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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서범 Nov 23. 2016

소통을 꽃피우다 # 25

초등학생 자녀의 사춘기(남)



 언제부턴가 아들 녀석이 이상하다. 6학년 아들이 가끔 하던 볼 뽀뽀마저 하지 않는다. 가끔 "아이고 사랑하는 아들~" 하며 볼에 뽀뽀라도 할라치면 흠칫 놀라는 표정이다. 친구들과는 잘 놀고 이야기를 하는데 아빠와 엄마와는 대화의 흥미를 갖지 못하고 뭔가 물어보는 자체를 짜증스러워할 때가 많아져서 "아~ 그냥 그랬어.", "그냥 그게 다야."하는 식의 대답이 많아졌다.


 여성 걸그룹이나 여자 연예인을 혼자 넋을 잃고 보거나 어디선가 브로마이드를 구해와선 방에 조금씩 도배도 하기 시작했다. 전엔 그러지 않았는데 조금만 뭐라고 하면 잘 삐치고, 말과 행동은 점점 더 까칠해지는 것 같다. 가끔 폭력적인 행동도 늘었는데 이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머리가 복잡하고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될까?


 초등학교 남자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서 위와 같은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어릴 때 귀엽기만 하고 말 잘 듣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찾아볼 수가 없고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속이 탄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런 경우 부모들은 초등학생 자녀에게 소리를 지르며 협박(?)적이거나 강압식 훈육으로 부모님의 기대나 원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은 이끌어 가려는 식의 교육을 많이들 하곤 한다. 하지만 자녀가 언제까지 그렇게 강압적인 방식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까지 손안에 자식이고 품 안에 자식일까? 부모가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방식이나 힘으로 억압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성장하면 자녀는 알게 모르게 부모의 그 큰 목소리와 힘을 이길 시기를 기다리며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당연히 억눌린 마음은 더욱 짜증이 늘고, 예민하고 까칠하다가 어느 순간(중학생? 고등학생?) 엄마나 아빠를 이길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큰 목소리와 힘으로 대항하며 '펑~!'하고 크게 터져 불화가 되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는 다른 경우 자존감이 낮거나, 자기주장을 다른 사람에게 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수행하는 수동적인 인간이 되거나, 우울감에 빠져 기죽은 아이처럼 성장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협박식, 강압식, 억압식의 훈육은 좋지 않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었다면 대화나 접근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부모의 생각과 관점이 변해야 자녀들과 소통이 좀 더 원활할 수 다. 부모는 일단 자녀가 성장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품 안의 자식이고 내 손 안의 자식인 것처럼 생각하고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자녀가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과정에 독립적인 모습들을 서서히 나타내고 자기주장이나 자기표현의 연습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것은 나의 자녀가 사회에 잘 적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기에 부모도 그런 변화를 인정하고 생각과 마음을 변화시켜야 한다. "나의 자녀가 성장과 함께 성숙해지는 과정이구나.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가까워지고 있어." 하고 말이다. 성숙은 결코 항상 좋은 모습의 과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녀들의 좋은 모습으로도, 가끔은 좋지 않은 모습으로의 과정도 겪어가며 성숙하는 것이다. 이 모든 모습이 우리 자녀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말 잘 듣고, 귀여웠던 모습으로 기억된 부모의 틀에 자녀의 모습을 고정시켜 놓고 성장하는 자녀의 모습을 부정하면 안 된다. 나도 모르게 말 잘 듣고 수월했던 귀여운 아이로 계속 있길 바라는 마음에 부모가 자녀의 몸과 마음의 성장을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않은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자녀의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하며 필요시 보조자, 촉매자, 멘토 및 친구 등의 역할을 하여 주어야 하며 필요에 따라 가끔은 혼자 생각할 시간도 주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필요시'이다. 모든 것에 간섭하고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말자. 많은 가정에서 자녀의 하나부터 열까지 백 프로 모든 것을 알려고 하는 부모가 많은데 그것은 자녀들을 답답하고 숨 막히게 할 수 있고 부모를 멀리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부모는 보스가 되어 명령을 내리고 모든 것을 보고 받는 입장이 아니라 때론 보조자가 되어주어야 하고, 때론 촉매자가 되어주어야 하며, 때론 멘토 및 친구가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부모가 자녀의 성장하고 성숙하는 기간 일어나는 모든 모습들에 긴장하고 경계하며 편견과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지금의 우리 부모님들은 너무 많은 정보를 습득하여 알고 있다. 사춘기나 청소년 시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시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자녀들에 대해 긴장한다. 그리고 작은 것 하나에도 "어머. 얘 좀 봐. 너 사춘기라서 그래. 그때는 엄마도 그랬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야."라는 식으로 미리부터 경계하고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대한다. 오히려 이것이 더 좋지 않을 수 있다. 그저 자녀가 성장하는 과정 중 하나로 생각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가능한 긍정적인 마음과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말이다.


