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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복하듯 손뼉 치게 되는 보라카이 마사지의 세계

자칭 마사지 비교 전문가인 여자

보라카이는 휴양지답게 마사지가 아주 잘 발달된 곳이다. 해변가를 지나가다 보면, 마사지가 싸다고 호객 행위를 하는 현지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예전에는 해변가에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마사지사가 마사지하겠냐고 찾아오곤 했다. 지금은 마사지 샵들이 많이 생겨, 해변에서 마사지 호객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가끔 해변에서 하는 마사지의 낭만이 그립기도 하다.


보라카이 마사지는 오일로 하는 것이 특징인데, 여기서 잠깐 타이마사지와 필리핀 마사지의 차이를 말하고싶다. 타이 마사지는 주로 혈관을 따라 근육을 이완해 주고, 스트레칭을 해주는 느낌이라면, 필리핀 마사지는 오일로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주어 심신의 안정과, 피로개선이 주 목적인 테라피에 가깝다.


이 테라피의 맛을 가족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특히 근육통을 달고 사는 정여사(엄마의 애칭)에게  마사지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반면, 이반장(아빠의 애칭)님이 걱정되기도 했다. 마사지를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이 반장님이 잘 버티실 수 있을까 싶었다. 여러 가지 마사지 중에 우리는 먼저, 라바스톤 마사지를 선택했다.


라바스톤 마사지는 라바스톤(용암석 또는 화산암)을 뜨겁게 달군 후, 몸에 문질러 주어, 혈액 순환을 돕는 마사지이다. 뜨거운 라바스톤으로 마사지를 받다 보면,등줄기에 땀이 흐르기 시작하고, 피로가 풀리면서, 순간적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남편은 식구들을 2개 조로 나누었다. 1차 팀은 내가 맡고, 2차 팀은 남편이 맡았다. 1차 팀이 마사지를 받는 동안 2차 팀은 디몰(보라카이 관광 거리)을 구경하기로 했다. 1차 팀 6명을 데리고 마사지 샵으로 갔다. 한국 사장님이 운영하는 마사지 샵으로 친절하고, 마사지를 받는 동안 옷 세탁도 해주는 서비스가 일품인 곳이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마사지를 정성스럽게 잘해준다. 그 마사지샵은 이런 곳에 마사지 샵이 어떻게 있을까 싶은 외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의리의리한 조경과 화려한  연못이 반전을 이루는 곳이다.


1차 팀은 다시 2개 조로 나누어 남자방 여자방으로 나누어 들어갔다. 나는 엄마와 언니 사이에서 마사지를 받았다. 틈틈이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없는지, 마사지 압은 괜찮은지, 춥지는 않은지를 물었다. 한국에서 정여사와 마사지를 받은 적은 있었지만, 언니와 이렇게 셋이서 나란히 누운 적은 처음이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마사지를 했다. 언제 또 이렇게 오붓하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애틋한 기운이 방안에 감돌았다. 따뜻한 라바 스톤이 온몸 구석구석을 지날 때마다 뭉친 근육이 풀리고, 온몸이 노곤 노곤해 짐을 느꼈다. 그리곤 스르륵 잠에 빠졌다. 그렇게 정성스러운 2시간이 지나고 마사지가 끝났다. 마사지는 받는 사람의 체력도 중요한지라 정여사가 어떻게 받았을지 궁금했다.


"여사님~~ 어떠셨어요? 아주 따뜻하니까 피로가 확 풀리지 않아?"

"진짜 너~무 잘하더라~어깨가 너무 가볍다."


