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셋째 주 심리학브리핑 1, 관계의 속마음

애착 불안, 출산 후 부부, 경제력과 파트너 선호

by 지혜더하기

관계가 삐걱거릴 때, 우리는 흔히 상대를 탓하게 돼요. "저 사람이 변했어"라든가, "처음과 달라"라든가요. 그런데 이번 주 심리학 연구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관계의 모양을 결정하는 건 상대 한 사람이 아니라, 내 안의 불안과 우리 사이에 흐르는 피로, 그리고 우리가 놓인 세상의 구조라는 거예요.



우리가 명품에 끌릴 때, 진짜 원하는 건 뭘까


AC3F2AC4-C226-4A0D-9E0A-E79BB4244E96.png 갖고 싶다는 마음 아래,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을지도 몰라요. ⎜AI 생성 이미지 (ChatGPT)



첫 번째 연구는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대규모 실험이에요[1]. 폴란드, 미국,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에서 총 4,456명이 참여한 여섯 개의 연속 연구죠. 연구진이 던진 질문은 간단했어요. 부와 지위를 향한 갈망의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가까운 관계에서 상대가 나만큼 다가와주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어요. 관계에서 안전감을 잃는 감각을 살짝 자극한 거죠. 그 직후 고급 자동차나 큰 집에 얼마나 끌리는지 평가하게 했는데, 결과가 일관됐어요. 관계에서 불안해진 기억을 떠올린 사람들은 그 직후 값비싼 소유물에 더 강하게 끌렸어요. 남녀 모두 그랬고요.


흥미로운 건 그 연결 고리였어요. 관계가 불안해질수록 같은 성별의 라이벌을 더 의식하게 되고, 내가 그들보다 뒤처질까 봐 물질로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를 증명하려 한다는 거예요. 실력이나 따뜻함으로 인정받으려는 게 아니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주려는 방식인 거죠.


이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이거예요. 누군가 명품이나 고급 차에 집착할 때, 그 욕망을 단순한 허영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거예요. 그 아래에는 '내가 사랑받을 만큼 충분한가'라는 오래된 물음이 있을지도 몰라요. 물론 실험에서 유도된 일시적 변화라서 소비 습관 전체를 설명한다고 단정하긴 어려워요. 그래도 자꾸 갖고 싶은 게 생기는 마음에 새 각도 하나를 더해주는 연구예요.



설거지 분담보다 더 중요한 것


5AB723BF-46ED-483C-A693-206AEEF837F0.png 아이가 생긴 뒤 멀어지는 건 분담 문제가 아니라, 감사와 눈빛의 문제일 수 있어요. ⎜AI 생성 이미지 (ChatGPT)



두 번째 연구는 독일 가족 패널의 14년치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이에요[2]. 2008년부터 2022년까지 4,108명을 추적했고, 그중 1,581명이 추적 기간 중 부모가 됐어요. 연구자가 궁금해한 건 이거예요. 아이가 태어난 뒤 부부 관계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왜' 떨어지는가, 그게 명확하지 않았어요.


흔히 우리는 이렇게 짐작해요. 여성에게 가사와 육아가 몰리고, 그 불공평함이 관계를 갉아먹는다고요. 실제로 출산 이후 가사 분담이 여성 쪽으로 기운다는 패턴은 이 연구에서도 확인됐어요. 그런데 막상 그 불공평함이 관계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힘은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했어요. 훨씬 더 큰 몫은 다른 데 있었어요.

그 대부분은 갈등의 증가, 그리고 정서적 친밀감과 감사의 줄어듦이었어요. 싸움이 늘고 애정 표현이 줄어드는 것. 그게 관계를 흔든 진짜 힘이었어요. 남녀 모두에게요.


