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 사이에서 걷다.
봄과 여름의 사이.
갑자기 뜨겁고
갑자기 쌀쌀해져 버리는
하루하루.
미지근한 그 어딘가의 온도가 적당한 지점,
어쩌다가 맞춰진 봄날 같은 화사한 날씨에.
그 귀하고 우연한 따스함에
눈이 부시고 홀려서,
휘적휘적 발걸음이 저절로 움직인다.
몽롱해진 눈빛은
형체가 없는 무언가를
찾아보려는 듯 하네.
걷고, 또 걸어봄.
이미 여름은 코 앞에 와 있어서.
더 이상 헷갈릴 것도 없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나는 또
봄인가, 여름인가.
의미 없는 헤아림을 해보며
또 걸어봄.
화려한 생명의 빛을 내뿜는
형형색색의 꽃들, 풀들, 나무들.
또 한 번 취하고,
홀리고.
몇 번을 정신없이 바라봄.
흰 꽃잎 하나로
내 마음을 이렇게 어지럽히니,
정말 요물 같은 너.
바람에 날려
이리 흩날리고 저리 흩날릴 때마다,
심장이 요동을 친다.
양볼이 붉어지고
눈동자가 바쁘다.
나는 정말이지,
눈이 부신가 봄.
양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아찔한 네 자태에
이렇게 마음이 헤집어진 채로
여름을 맞이하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