다행히 정여사는 너무 마음에 들어 했다. 마사지가 끝나고 우리는 각자의 마사지사에게 팁을 주면서 salamat po(필리핀 말로 정말 고맙습니다 라는 뜻)라고 말했다. 그녀들은 환하게 웃어주었다. 잠시 후 남자팀과 만났다. 다들 마사지가 너무 신세계였다며, 이렇게 정성 들여해주는 곳은 없다고 탄복했다. 표정에서 얼마나 좋았는지가 느껴졌다. 1차 팀은 트라이시클(오토바이에 좌석을 달아 4-5명이 탈 수 있는 필리핀의 대표 운송수단) 한대에 옹기종기 모여 리조트로 향했다. 트라이시클 안에서 마사지가 너무 좋았고, 직원들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계속 되풀이했다.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뭔지 모를 친근함과 정다움이 느껴졌다. 우리의 사이가 이렇게 한층 더 두터워지는 것 같았다.


리조트로 돌아온 나는 2차 팀 이 반장님께 마사지가 어땠는지를 물었다. 이 반장님은 정여사와 같은 반응이었다. 정말 너무 잘하더라라고 계속 말씀하셨다. 언니도 옆에서 한 마디를 거들어 주었다. 이 보다 더 좋은 마사지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틀뒤에, 우리 가족이 마사지를 간 곳은 타이거 오일 스파마사지였다. 어린 시절에 할머니가 바르시던 약 중에 호랑이 연고라고 표면에 호랑이 그림이 인상적인소염연고가 있었다. 그 연고는 만병통치 약이었다. 멍들거나, 다친 데에 바르기도 하고, 코 주변에 바르면 막힌 코가 뚫리고, 근육이 뭉친 곳에 바르면 짜르르 한  기운이 돌아 근육통을 잊게 만들어주는 만병 통치약이었다. 그 만병 통치약이 오일로도 출시되었다. 예상대로 타이거 오일 마사지는 일반 마사지 오일 대신 타이거 오일을 발라주는 마사지이다.(타이거 밤은 싱가포르의 한 제약 회사가 오래전에 만든 소염연고라고 알고 있다. 오일로 나온 지도 꽤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오일을 마사지에 이용하다니, 정말 천재적인 마케팅이 아닌가 싶다.)


타이거 오일을 바르면 온몸에 화한 멘솔 기운이 퍼지면서, 파스를 바른 것처럼 반응한다. 바르다 보면 뭉친 어깨가 풀리고, 특히 목 뒤에 데쓰힐이라고 불리는 후두하근이 놀라울 정도 자극이 된다. 타이거 밤보다 타이거 오일이 발림성도 좋고, 화한 기운이 많이 남지 않아서 좋았다.


나는 이번에도 정여사와 언니 가운데에서 마사지를 받았다. 이 마사지 샵은 제일 먼저 깔라만시로 발을 스크럽 해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날은 덥지만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니, 벌써부터 피로가 풀리고 있었다. 마사지 침대에 누워 어깨부터 천천히 타이거 오일이 스며들었다. 나는 마사지사에게 정여사는 마사지 압을 올려 달라고 했고, 언니는 간지러운걸 힘들어하니, 참고해 달라고 했다. 내 마사지사는 유독 뭉친 어깨에 놀라 연신 어깨를 어루만져 주었다. 오일이 스며들며, 뭉친 근육이 풀리고 있다고 느낄 때쯤에 잠이 들었다. 순식간에 2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다시 한번 salamat po를 말하며, 감사의 팁을 전달했다.


끝나고 나서 정여사와 언니들에게 어땠는지를 물었고,타이거 오일도 참 좋았지만, 라바스톤을 이기지는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시간이 된다면, 라바스톤 마사지를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가족들이 마사지에 진심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과 비교해서 차이점도 이야기해 주고, 다음에는 어떤 걸 더 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주는 것 자체도 너무 좋았다. 이제 마사지라는 세계에 흠뻑 빠진 듯했다. 그리고 직원들이 너무 잘해줘서 고맙고, 예약을 너무 잘해줬다는 말도 좋았다.


이번여행에서 이런 순간들이 좋았다. 부모님께서 마사지를 잘 받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우려와는 달리 너무 좋았다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비교하면서 차이점을 말해줘서 새로운 경험들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서 좋았다. 왜 이런 경험을 진즉 해 해드리지 못했나 하는 후회보다는 이런 순간이 함께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몰입하기로 한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이 순간에 충실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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