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서울 자가 김부장의 자아 찾기

그는 왜 넥타이를 풀고 세차 호스를 잡았을까?

by Emily in Seoul



나 김 부장이야. 대기업 다니고, 서울 자가 있고,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라고.


너무나 현실적인, 그래서 이치적인 에피소드들.

이 이야기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제대로된 고증과 공감의 끝단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주명리학의 관점에서 다시 풀어보면,

한 인간이 '가짜 나(관성)'의 껍데기를 깨고 '진짜 나(식상)'를 찾아가는 처절한 투쟁기다.



관살태왕(官殺太旺), 나를 지워버린 '직함'의 무게

이야기 초반의 김 부장은 사주로 치면 전형적인 '관살태왕'의 상태다.

관(官)은 나를 통제하는 규칙이자 사회적 시선, 그리고 명예다.

그에게 '부장'이라는 직함과 '서울 자가'라는 타이틀은 자기 자신보다 거대하다. 관성이 너무 강하면 일간(나)은 위축된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집착하느라 정작 내 마음이 곪아가는 줄도 모른다.


희망퇴직을 하고도, 망진프라자 분양하우스에서 ACT 25년이 자연스레 먼저 나온다.

역설적으로 "나는 명함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입니다"라는 말과 같다.


소중한 나의 관성에 위해가 간다면, 친구라도 예외없다.



비겁(比劫)의 지옥, 비교 또 비교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은 '비견과 겁재',

즉 타인과의 비교다. 후배의 성과, 팀원의 외제차, 친구의 건물.


내 중심(일간의 뿌리)이 약한 상태에서 마주한 비겁들은 동료가 아니라 '나를 위협하는 적'이 된다.

군겁쟁재(群劫爭財). 무리 지어 재물을 탐하니 마음은 늘 전쟁터다.

그는 자신의 속도대로 걷는 법을 잊고, 남의 속도에 맞춰 뛰다가 결국 넘어지고 만다.

정신적 지지대(인성)마저 무너진(재극인) 처참한 몰락이었다.


놈팽이, 그릇 작았던 김부장의 시기의 대상이자, 진정한 친구.


세차장, '식상생재(食傷生財)'의 구원


이야기의 결말, 모든 것을 내려놓은 김 부장은 세차장에서 일한다.

왜 하필 세차장일까? 세차는 내 팔다리를 움직여(식신/상관), 더러운 것을 닦아내고(제살),

그 대가로 정직한 돈(재성)을 받는 행위다. 이를 명리학에서는 식상생재(食傷生財)라 부른다.


관(官)을 씻어내다: 세차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차의 먼지만 씻어내는 것이 아니다. 김 부장을 짓누르던 허세, 체면, '대기업 부장'이라는 무거운 갑옷(관성)을 씻어내는 의식이다.


머리가 아닌 몸: 그는 더 이상 머리를 굴리며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오직 눈앞의 차를 닦는 행위에 집중한다. 몸을 쓰는 순간, 잡념은 사라지고 '지금, 여기'의 나만 남는다. 이것이 식신(食神)이 가진 치유의 힘이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주식 그래프나 아파트 호가는 거품이 끼지만, 내 근육을 움직여 닦아낸 차의 광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김 부장은 그 정직한 노동 속에서 비로소 땅에 발을 디딘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명품인 줄 알았던 허물을 벗고 행복의 몰입을 즐기는, 김부장.



김 부장의 세차장은 몰락이 아니다.

넥타이를 풀고, 흙을 만지든, 요리를 하든, 달리기를 하든, 김 부장의 세차장처럼 온전히 내 몸의 감각으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곳. 그곳이 용신(用神)이 머무는 곳이다.


지금 나를 숨 쉬게 하는 곳은 어디인가? 김 부장이 찾은 그 투박하지만 단단한 평화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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