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내 안의 불빛들
유현숙
안금마을 앞내에서 사촌들이 투망질을 한다
저녁 해가 붉다
싸이나를 푼 수면 위로 배떼기를 뒤집고 떠오른 물고기들이 은빛으로 빛난다
어둠이 내리면 처마 끝에다 가스등을 내걸고 서울살이 하다 내려온 종가의 맏며느리는
공기를 펌프질 한다
어둡고 검은 침엽수림에서 부엉이가 우는 것은 그때다
불빛이 자라며 더 밝아진 불빛 아래 무겁게 흔들리던 시간들
지난날의 기억들이 물고기의 비늘 같다
두리반에 둘러앉아 사촌들과 어죽을 먹으면
밤이 늦어도 장손의 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다
누군가의 등에 업혀 어렴풋이 잠들곤 했던
누에를 치고 과육을 따던
등 뒤편 사람들은 늘 따뜻했다
안금마을 뒷 숲에는 늙은 신들이 산다
강물소리가 죽는 밤이면 신들이 켠 불빛이 마을에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