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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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월요일,
온기에 온기를 더하는 밤.
아기는 내 곁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꼬물꼬물. 곧 맘마를 달라고 울 것 같더니, 깜빡이도 켜지 않고 들어오네. 기저귀를 갈 시간도 없이, 맘마를 타러 간 사이에 뿌앵뿌앵 울고 있었다. 그때가 새벽 5시. 엄마가 하루를 시작하시는 시간이라 우리방으로 들어와 인사를 하셨다. 그 후로도 자주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엄마 아빠 아빠 엄마. 월요대청소로 아빠는 우리방 침대 끝에 앉아계시던데, 나무가 깨기만을 기다렸다고 하셨다. 하루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나무가 더 보고싶으셨나 보다. 9시 30분 우리도 일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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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옆으로 누워서 뒤집기를 해낸 나무는 자주 몸을 뒤집으려고 했다. 아직은 누워서 뒤집기는 역부족인지 자주 소리를 지른다. 잘 안 되니까 짜증도 부쩍 는 것 같은데 크크. 그래도 요령을 알았는지 옆으로 누웠을 때는 정말 잘 뒤집네. 잘했어 궁디팡팡팡. 엄마, 아빠, 나 세 명이 돌아가며 아기를 돌본다. 밥을 먹다가도 나무를 돌보고 조금만 보채도 자동으로 안아주곤 했다. 아기가 주는 활력이 엄청나서 부모님의 기쁜 웃음소리를 매일 들을 수 있어 감사한 날들이다.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담고 영상으로 담고싶은 아기의 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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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어제 아기를 일찍 재우느라 쓰지 못 한 일기를 쓰고,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고 열탕소독을 마쳤다. 다들 낮잠세계로 떠났을 때 나도 함께 슝. 금방 또 밥 시간이라 밥을 먹는다. 평생동안 하루 세끼를 열심히, 제 때 정성껏 차려주시는 엄마를 보며 맛있고, 감사하게 먹었다. 꽈리고추무침, 깻잎장아찌랑 어묵탕이 맛있다고 알방방구를 뽕뽕 뀌는 나. 정말 대단하시단 말이야. 돌아온 나무의 목욕시간. 오늘은 머리감기가 싫은지 바둥바둥 고함을 지르더니, 다 끝내고 나와서 안았을 때 금세 잠들어 버린다. 많이 피곤했구나 나무야? .
만두킬러는 오늘 드디어 만두봉지를 뜯었다.
내가 친정에만 가면 자주 먹는 만두를 이제야 먹는다. 찐만두 냠냠냠. 지인을 잠깐 만나서 물건을 받아오고, 유튜브를 보고 방 정리를 하고 씻고 왔더니 12시가 넘었다고 했다. 오랜만에 통화를 하는 우리. 10분 안에는 각자의 하루와 아기 이야기로 가득찼다. 딱히 뭘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시간이 너무 좋은 그의 목소리가 너무 편해보였다. 그래서 말인데 나 여기서 좀 더 있다가 가도 될까유.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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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평소에 동영상을 많이 찍으신다.
보정도 없이 날 것 그대로, 꾀죄죄하게 담긴 내가 싫어 거절을 하곤 했지만 이제는 받아들인다. 갑자기 그냥 이해가 됐다. 아빠가 추억을 남기듯 나도 매일 기록을 하고 있었으니까 누가봐도 아빠딸이었다. 그러다 지난 기록들을 꺼내본다. 아기 낳으러 가기 며칠 전의 글들을 보면서 생생한 기억이 떠올랐다. 일기를 보면 아기는 조금씩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아기를 만나러 가던 따꼼따꼼한 과정들도 생각났다. 아우, 다시 배가 아파오려 하네. 너무 소중한 지난날의 기록들. 114일동안 우리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예쁘게 커 준 우리 아기가 너무 고마워진다. 우리 남편도 고맙고. 우리 가족도 고맙고. 그 고마움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또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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