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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곱슬머리 Nov 11. 2024

3. 글에 대한 관심, 욕심.. 의심

글을 쓰지만 아직도 확신 없는 나의 글에 대하여

아주 어릴 적부터 글쓰기는 남의 얘기였다. 다른 친구들은 방학 숙제 독후감 상도 받고,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날-호국보훈의 달.. 그런 특별한 날 진행되는 글쓰기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나는 매번 그들의 수상에 박수를 쳐주는 일을 했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글쓰기는 내가 넘볼 게 아니었기에, 그리고 그건 타고나야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못하는 걸 인정했고, 그럼에도 잘하는 친구를 부러워하기는 했다.


인생의 변화를 원했던 때가 있었다. 아무리해도 달라지지 않는, 내 인생에는 왜 ‘드라마틱, 영화 같은’ 그런 수식어를 붙일 일이 생기지 않는지 답답해했던 때였다. 그래서 무언가를 신청했고 과제라면 리포트 쓰기 정도일 줄 알았는데.. 자신의 지금껏 인생을 소설처럼 써보는 게 과제로 주어진 것이었다. 나에게 소설은 읽는 것이었고, 한 번도 직접 써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막막했다. 그리고 천천히 내 인생을 소설같이, 아니 소설처럼 쓰기 시작했다. 그 소설은 당연히 우울했고, 절망적이었고.. 그럼에도 나는 내 소설, 내 인생을 읽고 울진 않았다. 그냥 이상하게 조금 재밌었다. ‘아, 이렇게도 적을 수 있구나..’ 이상한 희열감.. 그렇다고 그 한 번으로 글에 희망을 품진 않았다. 그 후에도 나에게 글쓰기는 남의 이야기였고, 난 읽는 것에 감사한 독자였으니까.


난 내가 힘들었다. 사춘기도 혼자서 어둡게 오랜 시간을 겪었고, 내 고민을 말로 하면 다들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혼자서 담고 지냈다.


그러다가 큰 맘먹고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혼자서 모든 걸 준비하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말했다. 이 모든 걸 떨쳐내겠다고, 여행만 다녀오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그리고 나는 더 많은 좌절과 고민을 안고 돌아왔다. 여행 후, 뭐가 문제였을까 생각하며 나를 괴롭혔고 왜 그 먼 곳을 갔으면서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냐고 자책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그 고민에서 벗어났다.


‘.. 피하러 온 것을 버리지 않고 왔음을 깨달았다. … 정말이지 두고 오고 싶었던 유일한 것을- 곧 그녀 자신을 갖고 왔다는 사실을.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내가 문제였기에 나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딜 가든 똑같았다는 것을 나는 그렇게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고 위로를 받았고,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으로 나는 그렇게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 동질감을 느꼈다는 것에서 ‘나는 글을 쓸 거야.’라고 다짐하진 않았다. 그로부터 또 한참 후, 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분명 시작은 아주 오래전이었음을 그때 깨달았다.


->나는 나중에 그 여행을 다시 떠올렸다. 나의 모든 게 싫어서 떠났던 여행이었지만, 내 모든 걸 감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걸.


->몇 달 전에 써 놓은 글이다. 글에 대한 초심이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난 고민했고 방황했고 결심했다. 나를 위해 써보자.. 그럼에도 좌절했다. 나를 위한다고는 했지만, 부족한 게 느껴지면 아무도 나를 모르지만 혼자 얼굴이 빨개진다. 언제쯤이면 내가 쓴 글에 당당할 수 있을까..


*두 달간 이야기를 올려보았습니다. 그 글도 예전에 써 놓은 글이었는데.. 한 번은 털어내야 될 것 같아서, 가상의 주인공이었지만 결국에는 나의 이야기였던 것 같아서.. 용기를 내어 봤습니다. 읽어봐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용기를 내었고, 포기할까 생각이 들 때마다 버티는 힘이 되었습니다. 한 번은 말해야 될 것 같아, 여기서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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