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나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스스로에게 친절하세요?
오늘도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나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동서남북에서 정신없이 날아오던 화살을 전부 피하진 못했다. 퇴근길 집 앞 근처 커피숍에 잠시 들러서 내 몸속 어딘가 붉게 상처 난 곳에 검고 차가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삼키며 나의 상처를 검디 검게 위장을 한다.
괜찮아! 잘했어! 멋졌어! 스스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친절을 베푼다. 커피는 입안에 머금고 있으면 이내 입천장부터 어금니, 혀, 치아 사이사이 빈틈으로 스며드는데, 진한 커피의 바디감이 복잡한 생각들과 정리되지 못한 감정들을 소낙비처럼 씻어낸다. 생두가 원두 되듯 따뜻함과 온기로 로스팅된 나는 이제 진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나의 아이들이 있는 곳, 세상 누구보다 당당하고 웃음 많은 아빠로 다시 돌아갈 시간이다. 아무리 슬프고 힘들고 자존심 상한일이 있어도 제2장의 막이 열리길 기다리는 연극 무대 배우처럼 마음을 다스리고 굳었던 얼굴 근육도 황금색 엘리베이터문에 살짝살짝 비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입꼬리를 살며시 올려본다.
하루 중 최소 한 번은 스스로에게 잠시 시간을 주고 친절해야 한다. 친근하고 다정하게 물어봐야 한다. 너 정말 괜찮니? 쉬었다가 갈까? 물 한잔 할래? 이렇게 스스로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케어해야 한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많은 상황과 사람들을 만난다.
표정과 태도도 가지 각색이다. 먼저 인사해 주는 사람, 등지고 서있는 사람, 무표정인 사람, 고개 숙인 사람, 아이컨택 후 괜히 기분이 안 좋아지는 사람, 옆에 타인이 있어도 부부 싸움을 이어가는 사람, 세상의 걱정과 짐은 다 짊어진듯한 우울해 보이는 사람 등, 나처럼 예민한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과 생각이 어느 정도는 느껴진다.
스스로에게 친절을 베푼 힘으로 나는 먼저 인사를 하고 먼저 말을 건네고 내리는 층을 대신 눌러주고 작은 친절을 타인에게도 실천해 보려고 노력한다. 안녕하세요? 오늘 고생 많으셨죠? 작은 관심과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될 수도 있기에, 힘내라는 응원과 위로가 될 수도 있기에 오늘도 용기를 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