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첫, 17화

노인의 두상

-by simjae

by 심재
노인의 두상_루벤스.jpg.jpg 노인의 두상_루벤스 작, 네이버 이미지.



노인의 두상*


유현숙


철교 아래 강바닥이 갈기를 세운다

바람이 사납다


노인은 고집이 세다

이마에 난 두 줄의 골이 흘러내린 낯바닥, 낯바닥의 외진 모퉁이에다

노인은 채찍질을 하고 있다

쩌르렁, 울리는 고집

허연 턱수염이 떨리고 무서리 얹힌 어깨에서 백악기의 뼈가 솟는다

노인은 뼈처럼 고독했으며

누구나 그의 고독을 사랑했다


미술관을 나오며 등나무의 마른 줄기를 꺾었다 그를 사랑한 여자의 등뼈가 뚝 꺾인다

늦은 가뭄 속에서도 등나무는 연둣빛이다

저녁에는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를 듣다가

그대도 모르는 그대를 품고 살아가는 이은미가 눈물겨웠다


고집 센 노인의 고집스런 고독을 다시 생각했다

지금 떨어진 것은 누구의 눈물인지 내 발등이 파였다



*루벤스의 작품(51x41cm, 캔버스에 유채)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6화내 안의 불빛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