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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e Jul 09. 2024

내 앞 길 내가 정하겠다.

[영화] '탈주'(2024)

북한 최전방 휴전선의 한 부대.

규남(이제훈)은 10년간의 군 생활의 막바지에 다다르며 제대 준비를 한다.

하지만 규남은 군 생활 중 돌아가신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제대를 해도 더 이상 돌아갈 가족이 없었고,

당에서 정해준 곳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막막함과,

더 이상 이곳에서는 자신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음에,

오랜 시간 남으로 갈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렇게 휴전선을 넘어가기 위해 가장 최적화된 동선을 짜며 매일 밤 지도를 그리는 규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부대의 하급 병사인 동혁(홍사빈)에게 탈주 계획을 들키게 된다.

동혁은 먼저 남으로 가있는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며 함께 남한으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만 규남은 자신은 남한으로 갈 계획이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런 규남에게선 희망이 없다 느낀 동혁은 규남이 그려놓은 지도를 훔쳐 탈주를 시도한다.

동혁을 가장 먼저 발견한 규남은 탈주하려던 게 아니라고 자신이 잘 말해주겠다며 동혁을 설득하여 부대로 복귀하려 하지만 결국엔 붙잡히게 되고, 졸지에 규남까지 탈주병으로 체포되게 된다.


이 사건의 조사를 위해 파견 나온 보위부 소좌 현상(구교환)은 어린 시절부터 규남과 알고 지낸 사이였다.

당에서 정해준 운명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꿈이었던

피아노는 포기한 채 살아가는 현상.

현상은 규남이 남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말한다.


“허튼 생각 말고 받아들여. 이것이 네 운명이야”


“나라고 하고 싶은 게 없었갔어? 기냥 사는기야 기냥.”


현상은 이런 규남을 탈주병을 체포한 노력 영웅으로 둔갑시켜 본인의 실적을 올리려 하지만,

계속해서 탈출을 감행하는 규남 때문에 계획이 어그러진다.

더 이상은 그런 규남을 봐줄 수 없었던 현상은 모든 자원을 동원해 규남의 탈주를 막으려 한다.


이게 이 작품의 이야기 전부다.

스토리는 정말 간단하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의미도 작은 영화라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자신의 탈주를 막으려는 사람들을 피해 달리고, 총을 맞고, 매질을 당하면서도 규남은 계속해서 남으로 달린다.

여러 번의 탈주 실패, 위기 속에서도 이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 규남이었다.  

그러면서 말한다.


“살아도 내가 살고 죽어도 내가 죽는다.”


“내 앞 길 내가 정하겠다.”



이 작품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 속에서는 북한 군인이 그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탈주를 꿈꾸는 것으로 그렸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속해있는 어떠한 곳에서 탈출을 꿈꾸며 살아가지 않냐며.

꼭 북한을 벗어나기 위한 북한 병사의 이야기만으로 한정 짓고 싶지는 않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맞다.

우리는 언제나 어떠한 곳에 속해 있어도 불안함을 느낀다.

불안함의 강도는 저마다 다를 것이고.

속해있는 집단도 다양하겠지만.

언제나 안정적인 발판을 밟고 서있지는 않는다.


그런 불완전함 속에서 그냥 적당히 현실을 받아들인 채 살지,

아니면 무엇인가를 꿈꾸고 나아갈지를 선택하는 건 스스로의 몫이다.

둘 중 어떠한 것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자신이 어떠한 성향의 사람인지.

그리고 어떠한 걸 추구하며 살아가야 더 행복할지에 따라 결정은 달라진다.


이런 선택의 순간에서 나 자신을 대입하여,

한 번쯤은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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