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플로움 | 움직임 예술 학교] 현대무용 편

몸이 나를 다시 불러준 시간

by 허준

몸이 나를 다시 불러준 시간


플로움 현대무용.jpg 플로움 선생님들



현대무용 첫 수업에서 처음 느낀 건 낯섦과 설레임이었다. 솔직히 생각해보면, 예전의 나였다면 현대무용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무용은 예술가들만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선을 그으며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지금 나는 그 무대 위에 서 있었다.


현대무용과의 첫 만남은 낯설었지만 동시에 설레었다. 아마도 내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설레임으로 다가온 것 같다.

상대의 눈을 이렇게 길게 바라본 건 참 오랜만이었다. 그 눈 안에서 나를 비추는 일, 그 자체가 처음에는 어색했다.

하지만 잠시 후, 내 눈도 마음도 따뜻해짐을 느꼈다. 눈을 바라본다는 것은 서로의 온기를 교환하는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눈을 오래 바라보는 것’, 진작에 했어야 했다. 앞으로는 진심을 담아 사랑의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싶다.



내 몸이 참 긴장해 있었구나

사회 속에서 늘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며 살던 나는 조용히 긴장한 채로 지내왔다.
그 긴장을 알아차리면서도 외면했다.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풀자. 시간이 많아지면 그때 편히 쉬자.” 하지만 그 시간은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존경하는 도반 용교 대표님 덕분에 현대무용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움직임이 끊기지 않고 순환될 때, 그 안에서 평가가 아닌 ‘존중’을 느꼈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잘해야 할 이유도 없는 온전한 나로 머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때 마음 한쪽이 조용히 울컥했다. 생각보다 오래 억눌러온 감정과 긴장이 움직임 속에서 조금씩 풀리며 올라오는 걸 느꼈다.
몸이 내게 말하는 듯했다.
“괜찮아, 이제 진짜 나로 움직여도 돼.”


그날 이후로 마음이 따뜻했다. 돌아오는 길 내내 내 안의 온도가 부드러워졌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채워진 시간이었다. 그건 단순히 춤을 배운 경험이 아니라,
오랫동안 기다려온 ‘내가 나를 만나러 온 순간’이었다.


허 준


이 수업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몸은 언제나 나를 알고 있었다는 것,
나는 그 신호를 뒤늦게야 들은 것뿐이라는 것. 앞으로 플로움의 시간 속에서

이런 회복과 자유를, 그리고 이 다정한 감각을 느끼고 배워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배움의 기회와 경험을 만들어주신 플로움 용교 대표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시적인 그림자였던 나의 경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