재미있는 디테일이 하나 더 있어요. 임신 기간 동안에는 오히려 관계 만족도가 높아졌어요. 아이를 함께 기다리는 시간, 그때는 부부에게 특별한 연대감의 시기였던 거죠. 관계 만족도의 하락은 출산 이후, 실제 양육이 시작되면서 찾아왔어요. 그리고 출산 6년에서 13년 뒤까지도 만족도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 연구가 진행된 곳이 독일이라는 점은 기억해둘 만해요. 독일은 육아 지원이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까운 나라예요. 연구자는 조심스럽게 덧붙였어요. 지원이 덜한 나라에서는 하락 폭이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요. 한국의 신생아 부모들에게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말이에요.


상담실에서 만나는 많은 부부들을 떠올리게 되는 결과예요. 아이가 태어난 뒤 관계가 삐걱거린다면, 문제는 설거지 횟수나 기저귀 당번표가 아닐 가능성이 커요. 고마움을 말하는 횟수,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짜증의 톤. 그런 작은 것들이 오히려 관계의 체온을 만들더라고요.



욕망은 생각보다 유연해요


EC0E08C2-4522-4A82-ADFA-185C94D4341B.png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아요. 내가 놓인 상황이 바뀌면, 욕망도 조용히 움직여요. ⎜AI 생성 이미지 (ChatGPT)



세 번째 연구는 인간 욕망의 탄력성을 보여주는 실험이에요[3]. 멜버른 대학 연구팀이 PNAS에 발표한 논문인데, 602명의 참가자에게 '스타몰라'라는 가상의 사회를 상상하게 했어요. 그 사회에서 당신의 소득은 얼마이고, 남성과 여성의 평균 수입 비율은 이러저러하다. 이런 조건 아래에서 이상적인 장기 파트너를 골라보라는 실험이었죠.


결과가 흥미로웠어요. 개인이 가난할수록 재정적으로 안정된 파트너를 더 선호했고, 자기 성별이 경제적으로 불리한 사회에서는 더 부유한 파트너를 찾는 경향이 강해졌어요. 결정적인 발견은 따로 있었어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버는 사회에서는, 남녀의 배우자 선호 차이가 거의 사라졌어요. 남성들도 여성들만큼이나 "나보다 돈 잘 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답했어요. '여자는 돈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오래된 주장이, 경제 구조가 바뀌면 그만큼 달라진다는 거예요.


주의할 점도 있어요. 이건 선호가 완전히 뒤바뀐다는 뜻이 아니에요.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된다는 뜻이죠. 그리고 놀랍게도 나이 차에 대한 선호는 거의 변하지 않았어요. 어느 조건에서든 남성은 조금 어린 파트너를, 여성은 조금 나이 많은 파트너를 원했어요. 욕망의 어떤 부분은 환경에 민감하고, 어떤 부분은 뿌리 깊은 모양이에요.


연구진은 이 현상을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불렀어요. 우리가 파트너에게서 원하는 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내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재조정된다는 거예요. 가상 사회를 상상하는 실험이라 실제 데이팅 행동으로 그대로 옮겨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우리 마음이 우리가 믿는 것보다 훨씬 많이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 그게 이 연구의 핵심이에요.



놓치기 아까운 이번 주 연구


939B5247-9084-4758-A39A-E7BD108273E0.png 즐거움은 누구와도 함께 오지만, 몸이 열리는 건 믿을 수 있는 사람 곁에서예요. ⎜AI 생성 이미지 (ChatGPT)



이번 주에는 관계를 다른 각도에서 비추는 연구가 더 있었어요.


