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경청하고 집중하는 능력
퇴근 무렵 전화기가 울린다. 동종 업계 선배이자 막 역한 친구로 지내는 사이다. 막 차에 오른 채 전화를 걸었는지 거친 숨소리와 점차 가열되고 있는 차량 엔진의 수줍은 열기가 목소리를 타고 함께 흘러 들어온다.
0! 0! 우리만의 은밀한 신호다.
말할 준비가 되어 있다.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현재 어떤 주제든 괜찮다.라는 메시지다.
나보다 2살 많고 센스티브한 형은 직장에서 페르소나를 겹겹이 쓴 채 자신을 얼마나 꽁꽁 싸매고 억누른 시간들이 길었는지 조금씩 말을 토해내면서 점차 생기를 되찾는다.
그래 그 순간 얼마나 화가 났을까? 얼마나 자존심 상했을까? 내 안의 해소되지 못한 감정들이 동종교배를 하듯 무의식적으로 접점을 찾는다.
아 그래 그건 아니지! C8
나는 때론 불같이 함께 분노하고, 동조하고, 공감하면서 나의 관점과 해결책도 덧붙여 본다.
우리가 퇴근 후 사용하는 언어는 포멀 한 것도 아니고 비속어, 은어, 욕도 마음껏 혼용하면서 내추럴 속에서 묘한 해방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개인 차 안은 아주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우리는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어떠한 주제도 제약 없이 마음껏 탐닉한다.
주제는 럭비공 튀어 오르듯 변칙적이고 주도권 싸움은 가히 용호상박이다. 물 흐르듯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시간은 무의미하다는 듯 자리를 비킨다.
서로의 목적지에 다다를 때쯤엔 한껏 비워낸 공간에 새로운 에너지가 가득 찬다.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고 미안한 감정도 있으리라.
맘껏 토해낸 형은 말한다.
너랑 대화하고 나면 사이다 먹은 것처럼 속이 후련해, 위로받고 치유되는 느낌이야…
나의 욕구와 불완전함까지 온전히 드러내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마워..
요즘 현대인들은 쫓기듯 바쁘다.
자신의 그림자에 놀라 쫓기고 온갖 사회가 주입한 물질적 환영에 허덕인다.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기보다 어떡하든 우위에 서기 위해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판하고 평가하기에 익숙하다.
능력이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이다.
내가 가진 듣는 힘, 즉 타인의 말에 경청하고 집중하는 힘은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싶다.
요즘 재테크 많이 하는데 100세 시대에는 듣는 근육, 근테크, 이어 테크가 꼭 필요하다. 한번 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