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끼치는 꿈이야기.
식은땀이 난다.
울면서 몸부림치면서 꿈에서 깨어났다.
안돼... 안돼...
미친 사람처럼 잠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더듬어, 숨을 확인하고 아직 덜 깨어 희미한 목소리로 우웅... 하는 아이의 뺨에 내 얼굴을 가져다 부벼본다. 따듯한 온기. 보들보들한 네 살결. 삶의 향기가 힘차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벅찼던 그 심장소리처럼. 네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확인하고도
한참을 눈물이 그치지 않아, 다시 토닥거리며 너를 재우며. 내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네 나이 여섯 살 즈음이었을까.
꿈에서 너를 안고 내 친구가 내게 왔었어.
네가 열차에 치어 죽었대.
피투성이 네 시체를 내 앞에 안고 가져와서는
그 친구가 그러더라.
네 아이가 죽었어.
열차에 치여서 죽어버렸어.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네 시체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어.
너무도 예쁜 내 딸이. 그림처럼 눈을 감고서는. 그렇게 죽어있었어.
첫 아이였던 네게 나는 좋은 엄마였을까?
아마도 나는 늘 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아직 어린 너에게 좋은 방향을 안내해 줄 수 있는 사람인가... 내 나침반의 바늘은 늘 갈 곳을 잃고 휘적휘적 정신없이 돌거든. 그런 내가, 너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늘 강한 사람이고 싶었다. 하지만 허약하고, 나약한 나는 내 한 몸 추스리기도 늘 힘들었고. 늘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곤 했다. 스스로 딛는 법을 잘 몰랐고. 고맙게도 내 곁에는 언제나 나를 지켜주는 남편이 있었다.
하지만 네 앞에서 나는 그런 사람이면 안되었다. 나는 힘차게 네 손을 잡고 이끌어 주는 강한 사람이어야 했기에, 약한 스스로를 늘 채찍질하곤 했다. 너를 지키기 위해 내가 변하려고 노력을 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기에. 심연 깊숙한 곳에서 너를 지키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늘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꿈이라는 무의식 속에서 고개를 들고야 말았나 보다.
너의 시체를 바라보는데 내 온몸이 갈가리 찢기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고통은 내 불안함이 가져온 환각이었어.
너는 어리고. 나도 아직 어렸기에.
내가 엄마가 처음이라서. 참 너에게 미안했다. 서투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 엄마를 알아주어서 고맙다. 내게 어른이 되는 방법을 네가 알려주어서 나는 점점 자랄 수 있었다. 너는 내 스승이나 다름없는 존재야.
나의 청춘의 분신과도 같은 네가, 자라는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다 담진 못하지만, 멀직이서 지켜보면서 나직히 응원하는 엄마가 될게.
걱정하지 말아 줘. 너의 성장으로 인해, 네가 끊임없이 내게 묻는 질문들로, 나 또한 성장했으니.
아마도 다시는 꿈에서 너의 죽음을 만나는 일이 없을 것 같다.
너는 강하고, 멋진 여성으로 우뚝 설 테니. 엄마는 하루하루 매일 눈부셔져가는 너의 일상을 응원하고 지켜보겠다.
딸아, 언젠가 네가 이 글을 본다면
엄마가 어제 너에게 화를 냈더라도,
아직 엄마가 어려서 그렇다고
강하고 멋진 네가 이해해 주렴.
언젠가 네가 이끌어주는 새롭고 멋진 세상을
엄마는 늘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렴.
-선 퉤, 후 퇴 해봅니다.
가끔 이렇게 하염없이 글을 써서 내 감정을 내비치고 싶은 날도 있잖아요.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설픈 저지만, 제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