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인생은 결국 나의 능동적 해석이다.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나는 타인과의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창 시절의 경험 덕분이다. 고등학생 시절 옷을 사거나 운동화를 사기 위해 친한 친구 셋이서 시내 롯데리아 앞에서 자주 만나곤 했었다. 그 당시 A라는 친구는 항상 내가 시내버스에서 내리면 그 정류장 벤치 쪽에 앉아 있다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겨주곤 했었는데, 그렇게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약속시간이 다가오곤 했다. 내가 약속시간 10분 정도 먼저 도착하는 편인데 아마도 A친구는 항상 20분 전에는 먼저 나오는 것 같았다. 반면 B라는 친구는 약속시간 20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참다 참다 성격 급한 내가 전화하면 그제야 출발한다고, 미안하다는 말조차도 없어서 황당함을 넘어 때론 울컥하곤 했다. 최소한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라도 미리 한통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A친구는 B친구의 늦음에 나와 같이 화를 내지 않는가? A와 B 두 친구를 보면서 나는 매번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했다. 늦게 온 친구의 배려심 없는 모습에 짜증과 화가 나고, 나보다 빨리 왔던 친구를 보면서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답답함을 동시에 느꼈다. 현재의 내가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여유롭게 대처하지 않을까 싶다. 먼저 너무 읽고 싶었던 책 한 권을 들고나가서 한 장 한 장 음미하면서 독서하는 것이다. 어쩌면 제발 친구야 조금만 더 늦게 와달라고 기도했을지도 모른다. 또는 늦게 오는 친구는 일단 나 두고 먼저 도착한 A친구와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옷가게도 한두 군데 들러서 마음에 드는 상품에 미리 눈 콕을 해두는 것이다. 시간도 세이브하고 마음도 세이프되고 완전 일석이조다. 끝으로 A친구에게 미리 전화해서 약속시간보다 20분 늦게 함께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B친구와 속도가 어느 정도 맞을 테니 말이다. 지금도 타인과의 약속시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약속과 규칙은 필요하고 지켜야 한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는 언제나 발생하기 마련이기에 상황에 대한 대처, 유연함도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 결국 모든 것의 주체는 나다. 피동적으로 주어지는 상황과 현상도 나의 능동적 해석과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