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큰 마음으로 살아가기, 다름에 감사하기
딸아이의 유치원 하원을 기다리다 개미들이 줄지어 가는 모습에 빠져 한참을 바라본 적이 있다. 과자부스러기를 짊어지고 여러 개미들이 풀을 헤치고 돌을 넘어서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유치원 버스가 아직 오려면 한 5분 정도 여유가 있었기에 괜스레 나는 장난스럽게 가는 길목에 나뭇가지도 놓아보고 무료한 오른발로 다른 길을 내어보기도 했다. 잠시 당황한 듯 개미들은 길을 멈추고 상황을 살피는 듯했다. 멀리 있는 개미들과 위험 신호도 주고받고 동작이 날랜 선발대 개미들이 주변도 왔다 갔다 하며, 다른 루트로 동선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 순간 마치 나는 신이 된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리고 동시에 개미의 삶이 인간의 삶과 별반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강타했다. '어떤 존재로 태어났느냐'가 있을 뿐이다. 인간 세상에서 나 역시 아무 문제 없이 순탄하게만 내 삶을 꾸려오지는 못했다. 학창 시절에는 친한 친구의 배신으로 좌절하기도 절망하기도 했으며, 군대에서는 이유 없이 괴롭히는 선임자에게는 마음속으로 온갖 저주를 하며 나쁜 마음을 먹기도 했다. 화창한 날도 더러 있었지만, 목적지까지 가는데 소낙비가 갑자기 내려서 온몸이 흠뻑 젖기도 하고 차비가 없어서 어두운 밤길을 홀로 1시간 이상 걸어야 할 때도 있었다. 공무원 시험준비에 낙방하기도 했으며, 사랑의 열병에 빠져 방안에 한동안 틀어박혀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건대 조물주가 있다면 개미를 바라보던 내 모습이 아니었을까? 괜스레 나뭇가지도 놓아보고, 돌덩이도 던져보고 물도 뿌려보면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싶은 마음으로 말이다. 우주적 관점으로 보면 개미나 인간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태어난 이상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면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모든 생물체는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다른 존재로 태어났기에 높고 낮음도 귀함과 천함의 개념도 무의미 하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도와가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큰 존재로 여기며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죽는다. 개미와 같이 자연으로 결국 돌아가는 유한한 존재일 뿐이다. 평소에 우주론적 큰마음을 품고 살면 직장, 가정, 사회 속에서 겪는 일들은 아주 작은 일들이다. 고통도 행복도 역경도 기쁨도 잠시 머물다가 다 지나간다. 나는 20~30대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서로의 다름을 비판하고 비교하고 불평하며 살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서로의 다름이 그로 인한 다양성이 아주 감사한 일 아니겠는가!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를 물어뜯고 힘 겨루는 것이 아니라 온 힘을 합쳐서 먹이를 짊어지고 함께 줄지어 가는 개미들을 보며 큰 감사함을 느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미물일지 모르지만 우주의 눈으로 보니, 나와 함께 해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또 하나 깨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