 남자 자녀가 한참 성장하는 시기에는 보통은 자녀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나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이야기를 접근하는 것이 좋은데 부모님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아닌 자녀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함께 하며 자녀를 이해하고 대화도 이어나가야 한다. 어른이 좋아하는 것이 아닌 '자녀가 좋아하는'이라는 단서를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면 자녀의 입장에서 듣고, 함께 고민하며 편안한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무언가를 자꾸 가르치고 훈계하려는 것에 초점을 두지 말자. 그러면 자녀와의 소통은 점점 더 잘 되지 않고 멀어진다, 자녀의 마음, 즉 정서적인 것을 충분히 알아주는 것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자녀의 마음 알아주기가 되었다면 그 뒤에 엄마나 아빠의 생각과 마음을 이야기하자. 그리고 조금 더 발전하여 무언가를 알려주어 너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아빠)는 랑이가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 이런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그리고 그때 엄마 마음은 이렇단다."라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편안하게 말이다. 이러한 소통은 자녀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행복감을 높여준다. 그렇게 부모가 나를 구속하고 숨 막히게 하는 대상이 아닌 어려움과 고민,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대화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보조자, 촉매자, 멘토 및 친구 등의 대상이나 존재가 되면 좋다.

 

 그리고 이 시기는 바른 성 개념을 인식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진짜 남자(?)가 되는 상징으로의 경험이 시작되었다면 아빠가 될 수 있는 또 다른 남자의 시작이 됨을 이해시키고, 자신의 몸의 소중함을 알게 하여 주고, 이제부터는 행동에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함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리고 주변의 또래나 미디어 등을 통해 보거나 들어서 알게 되는 잘못된 성의 유해함을 알려주어야 한다. "랑이 나이쯤 되면 아마도 호기심 많고 짓궂은 친구들의 경우 성과 관련하 이상한 영상이나 사진 등을 보여주거나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어. 그런 것을 봤을 수도 있고 나중에 보게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것은 가능하면 보거나 듣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친구들과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되었다면 금방 잊는 게 좋단다. 왜냐면 성은 아름다운 거거든. 랑이가 결혼을 하고 나면 랑이의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성이란다. 생각해 봐. 너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를 말이야. 그렇게 아름다운 성에 대한 것을 좋지 않은 영상물들은 담고 있지 않아. 그저 성에 대해 왜곡해서 표현하고 사람을 그저 단순한 중독자처럼 표현하지.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랑이의 두뇌가 한참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이때 두뇌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를 먼저 해주면 좋다. 두뇌에 대해 잘 모른다고? 걱정하지 말라. 요즘 인터넷을 검색하면 전문적인 지식이 넘쳐나니까 그것만 활용해도 충분하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 랑이의 두뇌가 그것에 맞춰서 개발되고 또 중독이 된단다. 그럼 너는 어느 순간부터는 원하지 않아도 문득문득 그런 좋지 않은 영상물이 떠올라 너를 괴롭히게 될 거야. 마치 마약에 중독이 되듯이 말이지. 얼마나 끔찍한 일이니. 네가 원치 않아도 너의 머리에서 생각이 떠올라 너를 괴롭힌다면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랑이의 뇌가 성에 대해서 좋지 않게 중독이 되면 여성을 만나도 아름답고 행복한 만남을 하지 못한단다. 왜냐면 랑이가 원치 않았는데 너도 모르게 상대가 좋지 않은 영상물처럼 자꾸 생각이 들 가능성이 많거든. 얼마나 끔찍하니."라는 식으로 말이다. 성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친구들이나 외부에서 왜곡하여 은밀하게 알게 하는 것보다는 아름답고 소중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스스로 분별하여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여러분의 자녀를 당신이 어떻게 믿고, 바라보고, 대하는 가에 따라서 당신 자녀가 어떻게 사춘기의 과정을 겪어내어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게 될지.. 그 변화의 영향은 분명히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분의 행복한 삶과 가정을 응원한다.

끊임없이 격려하고 지원하라
-파블로 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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