서성이다 돌아왔다.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더 무서웠다.


어느 날은 내가 너무 나약한 존재인 것 같아서
눈이 퉁퉁 부을 때까지 울었다.
왜 이렇게까지 마음을 써야 하는 걸까.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게
정말 그렇게 큰 욕심이었을까.


몇 주 동안 그냥 버텼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지만
병신처럼 보일까 봐 말하지 못했고,


나를 병신으로 보지 않을 사람이 있다면,

그 정도로 가까운 사람이 나에 근처에 있다면

괜히 걱정을 얹어주고 싶지 않았다.
결국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마음속에 묵혀두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본 거울 속의 내가 너무 불쌍해 보였다.


그땐 처음으로

‘그냥 힘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망치고 싶어졌다.


이번에는 핑계 없이 한 번만
피해보자고.


뭐,
어떻게든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