1. Cyberpsychology에 실린 Birnbaum 연구팀의 연구는 데이팅 앱 프로필 사진이 만드는 인상을 세 개의 연속 실험으로 조사했어요[4]. 같은 사람의 비슷한 매력도의 사진 두 장을 비교했는데, 한쪽은 섹시한 포즈와 옷차림, 다른 쪽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어요. 결과는 직관적이면서 씁쓸했어요. 성적인 사진은 장기 관계 상대로의 매력도를 눈에 띄게 떨어뜨렸어요. 사람들이 그 프로필을 "함께 살 사람"보다는 "지금만 보고 지나갈 사람"으로 분류한 거예요. 흥미로운 반전도 있었어요. 남성이 여성 프로필을 볼 때는 따뜻한 자기소개가 성적 사진의 부정적 효과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렸어요. 그런데 여성이 남성 프로필을 볼 때는 정반대였어요. 상반신 노출 사진에 "어르신 봉사를 좋아합니다"라고 적힌 조합은 오히려 의심을 키웠어요. 신호가 서로 맞지 않을 때, 우리는 거짓을 감지하는 쪽으로 마음이 움직이더라고요.


2. 또 하나는 일본 연구팀이 Brain and Behavior에 발표한 드럼서클 실험이에요[5].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 28명이 참여했어요. 반은 친구들과 함께, 반은 처음 만난 아이들과 함께 드럼을 쳤어요. 타액으로 측정한 옥시토신 수치가 친구들과 연주한 그룹에서만 의미 있게 올라갔어요. 같은 활동, 같은 시간, 같은 리듬이었는데도요. 낯선 사람들과 친 그룹도 기분은 좋아졌어요. 그러니까 '즐거웠다'는 주관적 느낌은 혼자 와주는데, 몸이 유대 호르몬을 분비할 만큼 깊게 열리는 건 이미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을 때라는 거예요. 표본이 28명으로 작아 단정은 어렵지만, '함께 있다'는 경험이 얼마나 섬세한 조건 위에서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실험이에요.



이번 주 연구들은 서로 다른 주제를 다뤘지만, 묘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요. 우리가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은 상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내 안의 불안이 고급 차에 대한 욕망으로 이어지고, 출산 후의 피로가 부부의 정서적 거리를 벌리고, 경제 구조가 파트너 선호를 재조정해요. 성적 사진 한 장이 '지금만 보고 지나갈 사람'이라는 인상을 만들고, 함께 드럼을 쳐도 상대가 친구일 때만 몸이 옥시토신을 내놓아요.


관계가 흔들릴 때, 우리는 자꾸 "저 사람이 변했어"라고 말하게 돼요. 그런데 어쩌면 변한 건 사람이 아니라 우리 사이에 흐르던 조건과 맥락일지도 몰라요. 관계가 흔들릴 때, 문제가 '저 사람'에게 있는지 먼저 살피게 되죠. 그런데 이번 주 연구들은 조용히 말해요. 가끔은 고개를 안으로 돌려볼 필요가 있다고요.



[참고문헌]

[1] Gasiorowska, A., Folwarczny, M., & Otterbring, T. (2026). Anxious Aspirations: Attachment Anxiety Fuels Status Strivings Through Intrasexual Competi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https://doi.org/10.1037/pspi0000512

[2] Pollmann-Schult, M. (2026). Why Parenthood Strains Relationships: Investigating the Mechanisms Behind Declining Relationship Satisfaction. 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

https://doi.org/10.1111/jomf.70059

[3] Murphy, M., Harmon-Jones, S. K., Harrington, A. G., Brooks, R. C., & Blake, K. R. (2026). Partner preferences for resources adapt to income and gender economic inequality.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https://doi.org/10.1073/pnas.2527295123

[4] Birnbaum, G. E., Zholtack, K., & Reis, H. T. (2026). Selling yourself short: How sexualized online dating profiles affect viewers' perceptions and relationship intentions. Cyberpsychology: Journal of Psychosocial Research on Cyberspace, 20(2).

https://doi.org/10.5817/CP2026-2-3

[5] Kikuchi, M., Tanaka, S., Furuhara, K., Higashida, H., & Tsuji, C. (2026). Differences in Oxytocin Response Between a Group of Friends and a Group of Strangers Following Facilitated Drum Circle Activities. Brain and Behavior.

https://doi.org/10.1002/brb3.7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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